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 통곡의 벽 입구에서 카파를 쓴 유대인 아이가 일회용 카파 상자를 보고 있다. 남자들은 카파를 써야 통곡의 벽까지 갈 수 있다. 1) 이스라엘에서의 환영 인사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횡단보도 없는 도로를 건너려 할 때면 달려오던 차가 멈췄다. 차가 다니기 이전부터 사람이 걸어 다녔던 곳이라고 해서 유럽은 무조건 사람이 우선인 곳이 많다. 이집트보다는 요르단이 도로 교통이 그나마 양반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걸어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암만에서 렌트한 차를 반납했을 때 숙소까지 운동 삼아 걷고 싶었다. 50분 정도 걸으면 되었다. 하지만 20분도 걷지 못하고 우버 택시를 불러야 했다. 이집트든 요르단이든 철저하게 자동차 중심이다. 횡단보도는 찾기 힘들다. 있다하더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무단 횡단이 일상이다. 이스라엘 육로 입국장을 나와 예루살렘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편집에디터2020.04.23 13:111) 앗, 비행기를 놓쳤다! "어떻게 너는 그것을 착각할 수가 있니?" M이 내게 물었다. "요즘 날짜 감각이 없어. 뭐,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뭐." 나는 그의 질문에 비교적 담담하게 말했지만 오늘 인생 최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M을 만나기 한 시간 전이었다. 휴대폰에서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에 예약한 숙소 알람이 떴다. 예약 날짜가 오늘이었다. 실수할 내가 아니었다. 불안한 마음에 비행기 출발 일을 확인했다. 월요일 13시 30분이었다. 앗, 오늘이 월요일이잖아? 알고 났을 때는 이미 늦었다. 한 시간 안에 짐을 꾸려 공...
편집에디터2020.04.09 13:1123-2. 와디무집 계곡 어드밴처, 물살에 누워서 몸 맡기기. 요르단은 관광국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유적지뿐만 아니라 가나안에 자리 잡은 나라여서 기독교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모세와 이스라엘인이 이집트 땅을 떠나 약속의 땅으로 향하면서 지나갔다고 하는 왕의 길, 모세가 죽었던 네보 산,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았던 요르단 강 등이 있다. 대다수의 요르단 사람들은 무슬림이지만 기독교와 유대교 유적지를 잘 보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비한 지형이 여러 곳이다. 《아리비아의 로렌스》 영화 배경이 되었던 와디럼의 광활한 사막에서의 사막 체험, 유일한 항구인 아카바에서 스쿠버 다이빙, 소금 호수인 사해에서 몸을 둥둥 띄우거나 머드 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요르단 관광지 입장료는 유독 비싸다. 페트라의 경우 내국인에게는 1디나르(2천 원 정도)를 받는 반면 외국인에게는...
편집에디터2020.03.26 14:2422-1. 호수를 품고 있는 마른 산. 1) 사막에서 운전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 차를 렌트하기 위해서 우버 택시를 탔을 때 운전사는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커피를 내게 건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요르단에서는 아침에 커피와 담배가 비타민이에요." 처음에는 그의 말이 의아했지만 곧 알게 되었다. 커피 배달을 하는 아저씨를 만난 뒤부터였다. 커피 값도 쌌다. 동전 하나인 0.5디나르(800원 정도). 다운타운으로 걸어가면서 매번 보던, 작고 초라한 구멍가게가 그의 것이었다. 덤으로 물까지 주었다. 매일 아침이면 그의 가게에서 커피와 물을 사서 차 안에 두었다.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다 된 것이다. 이곳에서 운전을 하면 마른 사막에서 니코틴 냄새를 맡는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사막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로 위에서 말이다. 풀 한 포기 없는 둔덕 위 모스...
편집에디터2020.03.12 13:2121-1. 엠피시어터 위로 블러드 문이 떴다(스마트폰으로는 붉은빛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1. 낯선 남자를 따라가면 생길 수 있는 일 어른들은 말한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어른이 된 아이는 그 말을 무시하기도 한다. '호기심 때문이다. 어디까지 가나 보자'라는. 호기심이 때로는 사람을 '잡'는다. 내가 암만에서 3일째 머무르고 있을 때이다. 그날도 올드타운을 산책 겸 걷고 있었다. 한 가지 미션이 있었다. 괜찮은 식당을 찾는 것. 요르단을 포함하여 중동 사람들 식사는 양고기, 요구르트, 빵(쿠브즈 아라비: Khubz Arabi)이 기본이다. 얇고 납작한 빵을 맨 손으로 집어서 소스에 찍어 먹거나 양고기 등을 싸 먹기도 한다. 콩으로 만든 길거리 요리도 많다. 콩을 삶아서 으깨서 다른 야채와 섞어 기름에 튀기거나 하는 것. 자주 먹어서인지 느끼했다. 후식은 내...
편집에디터2020.02.27 13:3320-1. 시타델 남쪽에서 바라본 암만 전경. 암만 시내가 발아래에 있다. 1. 냄새 모 사진작가가 말했다. 공항마다 독특한 냄새가 있지만 공항 건물을 빠져나와 담배 한 대 피우면 담배 향이 그 모든 냄새를 덮어버린다고. 요르단 퀸 알리아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는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냄새가 아니라 소리 때문이다. 클랙슨 누르는 소리, 노점상 호객소리 등 소리라는 소리로 가득 찼던 이집트와는 달리 요르단은 평화로웠다. 2시간 30분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을 뿐인데… 조용할수록 카이로 도로가 그리웠다. 그곳 사람들까지도. 늦은 오후 암만(Amman)에 있는 올드타운과 뉴타운을 돌아다녔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던 우버 택시 기사 아멘이 시간을 내주었다. 아메리카 대학에 다닌다는 그는 뉴타운을 소개할 때 흡족하게 웃었다. 그의 아파트가 그곳에 있었다. 나는 세련된 뉴타...
편집에디터2020.02.13 16:3519-1. 헤이즈 온천. 생애 처음 오아시스에서 비키니 입기. 1. 뉴욕에서 온 나탈리아와 사막에서 비키니 입기 사막에서 하룻밤 꼭 자고 싶었다. 이집트를 떠나기 3일 전 숙소 리셉션에 신청했다. 로컬 가이드가 동행한다고 해서(다시 말하면 베두인 남자와 단 둘이 사막에서 비박을 한다고 해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라 비쌌다. 이집트 5대 사막 중 한 군데인 바하리야(Bahariya Oasis). 카이로에서 다섯 시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숙소로 데리러 왔다. 차문을 열었을 때에야 알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여자가 앉아있었다. 부스스한 곱슬머리에 가슴을 절반이나 드러 내놓고 있는, 막 침대에서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이지만 부모 때부터 뉴욕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무역 회사 비서이자 스...
편집에디터2020.01.30 12:5618-1. 개구쟁이 미나(가운데)는 나를 볼 때마다 못살게 군다. 오른쪽은 케럴. 1) You are my sister. 두 번째 밀렌드 집을 방문했을 때는 그의 부모님이 정식으로 나를 초대했다. 사무실에서 밀렌드를 만나 지하철을 10분 타고 내려서 툭툭이를 탔다. 툭툭이 기사가 어찌나 외국인인 나를 째려보는지… 그는 밀렌드가 외국인 요금이 아니라 현지인 요금을 낸다고 하니깐 가는 내내 바가지요금을 씌우지 못한 것에 대해 투덜거렸다. 그의 억양과 힐끔 거리는 표정으로 충분히 상황을 짐작했다. 밀렌드도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물건 흥정을 이렇게 배우는지도 모르겠다. 이틀 전 밀렌드와 그의 형 미나와 번화가에 간 적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허락했다. 나는 저녁 9시가 지난 시간이었지만 은근히 현지인과 외출하는 것에 기대를 했다. 운동을 좋아...
편집에디터2020.01.09 14:0817-1. 이집트에서의 식사(맞은편이 밀렌드 아버지). 1) 터키 커피 이집트는 늘 하루가 길다. 어떤 사건부터 먼저 적어야 할지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노트북 열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지옥과 천국을 빈번하게 경험한다. 이런 경우를 입체적인 하루라고 해야 할까. 긴 하루는 터키 커피를 마시면서부터 시작된다. 터키 커피는 원두와 불의 성질, 끓이는 순간의 기술이 어우러져야 한다. 자그마한 구리 잔에 원두 가루를 넣고 찬물을 부은 다음 약한 불에서 끓인다. 거품이 일어 커피포트 위로 넘치려는 순간 불에서 멀리한다. 커피 향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비결이다.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고 끓이기도 한다. 작고 앙증맞은 도자기 커피 잔에 따르면 3분의 2 가량 커피 원두가 진흙처럼 가라앉는다. 위쪽 맑은 커피 물을 마시면 된다. 진한 터키 커피는 빈속에 마시면 머리가 핑 돌 정도로...
편집에디터2019.12.26 12:2816-1. 피라미드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에서의 아침식사. 1) 아잔(Azan) 나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그만 넋을 잃고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흐느끼는 듯하다가 호소하는 듯도 한 그것은 노을 속으로 피라미드를 젖어들게 했고 하나둘 커지는 마을 불빛을 흔들어놓았다. 마침 마른 모래 바람이 한차례 내 뺨을 훑었다. "아잔이야. 모스크에서 들리는 소리지." 이즈마엘이 내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그 음성 또한 아잔의 일부처럼 들렸다. 중동에 오면 아잔에 익숙해져야 한다. 새벽 4시가 넘어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올 때부터 시작된다. 아잔이란 예배 시간을 알리고 예배를 보러 오라고 청하는 낭송이다. 하루 다섯 번이다. 4~5시경, 12시경, 오후 3~4시경, 일몰 예배, 8~9시경 취침 예배로 나뉜다. 예배 시간은 일출과 일몰 시간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한 곳에서만 들리지 않는...
편집에디터2019.12.12 11:0115-1. 이라크 청년 이즈마엘을 처음 만났을 때. 1) 이집트 사람만 아니면 되었다 이즈마엘과의 만남은 극적이다. 박물관 프리 해설가와 헤어지고 나서 2층에 있는 화장실을 찾았다. 몸과 마음을 비우고는 박물관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새로운 기분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부터 꼬였다. 공항 화장실에서는 늙은 여자가 지키고 있으면서 푼돈을 받았다. 박물관 화장실도 히잡 쓴 젊은 여자 셋이 입구에 서 있었다. 나는 얼마냐고 물었다. 세 여자는 그냥 까르르 웃기만 했다. 재차 물었다. 그녀들은 입을 가리면서 또 웃었다. 아마도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 나는 듣든 말든 그럼 공짜라는 거지? 하고는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는 내 발에 힘이 풀렸다. 이 건물 밖을 나가면 어떤 일이 또 기다리고 있을까. 도저히 정을 줄 수 없는 도시였다. 가벼운 현기증이 일었...
편집에디터2019.11.28 13:4014-1. 고등학생인 밀렌드(오른쪽 첫 번째). 그의 아버지 사무실이 2층, 내 숙소는 4층이었다. 건물 안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그의 가족과의 인연으로 발전했다. 1)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다 바르셀로나에서 2018년 8월 15일 오전 1시 30분에 아테네로 출발, 그곳에서 7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심호흡을 해야 했다(공항 보안 수속은 왜 그렇게 까다로운지, 기내 좌석에서 잔다는 것 또한 얼마나 끔찍한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삐끼'들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정보가 마음의 채비를 하게 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1만 5천에서 2만 원까지(1시간 거리) 달라는 택시 기사들을 용감하게 물리치고 버스 두 번 타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구글맵에도 나오지 않는 버스 번호였다. 물어 물어서 갔다(나는 도보 여행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도보 여행이란 걷는 ...
편집에디터2019.11.14 13:2113-1. 다합에서 한 시간 택시를 타고 도착한 뉴웨이바(Nuweiba). 그곳에서 유일하게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 조촐한 회식. 1) 마지막 시험 "배영이 그리 빠르다면서요? 어찌 손도 사용하지 않고 자유형만큼 빠를 수 있죠?" 조나단이 출근하자마자 내게 말했다. 전날 수영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센터에 소문이 다 났다. 그런데 떨어진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배영이 빠르다는 것을 다들 신기해했다. 시험 감독은 줄리아였다. 그녀도 내게 뒷담을 들려주었다. 내가 3m까지는 자유형으로 잘 가더란다. 그런데 바로 배영으로 몸을 바꾸더란다. 옆에 있던 J에게, '어어, 벌써 배영으로 바꾸면 속도가 안 날 텐데?'하며 시계를 봤단다. 그때 J가 '선생님, 저기 봐요? 배영이 엄청 빨라요. 멋지지 않나요(이 말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단다. 물론 가이딩 테스는 이...
편집에디터2019.10.31 13:3912-1. DMT들과 센터 앞에서(제일 왼쪽이 줄리아). 1. 열등생의 비애 "언니, 불평할 필요가 없어요.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거예요." 규는 아주 자신 있게 내게 말했다. 나는 단단히 심사가 꼬여서 다른 날처럼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흥분된 음성으로 그녀의 말을 바로 받아쳤다. "그럼 왜 우리가 교육비를 내지? 교육비를 내는 것은 가르침을 받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야. 그리고 생각해봐. 너는 내가 올 때부터 잘했어. 처음부터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착했을 때 너는 한 달 반 미리 교육을 받고 있어서 실력이 됐다는 거야. 못했을 때는 너 혼자 훈련하고 있어서 비교 대상이 없었을 거고. 되레 우리가 너와 비교 대상이 된 거지. J도 처음에 그만둘까도 걱정했지만 귀국 날짜가 촉박해져서 몰아서 훈련을 했잖아. 나는 배제되고. 그때 실력이 늘어서 ...
편집에디터2019.10.17 13:4011-1. 센터에 온 펀 다이빙 손님들과 함께. 1)레스큐 교육 및 시험 교육생들 훈련 보조 외의 시간에 틈틈이 시험을 치렀다. 수중에서 의식 없는 다이버 수면으로 떠오르게 하기, 타원형 탐색, 원형 탐색, 소시지 쏘아 올려서 걷어 오기, 수면에서 패닉 상태 다이버 뒤에서 끌고 100미터 가기 등. 유난히 추운 날씨에 실수를 거듭했지만 통과했다. 다음날 실시한 레스큐 교육과 시험에 비하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레스큐 교육을 받기 전에 들은 말이 있었다. 구조자보다는 희생자가 더 개고생(?)한다, 물을 많이 마셔서 구토까지 한다 등. 이 모든 소문은 사실이었다. 희생자 역할 다이버는 장비 착용하고 물 위에 엎드려서 둥둥 떠 있다. 구조자는 희생자에게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물을 튕기면서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패닉 상태 희생자가 구조자...
편집에디터2019.10.03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