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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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부동산 시장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
  • 입력 : 2019. 10.07(월) 11:07
  • 이용환 기자
최근 들어 광주가 부쩍 부산한 모습이다. 수 년 전부터 계림동과 산수동, 마륵동, 월산동, 문화·각화동 등을 시작으로 재개발 바람이 불더니 지금은 시내 전체가 중장비의 굉음으로 요란할 만큼 여기저기서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완지구에서 1만여 채가 넘는 아파트를 '밀어내기' 했던 지난 2007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분양시장도 여느 때보다 뜨겁다. 모델하우스는 개관과 동시에 사람들로 붐비고 청약 경쟁률도 높다. 재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도 100% 분양이 끝났다고 한다. 수완지구의 실패를 딛고 오랫동안 침체를 겪었던 광주지역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나 광주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재개발 현장을 보면서 마음이 개운치 만은 않다. 무엇보다 공급 과잉 우려 때문이다. 현재 광주에서 재개발이 진행중인 곳은 세대수가 2336가구에 달하는 호반·중흥건설의 계림8지구를 비롯해 제일건설의 중흥3지구, 보광종합건설의 지원1지구, 두산건설의 계림7지구, 반도건설의 월산1지구, 중흥건설의 임동2지구 등 모두 6곳이다. 여기서 건설되는 아파트만 7115 가구다. 사업수행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도 8곳에 이른다. 여기에 연제동과 각화동 등에서 지역 조합 아파트도 한창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사업자들이 '장이 섰으니까 나도 간다'는 식이라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건설업계는 최근 재개발을 두고 그동안 경기 침체로 공급 물량이 줄어든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미입주를 우려할 정도의 과잉 공급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주시도 현재 주택보급률이 105%로 오는 2025년까지는 2만여 세대가 더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택 공급 증가는 그 자체로 경기 회복의 징후인 만큼 긍정적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급증하는 공급을 수요가 과연 따라와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분양은 됐다지만 제대로 입주가 되겠냐는 걱정이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분양되지 않은 주택이 58가구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전국적으로 미분양 가구는 5만8838채에 이른다. 더욱이 이들 미분양 가구의 경우 공공부문은 단 한곳도 없고 모두가 민간부문이다. (국토교통부 자료) 이런 상황에서 자칫 시장 상황이 바뀔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광주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가구증가와 소득증가, 노후화 등으로 주택에 대한 기본수요가 창출된다고 하지만 인구 148만 명으로 정체된 광주에서 2020년 2336세대를 시작으로, 2021년 2451세대, 2022년 2328세대 등이 모두 팔릴 지는 의문이다. 건설업계도 '분양은 됐지만 2~3년 후 입주 시 잔금을 내지 못할 경우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수요를 감안하지 않는 공급은 경제학에서 실패의 지름길이다. 푼돈도 아니고 수천억 원의 돈을 들여 아파트를 지어놓고 입주가 미뤄진다면 건설업체는 자금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 파장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실수요자가 아닌 은행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도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고 재개발을 제어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공부문 물량은 정부나 자치단체가 인위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민간부문은 강제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1만8000 호에서 2020년에는 3만 호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2015년부터 3년 간 주택 인·허가 물량이 실제 수요보다 매년 30만 호 정도 많았는데, 3년의 시차를 두고 미분양 증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올해 연말쯤이면 전세 보증금이 떨어지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역전세난'도 경고했다.

그런데도 광주의 주택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분양가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일단 사 놓으면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의 허황된 기대심리도 한계를 넘어섰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공급이 수요를 강요하고 그 수요가 또 '묻지 마 공급'으로 이어지는 비경제적 상황의 결말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신중하고 꼼꼼하게 '헛된 욕망'이 불러올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아무리 '돈 놓고 돈 먹는' 부동산 시장이라지만 그래도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경제2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