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뜨거웠던 온기, 새해 급격히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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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연말 뜨거웠던 온기, 새해 급격히 식었다
오선우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0. 01.07(화) 14:24
  • 오선우 기자
오선우 사회부 기자.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던 날씨는 해가 바뀌며 쌀쌀해지고 있다. 겨울비가 내리는 요즘,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꽁꽁 얼어붙는 엄동설한이 시작된다. 날씨는 물론 사람들 마음까지도.

춥고 짓궂어진 날씨에 따순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사람들 마음처럼,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 역시 며칠째 제자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1월20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73일간 '희망2020 나눔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집중 모금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모금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지난 1일 광주 동구 민주광장의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는 80.2도를 기록했다. 목표 모금액 53억여 원 중 43억여 원이 모인 것이다. 지난해 목표액의 85% 모금에 그쳐 캠페인 달성에 실패했던 것에 비하면 기간이 한 달 더 남았다는 사실로 볼 때 높은 수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목표 달성 여부는 안갯속이다. 기부가 연말에만 몰리는 탓이다.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은 이른바 '모금 특수'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성금 열기가 한 해 중 가장 뜨겁다. 실제로 광주는 지난달 30일까지 달성률이 70%였으나 31일 하루만에 10% 가까이 뛰었다. 연말을 맞아 개인·기업 등의 대대적인 기부가 이뤄진 것이다.

허나 급하게 달궈진 쇳덩이가 금방 식는다고 했던가. 1월이 되면 뜨거웠던 열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하게 식는다. 7일 민주광장에서 다시 본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여전히 80.2도에 머물러 있다.

모금 정보가 즉각 반영되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1주일 가깝게 미동 없이 멈춰있는 온도탑은 '올해도 실패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남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기준 달성률 62.3%, 31일 77.6%를 기록하며 하루만에 15% 모금액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으나, 역시 일주일간 3.4% 모금에 그쳐 81도를 가리키고 있다.

연말 모금 열기가 남아 있는 1월 초에 이럴진대, 남은 3주간 얼마나 모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해 실패했던 광주와 2년 전 실패했던 전남, 이대로는 올해 나란히 고배를 마실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11월 시민들이 모금을 꺼리는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항목은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이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여유도 없어지고, 적은 돈이나마 모금하기도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기부단체 신뢰 문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부 문화를 개선하고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관리하는 것이 시급한 까닭이다.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을 깨끗이 해결하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단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추위와 불경기에 휩싸인 요즘 사회에서 온도탑 수은주를 뜨겁게 달굴 국민의 사랑을 이끌어내려면 단체들의 이미지 쇄신이 즉각 도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선책일 것이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