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갑의 정원 이야기> 일본 마나즈루의 미(美)의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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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야기
송태갑의 정원 이야기> 일본 마나즈루의 미(美)의 조례
  • 입력 : 2019. 12.05(목) 13:17
  • 편집에디터

일본 가나가와현(神奈川県) 마나즈루정(真鶴町)이라는 인구 약 1만 명 정도가 사는 해안마을을 걷다보면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어메니티(Amenity)는 걷는 동안 계속 미소 짓게 한다

원풍경(原風景)을 소중히 여기는 마을 마나즈루

도시 혹은 마을에서 생활하거나 관광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길(道)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길을 나서게 되면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길이 얼마나 편리하고 쾌적한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길을 걷다가 사람과 풍경을 만나고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사색도 하며 햇빛과 바람을 몸소 느끼기도 한다.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를 자극하며 더 걷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면 그곳은 좋은 길임에 틀림이 없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보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있기 마련인데 내게도 그런 곳이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神奈川県) 마나즈루정(真鶴町)이라는 인구 약 1만 명 정도가 사는 해안마을이다. 이곳은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특별히 유서 깊은 전통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도 아니다. 그저 여느 동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풍경을 가진 마을이다. 하지만 걷다보면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어메니티(Amenity)는 걷는 동안 계속 미소 짓게 한다. 골목길의 시점이 바뀔 때마다 만나는 가옥, 미술관, 식당, 카페 등 일상의 풍경들이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반도처럼 바다를 향해 쭉 내민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답게 탁 트인 조망경관과 시골냄새 나는 골목길 풍경 등이 예사롭지 않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것은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나같이 친절하다는 점이다. 이곳 주민들이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풍경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뜻한 햇살, 푸른 바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마나즈루에서 보낸 반나절은 오랜만에 맛본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사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이 마을은 아주 특별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1990년 마나즈루는 갑자기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 이유는 이렇다. 마나즈루정이 당시 개발 붐에 편승하여 아파트개발이 한창 추진되는 상황에서 '물을 공급하지 않는 조례'를 만들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것이다. 개발압력으로 인해 골치를 앓던 지자체로서는 개발을 막아보겠다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 일은 개발업자와 지자체간의 소송으로 번졌고 결과는 지자체의 완패로 끝났다. 택지개발 등 도시계획법 규정의 지도요강 위반이라서 물 공급을 막는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마나즈루는 취지와 제도 사이에서 심한 내홍을 겪게 되었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마나즈루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 자초지종은 이렇다. 1980년대 개발붐이 한창일 때 당시 나카소네(中曽根康弘) 내각의 '도시르네상스 정책'이 발표되면서 마나즈루도 지가상승 영향에서 비켜갈 수 없었다. 당연히 토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의견은 상반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슈를 두고 지지파와 개발파로 나뉘게 되었고 결국 선거전까지 불이 붙게 되었는데 지지자를 등에 업은 정장(町長)후보가 당선되면서 물 공급 중단이라는 수단을 동원하게 되었다. 이런 조치에 개발업자가 순순히 수긍할 리가 없었고 소송으로 가게 되었다. 당시 일본 전역에서는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이 전개되어 지역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돌파구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관광산업이었는데 마나즈루는 온천도 없을 뿐 아니라 변변한 특산품도 없었다. 그저 평범한 어촌이 생존할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개발과 관련하여 이해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이때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법률가 이가라시(五十嵐), 도시계획가 노구치(野口), 건축가 이케가미(池上) 등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영역을 초월하여 공통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 해법을 고민하던 중 찾아낸 것이 바로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의 패턴 랭귀지( Pattern Language)였다. 이것을 적용하여 도시계획 및 건축의 관점에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가라시는 1992년 도시계획법 개정에 즈음하여 정부 안에 대하여 지방분권 관점에서 대안을 준비하게 되었다. 노구치는 미국의 성장관리 도시정책을 교훈삼아 도시계획법 개정에 초점을 맞춰 시정촌(市町村) 마스터플랜에 활용하고자 했다. 이케가미는 알렉산더 이론을 보다 실천적으로 적용해보고자 노력했다. 이들 세 사람의 만남은 실로 운명적이었다. 1992년 어느 날 마나즈루 사무소에서 슬라이드쇼가 진행되었다. 영국 웨스터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의 천정, 인도의 오두막집과 소년, 서울 원도심, 일본사찰의 기와지붕 등의 사진이 등장하였다. 슬라이드 쇼는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여 생기 넘치는 건축물과 가로경관에 대해 주목하게 만들었다. 슬라이드 쇼가 끝나자 정장, 공무원, 주민 등 참석자들은 마나즈루에 부족한 것을 떠올렸는데 바로 아름다움(美)이었다. 그렇다면 마나즈루가 추구해야할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은 바람직하고 지역성을 담고 있는 풍경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하였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형성된 마을풍경은 어떤 맥락(脈絡)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마나즈루 만의 아름다움이 되어야 하고 또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제 무슨 내용을 채우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만이 과제로 남았다. 먼저 마나즈루의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조례, 운용규칙을 작성하여 주민설명회, 의회설명회 등을 거쳤다. 그리고 운용계획과 구체적으로 적용해보는 일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실험의 연속이었다. 1년여 동안 논의를 걸쳐 얻어진 결과가 바로 '미(美)의 기준'마련이었다. 조용한 마을뒷길, 청정한 바다, 마을 숲에 녹아 있는 녹색향연, 밤을 밝히는 야광충, 외부와 소통하는 탁 트인 발코니 등이 그들이 찾아낸 키워드(Key words)였다. 요컨대 그것들이 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해안마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었다. 획일적인 제도의 규제 안에서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는 지자체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마나즈루는 이런 일을 해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역개발이나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혁신적인 발상이 아닐까.

평범한 마을풍경 속에 감춰진 미(美)의 원리

건축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Christopher Alexander, 1936~)가 말하기를 환경은 패턴이라는 실체로 이루어진다고 전제하고 지구(地球), 지역, 도시, 마을, 건축 등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속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는 단어와 문장과 같이 이것들을 연결할 때 건물이 완성된다고 했다. 알렉산더는 이것을 패턴 랭귀지로 정리하였는데 그의 철학적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저서 '시간을 초월한 건설의 길(The Timeless Way of Building)'에서 좋은 마을과 나쁜 마을, 좋은 건축과 나쁜 건축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알렉산더의 자문을 받은 찰스 황태자는 저서 '영국의 미래상-건축에 관한 고찰'을 발간하였다. 찰스 황태자는 영국의 전통적인 건물이나 풍경이 훼손되고 있는 것에 직면하고 그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훼손을 멈추게 하고 예전의 아름다운 영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몇 세기 동안 건축가나 건설업자들이 이끌어 온 규칙이나 패턴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열 가지 원칙을 제안하였다. 그것은 장소(Place), 위계(Hierarchy), 척도(Scale), 조화(Harmony), 위요감(enclosure), 재료(material), 장식(display), 예술(art), 간판과 조명(sign board and light), 지역공동체(community) 등이다. 이것을 참고하여 마나즈루는 장소, 위계, 척도, 조화, 재료, 장식과 예술, 지역공동체, 조망 등 8가지를 선정했다. 찰스 황태자의 열 가지 원칙에서 '장식과 예술'은 합치고 '위요감', '간판과 조명' 항목은 제외했으며 대신에 '조망'이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여덟 개의 원칙으로 압축하여 제시한 것이다. 건축은 장소를 존중하고 풍경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고 위계에 대해서는 건축이 장소의 기억을 존중하고 도시전체 가운데 일부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척도에 관해서는 모든 사물의 기준은 인간이라는 점이고 건축은 무엇보다 인간과 조화되는 비율을 갖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이다. 특히 조화를 중시할 필요가 있는데 건축은 푸른 바다와 빛나는 식물 등 자연과 조화하는 동시에 도시 전체와 조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재료의 경우 건축은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장식과 예술에 대해서 건축은 장식이 필요하고 독자적인 장식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과 예술은 일체화하여야 한다. 지역공동체에 있어서 건축은 다양한 삶의 공동체를 가꾸는 일 가운데 하나이다. 사람들이 건축에 참여해야 하고 공동체를 가꾸는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망에 대해서 건축은 사람들의 조망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아름다운 조망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추상적인 언어들로부터 출발했지만 이를 통해 마나즈루 마을사람들은 풍경의 소중한 가치를 공유하게 되었다. 아울러 지역의 정체성에 주목하며 구체적으로 미의 원칙들을 하나하나 적용시켜가기 위해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그 결과는 마나즈루의 사람들과 풍경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神奈川県) 마나즈루정(真鶴町)이라는 인구 약 1만 명 정도가 사는 해안마을을 걷다보면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어메니티(Amenity)는 걷는 동안 계속 미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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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