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이후 4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광주의 5·18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5·18은 점점 성역화돼 특정인과 조직의 ‘소유’가 되어갔고 관련 기관은 탁상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5·18에 대해선 대놓고 말할 수 없었다. ‘5·18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항쟁 당시 상황을 겪은 이가 아니라는 이유, 그들에게 빚을 졌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시의회는 지난달 19일 5·18 문제를 다루는 ‘5·18특별위원회’를 구성, 내년 6월까지 활동을 이어...
2023.08.13 17:41지난해 1월11일 1군기업이라 불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려 1명이 다치고 6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해 말에 입주를 꿈꾸고 있던 이들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대참사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게다가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가 있기 7개월여 전에 이미 학동에서 철거공사를 하던 중 붕괴사고를 일으켜 17명의 사상자를 낳은 참사를 일으켰던 터라 더욱 그 파장은 컸다. 희생자들의 수습이 완료되고...
2023.08.08 15:53“한개 자치구에서 쏟아지는 현수막만 1만5000개가 넘습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재봉틀로 시장가방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김순철 서울환경연합 활동가의 각오다. 2004년 김 활동가가 처음으로 현수막을 재활용한 시장가방을 선보였다. 전국 지자체에서는 벤치마킹을 통해 현수막을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매립하거나 태웠던 현수막 처리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셈이다. 18년이 지난 현재도 현수막은 재활용되고 있다. 광양시의 경우(본보 2023년 7월25일자 8면 보도) 광양기후환경네트워크...
2023.08.06 15:46도시재생 사업의 새 바람을 일으킨 중견 스타트업 회사 어반플레이가 광주를 찾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장의 빈 점포를 활용해 카페, 갤러리, 팝업 스토어 등의 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인기 카페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아트 및 로컬 상품을 판매해 유동인구를 늘려 ACC 광장을 활성화한다는 포부다. 어반플레이는 서울에서 노후주택을 개조해 한국식 식음료 편집상점인 ‘연남 방앗간’을 만들고 폐유리공장을 개조해 예술가들의 작업실이자 쇼케이스 공간으로 탈바꿈한 ‘연남장’ 등을 성공시키면서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 어반플레이는...
2023.08.01 17:06“그런 사람이 애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요? 모범생인 우리 아이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만 봐도 교사로서 자격이 의심되네요.” A씨는 일터에선 수많은 민원에 시달리며 시도때도 없이 허리를 숙여야 하는 서러움을 가졌지만, 자녀 교육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나서는 학부모였다. 자녀가 학교에서 꾸지람을 듣고 오자, A씨는 곧장 학교장을 찾아가 능력없고 정서적 학대를 일삼는 교사가 교단에 남아선 안된다는 민원을 넣었다. ‘악성 민원’에 시달려온 A씨의 ‘자식을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었다. 교실이 붕괴되고 있다. 정확히는...
2023.07.30 15:57어린 시절 먼 미래의 모습일 거라 상상만 했던 기후변화가 일상 속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약 3도 이상 올라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4월에는 초여름 날씨가 온데간데없이 영하로 뚝 떨어져 사람도 꽃도 어리둥절한 한 달을 보냈다. 광주·전남에는 역대급 가뭄이 찾아와 일부 섬지역에서는 극한의 제한 급수가 이뤄졌으며 매일같이 절수 캠페인이 이어졌다. 5월엔 어땠을까. 난데없는 폭우로 곳곳이 침수돼 갓 수확을 앞둔 양파, 마늘밭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과수 농가에선 꿀벌 폐사의 후폭풍으...
2023.07.25 15:57‘순살 자이’, ‘통뼈 캐슬’, ‘흐르지오’, ‘자이아가라’. 모두 최근 신축 아파트에서 잇따라 발생한 붕괴사고나 침수, 철근 노출 등 부실시공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탄을 담아낸 기막힌 별명들이다. 인천지역의 푸르지오 아파트에서는 이번 폭우로 커뮤니티센터 일부가 침수되고 비상구 계단 등에서 빗물이 콸콸 쏟아지는 모습이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구면서 ‘흐르지오’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서울의 롯데캐슬에서는 창문을 통해 보이는 외벽에 시멘트가 뜯어지고 녹슨 철근 다발이 그대로 노출돼 ‘통뼈 캐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중...
2023.07.20 12:38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취임하고 첫 지방 일정으로 전남을 찾은 건 의외여서 지역 취재진도 관심이 높았다. 지난 10일 한동훈 장관은 영암 삼호중공업을 찾아 현장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었다. 전남을 첫 지방일정으로 선택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을 콕 찝어서 이야기했다”고 말하면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한 장관의 전남 챙기기는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한 장관은 11일 전남도청을 찾아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한 것은 전남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2023.07.18 17:25광주지방법원이 동맥경화를 앓는 중이다. 동맥경화란 혈관이 막혀 심장, 뇌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질병을 말한다. 광주지법을 동맥경화에 비유한데는 지난 2020년 12월 31일 법원에 접수된 한 재판 때문이다. 재판은 사건이 접수되고 다음해 2월 첫 공판이 열려 햇수로 4년, 일수로는 860일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1심 재판중이다. 형사 단독 사건에 혐의도 사기·변호사법 위반으로 간단했다. 형사 단독 재판은 보통 이렇게 오래걸리지 않는다. ‘202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형사 1심 불구속 사건은 선고까지 평균...
2023.07.09 14:25지난해 야심차게 출발한 직업병안심센터가 개소 1년을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센터의 역할은 모호하기만 하다. 이용자와 운영기관이 해석하는 ‘직업병’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직업병안심센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질병조사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용노동부가 관련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전국 10개 지역에 설치돼 있으며, 광주 역시 조선대병원이 지난해 5월부터 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내원환자를 중심으로 지역 내 직업병 사례를 모니터링·취합해 중앙에 보고하는 것을 주 업무로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2023.07.04 17:31“비가 올 때마다 제방에 문제가 생겨요. 언젠가 사달이 날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도 오가는 곳인데 이제 불안해서 어떻게 다니나요. 이번 사고로 어렵게 키운 농작물들도 다 망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광주 북구 석곡동에서 만난 한 마을 주민의 한탄 섞인 목소리다. 석곡천 인근에서 텃밭을 일구던 그는 폭우로 처참히 무너진 제방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몰려든 강물에 석곡천 제방 50m가량이 무너져 이른 아침부터 큰 소동이 일었다. 농사를 짓던 인근 마을 주민이 오전 5시30분께 자신의 논밭을 살피러 갔다 제방 일...
2023.07.02 19:14“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2020년 7월 25일. 광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을 탈바꿈한 광주축구전용구장이 문을 열었다. 국비 36억원과 시비 128억원, 총 164억원을 들여 헌 집을 새 집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전용구장은 본부석 상단 1547석의 고정석과 4면 8460석의 수납형 가변석으로 조성한 총 1만7석 규모에 클럽하우스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광주FC의 숙원을 해결해 준 보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개장도 전에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았고, 팬들 역시 같은 부분에서 ...
2023.06.27 17:05“대한민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들려오는 ‘정치 개혁’ 목소리가 새롭지 않은 건 언제부터였을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선거제 개편에 따른 선거구 획정도 미뤄지며 거대 양당이 서로 유불리를 따지고 기득권만 지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자뷔 같은 이 상황은 제21대 총선을 1년여 남긴 201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회는 ‘소수정당 우대’를 내걸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었다. 준연동...
2023.06.25 16:43매년 여름이면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은 초록빛 물이 가득하다. 무더위로 수온이 상승하고 여러 비점오염 물질이 호수로 유입돼 녹조가 가득한 것이다. 풍암호수공원의 수질개선을 두고 연일 시끄럽다. 녹조와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수질개선을 하자는 광주시와 수심·수량·수면적은 원형대로 유지하라는 주민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앙공원1지구 개발과 관련해 광주 서구가 수질개선 TF를 운영해 민간사업자는 지하수를 끌어와 호수를 채우며 ‘명품 호수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
2023.06.20 17:20“해수담수화 가동시설을 갖춘 업체·기관들이 기술을 공유해 담수화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시민들은 이번 가뭄을 계기로 물절약 생활화를 실천해야겠죠.” 지난달 20일 광양제철소 해수담수화시설현장을 견학한 이경희 광주환경운동연합 처장의 말이다. 해수화담수화기술은 지구상의 물 중 98% 해수를 인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만드는 설비로 가뭄을 이겨낼 대안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음용수,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을 얻어내는 일련의 수처리 과정이다. 해수를...
2023.06.18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