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온정… 해남서 ‘여름 김장김치 나눔’ 첫 선
두성재단, 500포기 소외계층 전달
더위 속 영양불균형 문제 해소
양념 주재료 등 지역사회 기부도
김치 전달시 애로사항 상담 병행
2025년 07월 09일(수) 16:10
정영희 두성재단 대표이사(오른쪽에서 두번째), 임경자(명현관 해남군수 부인)씨, 해남땅끝와이즈멘, 해남목련로타리클럽, 김영동 해남종합사회복지관장과 직원 등 50여명이 9일 해남종합사회복지관 1층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여름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에서 김치를 담고 있다. 김양배 기자
정영희 두성재단 대표이사, 임경자(명현관 해남군수 부인)씨, 해남땅끝와이즈멘, 해남목련로타리클럽, 김영동 해남종합사회복지관장과 직원 등 50여명이 9일 해남종합사회복지관 1층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여름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해남 현산면에 사시는 어르신네는 매운걸 잘 못 드셔요. 김치에 양념을 적게 넣어주세요”

김장은 겨울철에만 이뤄진다는 편견을 깨고 한여름 폭염에도 지역 소외이웃을 살피기 위한 두성재단의 ‘여름 김장김치 나눔’ 행사가 해남에서 펼쳐졌다. 지역 단체·군민들의 후원을 통해 만들어진 여름 김장김치는 관내 소외이웃에게 전달된다. 더위에 영양불균형이 심각한 소외이웃을 위한 배려차원이다.

9일 오전 9시 해남종합사회복지관 1층 다목적강당. 강당안에는 위생복과 앞치마, 고무장갑으로 중무장한 직원들이 소금물에 절여진 500포기의 배추를 전달하느라 분주했다. 이번 나눔행사는 사회복지법인 두성재단(대표이사 정영희)의 주최로 마련됐고, 정영희 대표이사, 명현관 해남군수 부인 임경자씨, 김영동 해남종합사회복지관장과 해남땅끝와이즈멘, 해남목련로타리클럽 회원 등 50여명이 김장김치 담그기에 동참했다.

김장김치 나눔 행사에는 지역 단체·군민들의 후원도 잇따랐다.

국제와이즈멘해남땅끝클럽 100만원, 천일식당 30만원, 김나원씨 100만원, 김신옥씨 30만원으로 총 260만원의 후원금이 모아졌다.

김치양념 재료로 쓰인 후원물품 역시 답지가 이어졌다. 국제장례식장 고춧가루, 양파 등 50근, 김재봉씨 양파 100㎏, 김숙기씨 고춧가루 20근, 박경옥씨 고춧가루 10근, 정명옥씨 고춧가루 10근, 박혜순씨 고춧가루 10근, 김혜영씨 깐 마늘 11㎏ 등이다.

김장김치 나눔 행사 전날 사회복지관직원들이 합심해 급식소에 구비된 믹서기 등 요리도구를 활용해 손수 양념을 만들었다.

김장에 쓰인 배추 역시 전량 지역 절임배추를 사용했다. 해남군은 전국 봄배추 재배 면적의 60%를 차지하며 연간생산량은 5만여톤에 달한다. 2~3월 파종해 5~6월 수확하는 조생종이 주로 재배되고 있어 여름철 김장용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3시께가 되자 관내 읍·면 별로 전달될 김치 500포기가 반찬통에 담겨 쌓아 올려졌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봉사자들은 지친 기색없이 김치가 소외이웃에 전달될 생각에 미소가 가득했다.

봉사자 김나원씨는 “여름철 김장김치는 겨울철 김장김치보다 더 쉽게 물러질 수 있어 소금 농도와 절임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해서 까다롭다”며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후원금을 기부하고 봉사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기준 해남군의 전체 인구는 6만2668명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만3965명·38%, 기초수급자 4803명·7.6%, 차상위 1147명·1.8%에 달한다.

이날 담은 김치는 직원들이 대상 가정을 방문해 1가구당 2포기씩 직접 전달한데 이어, 애로사항을 듣는 등 상담을 병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두성재단은 매해 겨울 김장김치 나눔 봉사활동을 펼쳐오다 올해 처음으로 여름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기획했다.

이는 단순한 식재료 지원을 넘어 기후위기와 폭염에 따른 식생활 악화, 영양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김영동 해남종합사회복지관장은 “최근 고령노인과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겨울김장을 하는 가정이 줄었고, 겨울에 나눔을 받은 김치가 소모될 시점이다”며 “급변하는 기후위기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폭염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김치를 나누는 게 아닌 건강을 살피고 이웃 간 정서적 유대감을 도모하기 위해 여름철 김장 나눔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두성재단은 김장김치 나눔 외에도 설립초기부터 두성봉사단을 결성해 지역민들의 수요에 따라 집수리, 도배장판 교체 등 주거환경 개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홀몸노인들의 균형 잡힌 식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밑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정영희 사회복지법인 두성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여름김치 나눔을 통해 1인 가구 기준 식비 10~15%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난 5월에는 재단이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 수행기관에 선정됐다. 향후에도 소외이웃들을 보살필 수 있는 지속적인 나눔·복지 사업들을 전개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한편 사회복지법인 두성재단은 1988년 고(故) 승정 이정일 전 국회의원이 문화, 교육, 의료 여건 등에서 고향 해남이 낙후된 점을 보고 1988년 4월 지역민들의 복지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거액의 사재를 들여 설립한 복지재단으로 해남과 진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복지시설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현재 해남종합사회복지관, 해남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복지어린이집, 진도지역자활센터, 재가장기요양기관, 프로젝트사업단 등을 통해 광주·전남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법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