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의지의 한국인 그(왼쪽에서 세 번째)와 마하무드(그의 오른쪽) 등 나이트 다이빙 떠나기 전에 서로 의기투합했다. 1. 중도 출수 "선생님 선생님 충고대로 이제는 다이빙하면서 사진 찍지 않아요. 아예 들고 가지도 않거든요. 좀 더 실력을 키워서 멋진 모습으로 찍으려고요." 붕붕 떴던 남자가 클래스 룸에 있는 내게 와서 말했고 나는 그의 말을 바로 받았다. "그래그래 잘했어. 나도 물속 사진이 한 장도 없어. 어드밴스 교육 마지막 날 센터에서 찍어주긴 했는데 엉거주춤한 자세라 마음에 들지 않아. 좀 더 잘했을 때 찍으려고." 그가 붕붕 뜰 때 그의 오른 손목에는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그 와중에도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나는 그의 손목에 매달린 카메라를 빼앗아서 던져버리고 싶었다. 마하무드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가면 블루홀에 가지 않겠다고 엄...
편집에디터2019.09.19 15:009-1. 펀 다이빙 가이드 마하무드가 브리핑하고 있다. 1. 나이트 다이빙 다이브 마스터 훈련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나갔다. 조나단의 무뚝뚝함과 말투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겨울이 우기이지만 한 두어 번 비가 온다던 다합에 비가 내렸다. 센터 직원들은 어린아이처럼 비를 맞고 뛰어다녔다. 내 실력도 차곡차곡 늘어갔다. 나는 나이트 다이빙을 DMT 중에서 제일 많이 간 훈련생이 되었다. 나이트 다이빙은 기존 장비에 손전등만 추가되었을 뿐인데 묘한 매력이 있었다. 둥그런 불빛 속에 갇힌 산호초와 바다 생물. 모래밭에 무릎 꿇고 앉아 전등을 끄고 팔을 휘저을 때 동작에 따라 출렁거리던 깨알 같은 플랑크톤 빛. 출수 100m를 남겨 두고 어둠 속 바다를 유영할 때는 흡사 자궁 속이 이런 곳이 아닐까, 라는 평온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킥 차는 소리, 달빛에 물든 ...
편집에디터2019.08.29 12:408-1. 다합의 아침 1. 즐거움의 필요성 아무리 힘들어도 아침 6시 10분이면 숙소를 나서서 달린다. 익숙해진 거리, 인사를 나누게 된 몇 사람들, 나를 반겨주는 개. 조물주가 큰 붓질을 한 것처럼 마티르 강한 새빨간 해무리가 옆으로 펼쳐져 따라오기도, 수묵화 같은 잿빛이 잔잔하게 물들어 가는 하늘과 바다가 그려지기도 한다. 달리다가도 해가 떠오르면 뛰는 것을 멈춘다. 그곳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는 찬란하고 신선하고 고귀한 기운을 들이마신다. 그 싱싱함에 오늘을 살 기운을 얻어 파닥거린다. 어떤 날은 괜스레 가슴이 뭉클해서 슬쩍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슬퍼서일까. 힘듦과 서운함 혹은 깊은 회한 같은 것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위로일까. 가슴이 부풀어 올라 되돌아갈 때는 자꾸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해는 구름 ...
편집에디터2019.08.15 14:037-1. S 강사(가운데)와 J. 이상하게 다이빙을 함께하고 나면 지상에서와 다른 친밀감이 생긴다. 1. 강도 높은 훈련 교육을 따라 들어가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거의 30kg 장비를 착용하고 하루에 4~6번 다이빙이 이루어졌다. 9시 30분부터 시작하여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끝날 때가 많았다. 온몸이 슈트 안에서 염분에 절어 퉁퉁 불어 올랐다. 손과 발도 붓더니 손톱과 발톱 끝이 갈라졌다. 짠물에 내내 잠겨 있던 손톱이 장비 세팅과 해체를 반복하다 보니 견뎌내지 못했다. 그곳에 바셀린을 발랐다. 며칠 더 지나니 허리 위쪽 부분에 염증이 생겼다. 공기통을 짊어졌을 때 끝이 닿는 부분이었다. 비상약으로 가지고 온 마데카솔을 발랐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바르지 않은 것보다 낫겠지 싶었다. 숙면을 취하기도 힘들었다. 이론 공부를 하다가 잠들곤 했는데 자정 전에 다리가 경직되...
편집에디터2019.07.31 19:046-1. 같은 DMT 동기인 규와 J. 1.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의 일상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이 된 뒤로 일상도 변했다. 6시가 조금 지나면 숙소에서 오른쪽으로 2km를 달렸다가 되돌아오는 것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다이빙 가방은 더욱 꼼꼼하게 쌌다. 다이빙을 하고 나면 그다음 다이빙 시간까지 젖은 슈트를 입고 있어야 한다. 기온은 주로 20~21도. 한국의 늦가을 날씨다. 그나마 해가 날 때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병아리처럼 움직여서 추위를 쫓을 수 있다. 흐린 날은 곤욕이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따뜻한 음료와 옷, 수건은 기본이다. 물속에서 호흡기에 의지하여 숨을 쉬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다이빙을 할 수 없다. 매일 아침 40분 일찍 다이브 센터로 간다. 센터에 8시 15분 정도에 도착하면 장비를 먼저 챙긴다. 전날 건조대에 말려놓았던 웨트 슈트 S사이즈를 걷어 로...
편집에디터2019.07.18 10:095-1. Canyon 펀 다이빙 갔을 때 마하무드와. 1. 이메드 다이빙 센터에 출근하면 시커멓게 탄, 숱 많은 속눈썹에 깊은 눈매를 가진 중동 남자 몇이 그림자처럼 센터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색 바랜 성장은 초라하기까지 하다(다합은 새것이랄 것이 없다. 짠 바람과 강한 햇살은 선명한 색을 금방 바래게 한다). 심지어 말수조차 적다. 커다란 눈으로 한 곳을 응시하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그들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나는 그들이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인 줄 알았다. 교육을 받을 때는 늘 긴장하고 있어서 한국 강사 외에는 관심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오늘만 무사하면 모든 것에 무관심해도 될 때였다. 묵직한 그들이 슈트를 입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틀 동안 펀 다이빙을 다니면서 나는 물속 고수 두 명을 만났다. 다합을 떠나기 전까지 내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
편집에디터2019.07.04 13:05DMT 동기 규와 물속에서 하트 만들기 1. 다이브 마스터(DM)가 되기 위한 열한 가지 테스트 목록어드밴스 교육까지 나는 조나단과 줄리아의 손님이었다. 다이브 마스터 트레이닝(DMT)은 달랐다. 교육비를 내고도 직원이 되어야 했다. 아니, 도제식 교육 훈련생이랄까. 모든 것을 알고 훈련에 임한다고 했지만 막상 이론과 실전은 달랐다.늘 나를 어렵게 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였다(차차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다행하게도 치러야 할 시험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쉬웠다는 말이 아니다. 만만치 않은 시험이 나를 기겁하게 했지만 배짱부릴 여유는 있었다.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렇게 중얼거렸다.'음,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얼마나 더 하라고?'훈련받을 때는 어떤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다이빙이 서툴러 기술을 익히는데 급급했을 수도 ...
편집에디터2019.06.20 14:09줄리아와 조나단과 함께. 1. 줄리아수심 15m에서 나를 마주 보며(변기에 앉은 자세로 뒤돌아보며) 이끄는 줄리아의 입술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 속 두 눈은 강렬했고 한시도 내게 눈을 떼지 않으면서 수신호를 보냈다. 입수 전 그녀가 말했다."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물 밖으로 바로 나올 수 있어요. 오픈워터는 최대 수심이 18m밖에 되지 않거든요. 정말로 문제가 생기면 급상승해도 죽지 않을 깊이라는 거죠. 하지만 나오고 그렇지 않은 것은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강사라고 해서 물속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거든요. 견디는 거죠. 자꾸 올라가는 버릇하면 수심 30~40m에서는 어떻게 하죠?"그녀는 조나단의 아내 줄리아(그녀도 강사다)였다. 장비 교육을 받을 때 너무나 똑떨어지는 설명에 살을 베이는 듯한 날카로움이 느껴져서 심리적인 거리를 두고 있던 참이었다....
편집에디터2019.06.06 14:58※ 편집자 주 : 2018년 12월 27일부터 그해 2월 19일까지 이집트 다합(Dahab)에서 55일 동안 머물면서 스쿠버다이빙 다이브 마스터(DM)가 되는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물 공포증이 있던 필자가 고민해야 했던 훈련뿐만 아니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봤던 시간들이었다. 견뎌냈을 때 발견한 것은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여유였다. 생생한 체험(깨달음)을 12회 연재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2-1.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다이브 마스터 훈련생들(DMT)과(필자는 왼쪽에서 두 번째). 1. 오픈워터 과정 첫 입수하는 날 스몰 사이즈 5mm 웨트슈트는 가슴과 옆구리를 조여 왔다. 약간 낀다 싶은 잠수복이 물 저항과 체온 유지에 적당하다고 했다. BCD(부력조절 조끼)와 공기통, 9kg 웨이트...
편집에디터2019.05.29 10:45차노휘 소설가·도보여행가 황금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다합. 다합의 일출도 황금빛이다. 수평선 너머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편집자주 : 2018년 12월 27일부터 그해 2월 19일까지 이집트 다합(Dahab)에서 55일 동안 머물면서 스쿠버다이빙 다이브 마스터(DM)가 되는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물 공포증이 있던 필자가 고민해야 했던 훈련뿐만 아니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봤던 시간들이었다. 견뎌냈을 때 발견한 것은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여유였다. 생생한 체험(깨달음)을 연재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1. 관념적인 물 공포증 물속 세상이 궁금해진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요르단 와디무집(Wadi Al Mujib) 계곡 어드밴처 때였다. 로컬가이드와 물살을 헤치며 단계 단계 계곡을 거슬러 목적지(Siq Trail)에 도...
편집에디터2019.05.09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