취재수첩>무거운 숙제 남긴 타운홀 미팅
정상아 취재1부 기자
2025년 07월 07일(월) 18:19
정상아 기자
지난달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 미팅’은 상징성 하나로도 지역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대선 당시 전국 최고 지지율을 보냈던 광주·전남이 지역민을 만나기 위한 이 대통령의 첫 방문지였고, 이 대통령이 앞서 “균형발전은 새 정부의 중심 가치”라고 밝혀온 만큼, 지역 현안에 대한 실질적 지원 약속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열린 자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밝힌 성과는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대통령실 주재 TF 구성’이 전부였고, 지역이 애타게 요청한 AI 인프라 확충, 국가균형발전 사업, 에너지 전환 등 굵직한 과제들에 대해선 뚜렷한 언급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

현장에서의 혼선도 논란을 키웠다. 타운홀 일정이 이틀 전에서야 공지되면서 지자체의 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광주시는 AI 2단계 사업과 미래차산단, 전남도는 재생에너지망 구축, 국립의대 설립 등의 의제를 준비했지만, 현장에서 토론 방식이 자유 질의로 바뀌며 대부분 발표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강기정 시장은 “행사 하루 전 연락받고 무대에 올랐다”고 털어놨고, 시청 내부 게시판에는 “제대로 된 발언 기회도 없이 끝났다”는 공직자들의 토로글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정부가 뭘 도와줄 수 있느냐”고 되물었을 정도로 지역의 제안이 구체적 실행 전략 없이 다소 추상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 있는 정책 요청을 위해서는 지역이 먼저 전략을 정교하게 준비하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갖춰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지역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타운홀 직후 강기정 시장은 국정기획위원회와 국회를 오가며 광주발전 10대 프로젝트의 국정과제 반영을 요청했고, 고광완 행정부시장은 국가균형특별위 간담회에서 AI 컴퓨팅센터 구축, AX 실증밸리, AI 모빌리티 국가시범도시 조성 등 14개 과제를 제안했다.

대통령의 지역 방문은 분명 의미 있는 소통의 시작이지만, 그것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최소한의 준비와 후속 구조가 필요하다. 타운홀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중앙 협력의 플랫폼’으로 작동하기 위해 지역도, 정부도 바뀌어야 한다.

군 공항 이전 TF처럼 지역 숙원에 물꼬를 튼 사례가 있는 만큼, AI 산업 육성이나 균형발전 공약들도 국정과제에 포함돼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