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의 나눔톡톡> 열무김치와 삼계탕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김동수
2025년 07월 15일(화) 16:51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김동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면서 안타깝게도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사람만이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하고, 들녘은 가뭄에 타들어 가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불볕더위가 9월 중순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취약계층에게는 더 치명적이고 힘든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인지 곳곳에서 “열무김치와 삼계탕 나눔”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자고로 열무는 더위를 식히고, 삼계탕은 무더위로 떨어진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전통적인 여름 보양식이다. 이 두 가지는 여름철 봉사 현장에서 꽤 인기 있는 나눔 활동이다.

광주적십자봉사관에서도 지난 4월부터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삼계탕을 대접하거나 열무김치를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우리 혈액원에서도 오는 8월에 헌혈자와 함께 빵과 열무김치를 만들어 수혈자 가족과 아파트 내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전달 계획이다. 이를 통해 헌혈자가 생명나눔에 봉사하는 나눔까지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사실 우리 사회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분야가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자원봉사 활동도 그중의 하나다. 자원봉사 활동은 전반적으로 감소하였고 청소년 봉사활동은 매우 심각하다.

대학입시에서 교외 봉사활동의 미반영과 청소년단체의 약화는 이러한 감소 폭을 더 크게 했다. 헌혈의 경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참여자가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여기에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이러한 현상을 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듯 코로나 시기에 우리나라 세계기부지수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기부지수는 낯선 사람 돕기, 기부, 봉사의 참여도를 측정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봉사 점수가 눈에 띄게 낮았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벗어난 지금, 더 이상 비대면 활동의 효율성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봉사만큼은 다시 대면 활동으로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 진정으로 사람 냄새 나는, 인정 넘치는 사회를 회복해야 할 때다.

다행히 변화의 흐름은 보인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천원 식당’, ‘천원 국수’ 같은 저비용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도 소비 쿠폰 제공과 같은 민생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 앞으로도 정부는 기부 세제 혜택 확대 등과 같은 자원봉사활동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봉사활동은 단순한 시간 채우기가 아니다. 이타적 인성을 기르고, 사회적 연대 의식과 협동심을 키우는 중요한 교육적 도구다. 그래서 봉사활동의 감소는 장래 재난 시 우리 사회의 공동체 유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봉사활동의 회복은 시급한 과제다.

이와 더불어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우리 국민 각자가 스스로 나눔 DNA를 일깨우는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우리나라 세계기부지수가 하위권에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주로 음식 봉사를 해온 넝쿨채의 김영숙 대표는 “나눔은 해봐야 한다. 그래야 나눔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눔은 생각이나 이론이 아닌, 실천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 말이다.

푹푹 찌는 삼복더위에 삼계탕 한 그릇, 열무김치 한 통을 받아 들고 기뻐할 어르신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소소한 기부와 나눔으로 이 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 싶다.
소소한 기부와 나눔으로 이 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