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산업을 더하다”…전남형 농촌융복합 확산
기획>전남 농촌융복합산업, 농업의 미래를 연다
인증체 전국 1위…5년간 40%↑
9개 지구서 가공·관광 등 결합
공동체 회복·청년 유입 등 효과
"도시와 경쟁하는 농촌 자립모델"
2025년 07월 20일(일) 11:52
전남 농업의 산업화를 이끄는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가 2025년 6월 기준 총 435곳으로, 전국 11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다. 사진은 전남 6차 산업 한마당 행사 모습.
전남이 농업의 산업화를 이끄는 ‘6차 산업’ 전략으로 농촌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단순한 생산을 넘어 가공과 체험, 관광을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융복합 모델을 통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공동체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 수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한 전남은 이제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전환의 농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본보는 전남의 인증경영체 운영과 주요 정책 성과, 곡성·여수·구례 등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전남형 농촌융복합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 작지만 강한 농촌기업 키운다

전남의 농촌융복합산업 인증경영체는 2025년 6월 기준 총 435곳으로, 전국 11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20년 308곳에서 5년 만에 약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인증경영체는 지역 농산물을 기반으로 가공, 체험, 관광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촌 기업으로, 일정 요건을 갖춰야 정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주원료 국산 100% 사용, 최근 2개년 평균 소득 기준, 고용 창출 실적, 지역농산물 사용 비율 등이 까다로운 심사 기준으로 작용하며, 3년마다 자격 갱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들 인증경영체는 단순한 1차 생산을 넘어서 지역자원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복합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매년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인증경영체들이 거둔 전체 매출은 약 69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남도장터 6차산업관은 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수출 전용 안테나숍(네시피)도 8억2000만원 규모의 실적을 보이며 국외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전남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순천대 산학협력단 위탁)는 인증평가, 현장코칭, 홍보, 유통 판로 개척 등 전 주기적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각 인증경영체의 성장 단계에 맞춘 맞춤형 컨설팅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병행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촌 고령화와 소득 정체 속에서 농외소득 확보는 중요한 과제”라며 “인증경영체를 통해 청년 창업농 유입과 지역 공동체 회복의 실마리를 함께 풀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 ‘지구 전략’으로 농촌 산업화 확산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9개의 농촌융복합산업 지구를 운영 중이다. 이들 지구는 지역 대표 작물에 가공, 체험, 관광 등을 결합한 클러스터 형태로 조성돼 있으며, 단일 생산 중심의 농업 구조를 뛰어넘는 ‘복합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구당 총 3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국비(50%)를 포함해 도비, 시군비, 자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된다. 주요 사업 내용은 공동 가공시설 및 체험 공간 구축, 지역 특화 브랜드 개발, 고부가가치 상품 기획, 주민 참여형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전남의 대표 융복합 지구에는 곡성 멜론·토란, 여수 갓, 해남 고구마, 순천 매실, 고흥 유자, 장흥 한우 등이 있다. 2015년 영광 찰보리 지구를 시작으로, 2026년 장흥 한우 지구까지 단계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곡성군의 경우 멜론을 활용한 농장 투어, 멜론 디저트 체험 프로그램, 가공식품 판매를 통합한 복합 모델로 연간 방문객과 매출을 모두 늘리고 있다. 2023년 ‘곡성멜론(주)’는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여수의 ㈜쿠키아는 지역산 원료를 기반으로 한 쿠키 체험 키트를 개발해 남도장터 입점, 안테나숍 수출을 모두 달성했다. 구례의 지리산피아골식품, 담양의 명진한과 등도 각각의 전통 식문화를 체험 콘텐츠로 전환해 관광과 소비를 동시에 유도하고 있다.

전남도는 2026년까지 곡성 토란과 장흥 한우 지구를 포함한 전체 9개 지구의 클러스터 모델을 완성하고, 이후 신규 지구 지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 정책·인프라·청년까지…입체적 구조 전환 추진

전남은 농촌융복합산업을 통해 단순한 수익 모델을 넘어 지역 공동체 회복, 청년 유입, 복지 사각 해소 등 다양한 정책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도는 인증경영체를 대상으로 ‘융복합 강화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경영체에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해 체험·교육 공간, 제조·가공 설비, 브랜드 개발 등을 돕는다.

‘건강 꾸러미 공급사업’은 또 다른 사례다. 이 사업은 고령화와 폭염 등으로 외부활동이 어려운 도내 복지시설 10만명을 대상으로, 인증경영체가 제작한 체험 키트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약 2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복지와 농촌경제 활성화라는 두 목적을 동시에 달성했다.

청년 유입을 위한 ‘포장디자인 지원사업’도 눈길을 끈다. 창업 초기 청년농을 대상으로 공동 브랜드와 제품 디자인을 지원해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제도다. 예비 창업자도 대상에 포함돼, 청년 창업 생태계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성과는 외부 평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전남은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2014~2024년까지 총 19회 수상하며 전국 최다 수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곡성, 여수, 구례, 담양, 장성 등 지역에서 고르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송경환 전남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장은 “융복합산업은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실질적 해법”이라며 “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농촌의 자립모델을 구축해가는 것이 지금 전남이 만들어가고 있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