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1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만난 유가족들은 “보고싶다”, “그립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하지만 10월 29일만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지옥’이었다고도 말했다. 이태원 한복판에서 자식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머리가 하얘지며 허둥지둥 올라간 서울은 너무 넓었으리라. 한남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실종신고를 해보고, 받기만을 기다리는 전화에서 들려오는 건 가족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였다. 그렇게 수십시간을 헤매서야 겨우 만난 아들의 얼굴은 너무 차가웠고, 웃음이 많던 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
2023.11.07 16:18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한 화순군의 시책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화순군은 지난 8월부터 종이팩·폐건전지 교환사업, 재활용품 무인회수기 설치, 빈용기 반환수집소 설치, 재활용 동네마당 등을 운영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사업으로 9월 말 기준 종이팩 4180매 수거로 화장지 3200롤, 폐건전지 3만4190개 수거로 새 건전지 6838개가 교환됐으며 회수기를 통해 캔과 투명페트병 12만3480원 상당이 회수됐다. 빈용기수집소의 경우 같은 기간 소주병 3만3890개(338만9000원), 맥주병 4865개(63만2450원 상당)가 현...
2023.11.05 15:14구시청 사거리. 단번에 노란 지붕이 떠오르는가. 그 모양새가 각인된 탓일까? 광주사람에게 네이버 지도에 나오지 않는 지명인 ‘구시청 사거리’의 위치를 물어본다면,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킬 것이다. 어느새 ‘구시청 사거리’라는 대명사가 된 이 노란 지붕의 철제 구조물은 사실 (재)광주비엔날레와 광주시가 도심 곳곳에 건축적 성격의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인 ‘광주폴리’의 작품 중 하다. 이것(?)의 진짜 이름은 ‘열린 공간’이다.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한국 고전건축물의 누각, 처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설치작...
2023.11.02 15:48매년 이맘때쯤이면 바람에 엉겨 붙은 달큰한 냄새에 집중하곤 한다. 그 향이 만리까지 간다고 해 ‘만리향’이라는 별명이 붙은 금목서 이야기다. 금목서는 녹음이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이 되어 가지를 떠날 때쯤 꽃을 피우는 덕에 그 존재감이 더욱 빛나기도 한다. 하지만 75년 전 가을에는 달랐다. 이 향긋한 꽃 냄새도 지독한 피비린내를 가릴 수는 없었다. 1948년 10월19일 시작된 여순사건은 당시 여수시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가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무장 반란을 일으켜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
2023.10.31 15:33어릴 적 어른들이 맥주 한잔을 벌컥 들이키곤 ‘캬-맛있네. 시원해’를 연발하는 모습에 도대체 저건 무슨 맛이길래 저렇게 맛있게 마실까 궁금해하곤 했다. 물을 찾다 잘못 마신 맥주의 맛은 ‘캬’는 커녕 그 자리에서 모조리 뱉어버릴 정도로 썼다. 이제는 어른들이 말했던 맥주의 맛이 단순한 맛이 아닌 친구를 만나든 혼자 사색을 즐기든 그날의 노고를 맥주 한잔으로 씻어내는 일종의 정화 의식임을 알게 됐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 나만의 정화 의식조차 위협받고 있다. 맥주 네 캔에 1만원은 옛말이 됐고 주점·음식점 맥줏값은 6000...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2023.10.22 17:34광주 광산구 시설관리공단의 ‘방만 경영’이 지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내부 갈등으로 조직문화는 와해되고 있고, 주민 혈세는 어디에 쓰이는 지 알 길이 없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광산구 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14년 설립 당시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범했다. 청소 노동자와 연결된 퇴직금 정산문제와 노동자 처우 문제가 지속적인 이슈였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전임 이사장이 임기 3년을 채우지도 못한 채 갑작스런 사의를 표하는가 하면, 최근 광산구로부터 내부감사 등을...
2023.10.18 12:50도심 속 현수막은 항상 골칫거리다. 특히 선거철, 공휴일 등 기념일만 되면 두배로 늘어난다. 이번 명절도 그랬다.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오죽하면 소음공해, 매연공해, 오폐수공해, 빛공해보다 심각한 문제가 현수막공해라는 말까지 있다. 현수막공해는 지난해 12월 수량과 장소 제한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게 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 되면서 더 심해졌다. 법은 지자체의 허가나 신고 없이도 정당 정책·현안에 대한 현수막 설치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수막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인천시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들이 자체...
2023.10.15 14:22지난 8일 막을 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근대5종에서는 총 네 명의 한국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음에도 단체전에서 서창완을 제외한 전웅태와 이지훈, 정진화만 금메달을 수여받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규정 변경이 이뤄졌던 탓인데 4명이 출전해 각각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었으나 상위 3명의 기록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결국 한국 4명 중 가장 순위가 낮았던 서창완이 메달을 받지 못했다. 반면 야구에서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메달을 받은 선수가 두 명 나왔다. KIA타이거즈 외야수...
2023.10.10 17:22지난겨울 ‘카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캄보디아 국적의 한 이주 노동자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의 ‘집’이라는 5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만난 카임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카임씨는 그의 고용자와 고용센터 간의 소통 오류로 고용허가 기한을 놓쳐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된 상황이었다. 광주에서 터를 잡고 생계를 꾸려온 지 수년째였음에도 막상 어려움이 닥친 그가 도움을 청할 사람은 없었다. 그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몇 없는 ‘지원 기관’ 뿐이었다. 광주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그 중 하나였다. 카임씨는 센터의...
2023.10.03 16:15올해 2월부터 5·18을 담당·취재해 왔다. 숨은 오월열사들을 발굴하고, 드러나지 않은 항쟁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내는 기사를 쓰겠다는 부푼 꿈을 꿨다. 광주 시민이자 지역신문기자로서 자랑스럽게 5·18 현장에 임했지만 실상 여기저기 던지는 돌에 맞아 꿈이 터져 버렸다. 두 5·18 공법단체(부상자회·유공자회)가 특전사 단체와 화해 행보를 취하는 것에 시민사회는 반대했고, 그 갈등이 2월부터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있다. 기념행사를 주관하는 5·18행사위원회에서도 공법단체가 빠지는 등 상처가 봉합되기는커녕 더욱 벌어져 갔다....
2023.09.26 16:53전 세계 e스포츠인들의 축제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월드컵)’이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된다. 예선전은 내달 10일 서울에서 시작된다. 이어 부산에서 8강과 4강을 진행, 결승전은 11월19일 다시 서울로 돌아와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다. 올해 롤드컵은 세계 지역별 리그와 선발전을 통해 진출권(시드)을 따낸 22개 팀이 참가한다.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린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최근 치러진 2018년에는 4강전이 광주여자대학교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당시 8강은 부산 벡스코, 결승은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
2023.09.25 16:51바다의 황제라 불리며 고급 수산물의 대표로 꼽히던 전복의 명성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완도에서는 전복 어민들의 파산신청이 급증하는 추세다. 전복 가격 폭락이 지속되면서 전복 양식 어가의 소득이 급감하고 결국 어가 부채 증대로 이어져 지역 경제 위축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릴 적 완도에서 살았던 나 역시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어느 자리를 가나 완도가 고향이라 밝히면 되돌아오는 질문은 항상 “부모님이 전복 양식을 하시나요?”였다. 부모님이 전복 양식을 짓지...
2023.09.21 12:35커피 마대자루가 변신하고 있다. 10단계 공정과 40년 경력의 봉제장인들이 제단·고연화 작업을 거치고 나니 에코백으로 뚝딱 새활용 되고 있다. ‘새활용’은 업사이클링과 같은 표현으로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구례 화엄사가 지난달 5일부터 크기·종류별로 분류된 5가지 에코백을 내놓았다. 제품 크기별 3만~7만원선이며 수익금은 올 연말 지역 소외계층에 쓰일 예정이다. 자원 새활용과 지역 복지에 보탬이 될것으로 기...
2023.09.10 14:23유독 낚시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여수에 살고 있는 가까운 지인으로, 주말이면 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나간다. 지인을 따라간 적이 있다. 일 년 전 이맘때쯤 새벽 일찍 여수 국동항 인근에서 출항해 먼바다로 향했다. 지인을 포함해 4명이서 배를 탔다. 갈치를 잡기 위해 포인트로 이동하는 도중 멀미약을 먹었어도 울렁이는 파도를 참지 못해 계속 헛구역질을 했다. 시간이 흘러 잠잠해진 배위에서 낚싯대를 놓고 한참을 기다렸다. 결국 몇마리 잡지 못하고 육지로 돌아왔지만 배 위에서 지인들과 함께 끓여 먹은 라면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2023.08.31 12:53광주시가 총 48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조성할 정율성 역사공원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까지 나서서 “직을 걸고 이 사업을 저지시키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부가 별별 행정수단, 감사권을 동원해 사업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광주시가 “당당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공세가 세질 수록 지역사회 불안감도 커진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반대하는데 굳이 사업 추진을 강행하는 것이 맞냐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되고 나아가선 정치·행정적 불이익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2023.08.29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