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던 2월, 광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분노로 달궈지고 있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조사 활동을 종료한 지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진상규명 결정 이유가 담긴 ‘개별조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보고서 미공개만으로도 부글부글하던 차인데 한술 더떠 진상조사위는 뜬금없이 광주전남 시도민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오는 6월까지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여기에 담길 ‘권고사항’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기한은 3월10일이었다. 공개...
2024.04.03 15:00농촌의 봄은 희망이다. 겨울을 지나오는 동안 땅속에서는 온갖 생명이 움트고 봄 맞을 준비를 한다. 가장 먼저 잡초가 자라고 다음으로 꽃을 피우기 위한 새싹들이 올라온다. 농촌의 봄은 그래서 장관이다. 올해는 풀과의 전쟁을 줄이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과수밭에는 잡초매트를 깔아 보기로 했다. 작년에 과수들이 자라고 있는 밭에 풀을 베고 또 베도 잡초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제초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나무에 해가 될까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결국 잡초매트를 깔기로 했다. 요즘의 농촌은 마을마다 사람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사...
2024.04.03 14:56작년 크리스마스 날 필자는 남극 관측에 참여하기 위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족과 두 달 가까이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남극의 하얀 세상을 4년 만에 다시 본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는 출장길이었다.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여 약 16시간의 긴 이동 끝에 쇄빙선 아라온호가 정박해 있는 리틀턴 항구에 도착했다. 4년 만에 도착한 리틀턴 항구의 여전히 조용하고 여유로운 마을의 풍경에 장시간 이동으로 쌓인 여독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아라온호에 도착 후 2달여 기간 동안 지낼...
2024.04.03 11:02제궤의혈(堤潰蟻穴). 중국 전국시대 ‘한비자’ 21장 유로(喩老)편에 “천 길이나 되는 둑도 땅강아지나 개미가 만든 구멍으로 인해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집도 굴뚝 틈새의 불티로 타 버린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사소한 실수로 큰일을 망쳐버리는 것을 비유한다. 봄이오는 시기엔 작은 실수나 무심코한 행동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 광주에서 발생한 봄철(3~5월) 화재는 619건으로 2명 사망자와 2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화재원인은 부주...
2024.04.03 11:02호남권 대표 경제단체인 광주상공회의소(이하 광주상의) 제25대 회장 선거에서 다스코 한상원 회장이 디케이 김보곤 회장과의 경선 끝에 당선되어 지난 3월 28일 취임식을 가졌다. 한상원 회장은 소기업에서 출발하여 올해로 창립 45주년을 맞이한 중견기업으로 일구기까지 꾸준히 지역에서 활동해 온 분으로, 평소 지역에 대한 사랑이 깊고 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의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었기에 이번에 회장 당선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회장은 취임사에서 광주와 미래세대를 위하여 책임과 의...
2024.04.03 10:2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장바구니 물가의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의 언급처럼 할인지원과 수입으로만 가격을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근본적으로 국민의 식량인 농축산업을 살리려는 긴 호흡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농축산물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그런 만큼 농축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은 정부에 주어진 중요한 의무다. 그렇다고 가격안정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오히려 그곳에 사용될 예산을 유통구조 혁신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관행처럼 횡행하는 ‘밭떼기’ 등 재래식 거래를 제한하는 것도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
2024.04.02 17:18전남도가 최대숙원인 국립의과대학 유치를 위해 통합의대가 아닌 단일의대 신설로 급선회했다. 통합 의대 카드를 처음 꺼내든 지 5개월만이다. 전남도는 2일 김영록 지사 담화문을 통해 정부가 최근 공식화한 전남 의대 신설과 관련, 의대가 들어설 대학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외부기관 주도로 진행해 1개 대학을 최종 선정키로 했다. 이날 김 지사는 “정부의 5월 대입전형 발표 등을 감안할 때 통합 의대 방식은 시간상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전문가가 참여해 의대 설립 방식에서부터 심사위원 선정과 평가 기준 마련, 공정한 심사와 최종 설립대학 결정까지 엄격한 절차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전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추후 위탁 기관 선정 방침을 내놓았다. 앞서 전남도는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양 지역에 의대 캠퍼스를 각각 두는 통합의대 방식으로 정부...
2024.04.02 17:18‘파발마(擺撥馬)’는 조선 후기 공무로 급히 가는 사람이 타던 말이다. 파발마를 타는 사람은 ‘파발꾼’이라고 한다. 또한 전마(戰馬)가 잠시 쉬어가는 곳을 역참(驛站)이라 부른다. 역참 간의 거리는 대략 30리(12㎞)다. 말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한계거리가 바로 30리다. 아무리 급한 일일지라도 말이 달리 수 있는 시간과 거리를 둬 역참을 만든 건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도로, 철로 등이 없었던 조선시대에 파발마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다. 21세기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비행기지만 하늘이 아닌 육로에선 ‘...
2024.04.02 16:28봄은 오랜 기다림과의 만남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는 계절이다. 며칠 전 한 모임에 참석했다. 아무런 목적없이 만나는 모임이었다. 만나면 그저 즐겁고 재미있다. 이야기의 주제도 무겁지 않다. 그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겪었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기 오고 간다. 어떤 한 분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 분은 작년 연말 회사 송년회에서 직원 한명에게 특별상을 주었다고 했다. 특별상을 받은 그 직원이 한 행동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보고 있는 사람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분이...
2024.04.02 14:13정부는 새는 물을 잡기 위해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된 상수도관 교체와 상수도 구간별 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해 실시간으로 유량을 감시하여 신속한 누수 탐사와 복구를 하는 것이 현대화사업의 골자다. 본 사업은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시행되는데 점차 사업이 마무리 되어 감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간의 노력으로 정비된 상수도 시설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기계획을 마련하는 것. 현대화사업을 통해 누수되는 수량을 줄여놓아도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가 진행되지 ...
2024.04.02 10:15이 세상에 이름을 얻는 것 보다 이름값하기위해 살아 왔다는 사람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공자다. 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태어난 고대 중국의 유학자이자 유교의 창시자이며 사상가다.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자리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직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어떻게 최선을 다할까? 걱정할 뿐이다. 나는 세상에서 이름을 얻는데 연연하지 않는다. 이름값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라 했다. 그래서였는지? 공자는 관료로써 실패한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공자는 결코 실패한 자가 아니다. 제자들이 스승 공자의 가르침 언행을 모아...
2024.04.02 10:15지난해 누적방문객 900만명을 돌파하며 성공을 거둔 순천만국가정원이 1일 재 개장했다.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이란 주제로 새롭게 문을 연 순천만국가정원은 ‘한국판 K-디즈니’로 만들겠다는 순천시의 전략이 담겨있다. 순천시는 국가정원의 동문과 서문을 잇던 ‘꿈의 다리’에 우주선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해 이름을 ‘스페이스 브릿지’로 바꿨다. 동문과 서문 사이 ‘남문광장’에는 미스터리서클 형태의 화단을 조성해 전체적으로 우주선 모양을 띠게 하고 이름을 ‘스페이스 허브’로 변경했다. 또한 애니메이션 관련 공간을 만들어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속 ‘세포 캐릭터’를 활용한 미로,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속 캐릭터 ‘우드베어’를 활용한 4차원 놀이기구, 산림청 ‘숲으로 가자’ 홍보대사인 ‘두다다쿵’을 활용한 정원 탐험 콘텐츠를 선보였다. 새롭게 문을 여는 순천만국가정원은 K-디...
2024.04.01 17:31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지속 가능한 발전과 혁신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포했다. ESG 경영은 단순한 윤리적 의무를 넘어 기관이나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더 나은 인류의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난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GIST의 도전이 듬직하다. 임기철 GIST 총장은 지난 달 29일 구성원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미래세대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ESG 경영’을 공표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기여와 사회적 책임을 핵심 가치로 지역사회와 국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배구조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윤리적인 연구·교육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도 GIST의 목표다. 환경 의식과 실천 강화, 사회적 책임 증대, 투명성과 신뢰도 향상 등 세 가...
2024.04.01 17:31“천지간에 꽃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입니다/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감은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 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김용택 ‘이 꽃잎들’ 전문) 봄바람에 꽃 본 나비처럼 몸이 다는 날,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에 가노라면 어김없이 맴도는 시다. ‘섬진강의 주인장’인 김 시인은 천지간에 꽃이 피는 4월을 ...
2024.04.01 15:494월, 봄이 본격적으로 무르익어 가는 계절이다. 이때쯤이면 누구나 따스한 날씨에 만물이 약동하고 생명이 기운이 넘치는 자연의 숭고함을 느낀다. 야외에 나가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메마른 대지에서 푸르른 새싹들이 올라오고, 앙상한 가지에서 화사한 꽃들과 나뭇잎에 새순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오묘한 질서에 경외감을 느낀다. 그런데 금년의 봄은 이상스럽다. 눈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날, 우중충한 날이 많았다. 제때 피어야 할 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서 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역에...
2024.04.01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