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창극(唱劇)이란 장르가 생겨났을까? 창극은 문자 그대로 창(唱)과 극(劇)의 복합 장르다. 창은 판소리를 가르키는 말이고 극은 연극을 말한다. 판소리로 하는 음악연극이라는 뜻이겠다. 오늘날로 말하면 뮤지컬이니 음악극이니 하는 따위가 이 범주에 속한다. 20여년 전 내가 진도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있을 때, '민요창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노래극을 만든 적이 있다. 극본은 고 곽의진 작가에게 맡기고 노래는 유장영 감독에게 맡겼는데, 내 의도는 판소리가 아닌 진도의 민요를 매체 삼아 연극을 꾸며보자는 것이었다. 방송 등 언론에서...
편집에디터2021.11.04 15:31사람은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얀 비둘기는 얼마나 넓은 바다를 날아야 모래 위에서 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들이 오가야 그것이 영원히 금지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다네/ 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있네. 이것은 노래일까 시(詩)일까? 음악일까 문학일까? 아니면 음악이나 문학이라는 장르일까, 사회현상으로서의 행위일까? 국립국악원에서 펴내는 '국악누리'에 올해 1년간 연재를 했다. 그 마지막 질문을 이렇게 던졌다. 독자들을 향한 질문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나 자 남도발라드 가수 김정호 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위 밥딜런의 노래, 아니지 시(詩)들을 줄곧 묵상해왔다.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를 노래로 호명해야 하나, 문학으로 호명해야 하나. 마르셀 그라네는 이렇게 얘기한다. "...
편집에디터2021.10.28 13:32고대도 귀츨라프 선교기념비와 기념비문, 이윤선 1816년 바질할 대령과 머레이 멕스웰의 영국 국적 군함 프리키트함 알세스트호(Alxeste)와 범선 리라호(Lyra)를 최초 영어성경 전래사건으로 비정한다. 16년 후, 귀츨라프의 애머스트호를 한문성경 전래와 실질적인 최초의 개신교 전도라고 한다. 지난 칼럼에서 이를 다루었는데 한 페친으로부터 조언을 받았다. 제너럴셔면호 사건과 대동강변 순교로 알려진 1866년 토마스 선교사의 한문성경 전래 이야기다. 이때의 성경을 어떤 병사가 벽지로 사용했다가 전도로 이어졌으며 개신교에서는 이를 큰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정보였다. 당시 서구의 침략에 분노한 조선 백성들에게 맞아 죽었다는 점과 더불어 그 의미를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짚어두고 싶은 것은 귀츨라프 일행이 도착했다는 정박지다. 이를 두고 충남 원산도와 고대도 간 다툼이 있었다. ...
편집에디터2021.10.21 16:27사전에서는 항구를 이렇게 설명한다.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도록 강가나 바닷가에 부두 따위를 설비한 곳'. 포구를 이렇게 설명한다. '배가 드나드는 개의 어귀'. 언제부터 이런 용어들이 사용된 것일까? 조선시대까지 '부두(埠頭)'를 항구(港口)로 표기한 예는 거의 없다. 고종 이후에야 무안항(務安港) 등의 용어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것이 지금의 목포항이다. 1897년 10월 개항한 이후 무안항이었다가 1910년 목포부로 개칭하면서 목포항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배를 대어 사람과 짐이 뭍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라는...
편집에디터2021.10.14 17:03한국최초 성경전래지. 서천군청 제공 6월 25일 어느 나라 배인지 이상한 모양의 삼범죽선(三帆竹船) 1척이 홍주(洪州)의 고대도(古代島) 뒷 바다에 와서 정박하였는데, 영길리국(英吉利國)의 배라고 말하기 때문에 지방관인 홍주 목사(洪州牧使) 이민회(李敏會)와 수군우후(水軍虞候) 김형수(金瑩綬)로 하여금 달려가서 문정(問情)하게 하였더니, 말이 통하지 않아 서자(書字)로 문답하였는데…. 1832년, 「순조실록」 32권 7월 21일 기사 내용이다. 지난 칼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전래자로 알려진 귀츨라프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이것을 이양선의 출몰과 관련하여 풀어본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성경을 전래한 사람이 귀츨라프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른바 대항해시대로 불리는 격동의 시기,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 유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동양을 침탈하던 때이다. 무역을 빌미 ...
편집에디터2021.10.07 17:17"외기러기 날아가 쉬는 곳이 어디냐/ 구름아 물어보자 너만은 알고 있지/ 외기러기 날아가 앉을 곳이 어디냐/ 바람아 물어보자 너만은 알고 있지/ 어릴 적 옛친구 지금은 무엇할까/ 내 고향 앞산에는 뻐꾸기 울겠지" 잘 알려진 김정호의 노래다. 매년 가을이 되면 이 노래를 떠올린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가을 우수(憂愁)와 자연의 섭리가 이 노래를 호출하는 모양이다. 기러기 노래는 미련의 정조(情操)를 반영한다. 찬바람 나는 계절, 이루지 못하거나 풀지 못한 심사를 기러기에 투사했다는 뜻이다. 기러기는 가을에 ...
편집에디터2021.09.30 17:03"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9월 21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행한 기조연설 중 한 대목이다. 각국의 언론들이 주목했다. 지지하거나 ...
편집에디터2021.09.23 16:44명절 두부탕(소고기). 블로그 꾸니쑤니의 소확행에서 캡쳐 해마다 명절이 되면 어머니는 '밀백기'를 만드셨다. 추석과 설은 물론 유두 백중에도 빠짐없이 준비하셨다. 설날 필수적으로 장만하는 것이 조청(엿)이고 추석날 필수로 준비하는 것이 송편이라면 모든 명절을 통틀어 준비하는 음식이 '밀백기'다. 송편도 각각의 명절마다 준비하던 것이었지만 어느 시기부턴가 추석 음식으로 정착되었다는 점, 몇 차례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설날 가래떡을 찍어 먹기 위해 조청을 준비한다는 점도 지난 칼럼에서 소개해두었다. 그렇다면 왜 명절에 밀백기를 해야만 했을까? '밀+백기'에서 '밀'은 명절을, '백기'는 두부조림 혹은 두부탕을 말한다. 진도, 해남 등 남도 일부 지역에서 명절을 '밀'이라 한다. '밀'이란 명칭의 분포권은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잔존지역보다 훨씬 넓었을 것이다. ...
편집에디터2021.09.16 16:18"점점 조절되고 길이 들어 달리 마음 쉬어지고, 물 건너고 구름 뚫어 걸음걸음 따라오나, 손에 고삐 잡아 조금도 늦추지 않고, 목동이 종일토록 피곤함을 잊어라." 명언 같은데 알쏭달쏭하고 오래된 시어 같은데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연초 배냇소와 더불어 소개했던 십우도(十牛圖)의 한 장면이다. 본성을 찾는 것을 소에 비유한 선화(禪畵)이기에 심우도(尋牛圖)라고도 한다. 종교적 깊은 뜻을 두루 알 수는 없지만, 쇠고삐 틀어쥐고 소를 이끄는 것 정도는 이해하겠다. SNS에 걸어둔 내 표제어, '깔 비고 소 띠끼고'의 의미라고나 할까. 항...
편집에디터2021.09.09 16:44조오환 오하이 주립대학 강의. 2013년 진도민속예술단 "싸구려 어허허 굵은 엿이란다 정말 싸다 파는 엿/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석달 열흘 백일삼제/ 화초가리 더덕가리 동삼가리가 다 들어간 엿/ 열아홉살 먹은 크내기가 동삼물로 제조를 했다 지름이 찍찍 흐른다~" 2009년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졸업식 발표회 장면 중 하나, 객석의 뒷자리에서 갑자기 엿판을 든 엿장수가 등장하더니 관객들을 훑으며 무대로 올라온다. 엿가위로 리듬을 맞추며 해학적인 엿타령을 구수하게 뽑아낸다. 저자에 흘러 다니는 말은 '엿장시 맘대로'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격조 있고 운율 있는 노래이니 '엿장수 가락'이라고나 할까. 무대에 오르자 걸쭉한 입담이 판소리의 아니리처럼 이어진다. "에, 이 엿장시로 말할 것 같으면 저 멀리 진도에서 올라온 엿장시인디, 오늘 엿을 쪼깐 많이 폴아서 진도 갈...
편집에디터2021.09.02 15:34개의 친밀감에 대하여 개가 얼마나 친밀한 존재이고 심성적 존재인가에 대해서는 몇 차례 장그르니에를 인용해 소개한 적이 있다(장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민음사, 1997).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개의 부류는 '친밀감'을 속성으로 한다. 인간의 친구인 개, 인간이 얻은 가장 고상한 피정복물 아니 지금은 동맹관계로 바뀌어버린 말(馬), 흔히 무고한 희생물의 대명사로 사용되기까지 하는 비둘기, 이 동물들만큼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없다. 토끼를 비롯한 다른 몇 동물들도 이 부류에 포함 시킬 수 있을까. 인간은 친밀감...
편집에디터2021.08.26 16:34"한 깊은 시인의 숨결에 묻어나는 삶의 성찰과 인문학적 상상력", "남도 문화의 숨결과 고전 계승을 담은 토속적 시편들", 이번에 펴낸 졸저 에 붙인 출판사와 서점들의 카피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송기원 선생은 이런 표사(表辭)를 써주셨다. "이윤선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고여 자칫 글자를 놓치고는 하였다. 일자무식으로 평생을 살아낸 늙은 아버지와 일찍이 홀어미가 되어 세 남매를 거느리고 선창의 주모 노릇을 하다가 씨받이까지 된 어머니, 그 씨를 받아 금이야 옥이야 소중하게 길러낸 큰어머니, 배다른 누이들...
편집에디터2021.08.19 16:58말레이시아 말라카 정화박물관에 전시된 정화선단 모형도. 이윤선 말라카 황징항(皇京港)에서 마조해협까지 오래전 중국 복건성 천주시에 갔을 때 깜짝 놀랐던 것이 있다. 신라여관, 신라 주유소, 신라 다리 등 신라라는 수식을 건 간판이나 이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적화원이라는 절을 복원하여 관광지가 된 산둥반도 석도진을 포함해 신라관, 신라방, 신라소, 신라원의 거점이 천주시를 위시한 복건성 지역이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3년여 오가며 현장조사를 했던 절강성 주산군도의 보타도 앞에는 심지어 '신라초'라는 이름의 암초가 있다. 얼마나 많은 신라의 배들이 이곳에 부딪혔으면 신라초(新羅礁)라는 이름을 붙였겠는가. 혹은 얼마나 많은 신라 사공(선장)들이 배를 몰고 이곳을 지나다녔으면 이같은 이름을 붙였겠는가. 물론 신라초에는 신라로 싣고 오려던 관음불과 관련된 몇 가지 설화...
편집에디터2021.08.12 15:27담양 죽산매구 김종혁씨가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는 대나무장구. 대나무 장구 소리가 유려하다. 몇 년 전이든가 담양에 들렀다가 들은 소리다. 날렵한 자세로 장구를 두드리는 춤사위가 곰삭았다. 무릎을 구부려 질겅질겅 스탭을 밟으니 소가 무논에서 쟁기질하는 모양이다. 굿거리다. 참새가 마당을 쪼르르 달리는 모양도 나온다. 휘모리다. 오금을 구부렸다가 폈다가 하는 동작들이 그침이 없다. 대삼 소삼이 어울리고 궁편 채편이 어울린다. 굵은 음이 잔 음을 에워싸며 교융(交融)한다. 왼쪽과 오른쪽이 혼융하고 큰것과 작은 것이 교섭하며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견준다. 결이 다른 음들을 받아들이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낸 음마저도 다시 끌어안는다. 대나무로 만든 장구여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우리 음악 전반이 그렇다. 음악만 그러할까? 예컨대 활도 굽은 모양에 따라 밭은오금이 있고 한오금이 있으...
편집에디터2021.08.05 15:22한국의 갯벌(Korean Tidal Flats), 영문으로 갯벌(Getbol)이라 쓴다. 2021년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지역적으로는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에 한정되었지만 우리나라 전체 아니 서해며 황해 전체로 확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2025년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거나 추가로 등재될 지역을 포함해 연속 유산의 구성 요소간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유산의 보존에 부정적 ...
편집에디터2021.07.29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