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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만한 그릇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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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만한 그릇은 없었다

[남도 도자, 천년혼 다시 빚자] <6>보성 미력옹기 선사시대부터 써온 생활필수품 1960년대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아름답고 실용적… 명성 되찾아

옹기(甕器)의 옹은 순수 우리말로 '독'으로 불리며 흔히 음식 등을 담는 그릇으로 통한다. 삼국시대부터 만든 옹기는 세계에서 한민족만이 가지는 독특한 음식 저장 용기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성을 가진 옹기는 플라스틱ㆍ스테인리스 그릇의 등장으로 1960년 말부터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1990년대 웅기인간문화재를 지정하는 등 옹기보호책을 내놨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옹기제조기법을 가장 잘 보존해 온 보성 미력이 옹기의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인간+옹기' 일대기

독은 선사시대부터 만들어져 음식물을 저장하거나 시신을 넣는 관으로도 사용돼 왔다. 삼국시대에 들어와서는 생활에 더욱 긴요하게 사용돼 고구려의 안악 3호분 고분벽화에 크고 작은 독을 늘어놓은 장면이 있다. 백제와 신라에서는 쌀이나 술, 기름과 간장, 젓갈 등을 저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옹기는 그만큼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신라시대에는 기와와 그릇을 굽는 일을 관장한 와기전(瓦器典)을 두고 여기에 그릇을 굽는 일을 담당하는 관원을 뒀다. 조선시대에도 경공장(京工匠)의 옹기장이 100여 명 있었고, 지방에도 비슷한 수의 옹기장을 두어 관수용 옹기를 생산하게 했다.

옹기는 단순히 그릇이 아니라 황갈색의 유약을 입힌 질그릇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독을 비롯해 소래기ㆍ단지ㆍ식초병ㆍ시루ㆍ거름통ㆍ약탕기 등 황갈색의 유약(柚藥)을 입힌 생활용기들을 말한다.

황갈색의 유약을 입힌 옹기는 현재까지 15~16세기의 분청자ㆍ백자 가마터에서 발견된 바 없으나 17세기의 철화백자(鐵畵白磁) 가마터인 담양 용연리, 대전 정생동 요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새로운 사회변화에 따라 종래의 질그릇(도기) 표면에 약토를 입힌 옹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옹기는 18~19세기를 거치면서 당시 사회의 요구에 따라 국민들의 생활에 급속하게 확산되어 일상생활에 긴요하게 쓰였으며, 지역에 따라 형태나 무늬도 다양하게 발전했다. 하지만 오랜 역사성을 가진 옹기는 현대에 이르러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라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정부 보호받는 '보성옹기'

급속도록 쇠퇴해 가는 전통옹기를 보존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990년 5월 옹기장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전통 기법을 가장 잘 간직해 온 보성 옹기의 이옥동(李玉童)ㆍ이내원(李來元)이 최초로 옹기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옹기를 만드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한다.

옹기를 굽는 데는 가마의 온도 맞추기, 유약처리 등이 가장 중요하다. 가마의 땔감으로는 오랜 시간 제 온도를 유지해주는 소나무 장작을 쓴다. 광택을 내는 유약은 납성분이 많은 유해한 유약을 쓰지 않고 풀을 태운 재와 소나무를 태운 재에 약토를 갠 유약을 만들어 쓴다. 기본재료로는 질 좋은 점토를 쓴다.

이 흙을 반죽해서 응달에서 약간 건조시킨 뒤 떡메로 쳐서 판자모양의 타래미로 만든 다음(판장질) 물레 위에 올려놓고 돌려가며 타림질(다듬는 일)을 한다. 이때 물레의 속도, 손놀림에 따라 갖가지 옹기가 만들어진다. 손으로 빚은 항아리는 그늘에 차곡차곡 쌓아 보통 15일 정도 은근하게 말린다. 이 생옹기들이 30% 정도 말랐을 때 유약(잿물)을 바르고 음지에서 20여 일 이상 건조시킨다.

그런 다음 가마에 넣고 나흘간 주야로 1300도의 온도를 유지시켜 가면서 불을 때는데, 이때의 불질이 상당히 중요하다. 불질 여하에 따라 질박한 옹기의 맛을 내는 색깔도 결정되고, 사용할 수 있는 또는 할 수 없는 옹기로 결정된다.

총 40일의 제작과정을 거쳐 큰물항ㆍ작은물항ㆍ동우방퉁이ㆍ큰알배기ㆍ큰바내기 ㆍ전달이ㆍ큰옹구발대기ㆍ옹박지ㆍ옹사구ㆍ장병 ㆍ양념단지ㆍ약단지ㆍ청단지ㆍ초병ㆍ술병 등 토속적인 맛이 풍기는 다양한 이름들의 옹기가 생산된다. 특히 평야지대가 발달한 전라도 옹기는 가장 안정적인 형태로 달항아리 모양이다. 어깨에서 배에 이르는 완만한 곡선이 부드러우며 밑지름보다 입지름이 조금 넓어 조형적 안정감과 풍만함이 뛰어나다.

김성수 기자 sskim1@jnilbo.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