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1868~1943)는 대표적인 평민 의병장이었다. 머슴, 광산노동자, 포수로 떠돌던 그는 1907년 일제가 무장봉기를 막으려고 총기를 압수하자 포수를 모아 의병을 일으켰다. 홍범도 부대는 함경도 삼수·갑산에서 일본군을 잇달아 물리쳤다. '홍대장 가는 길에 일월이 명랑한데 왜적군대 가는 길엔 비가 내린다' 함경도 사람들은 '날으는 홍범도가(歌)'까지 지어 불렀다. 홍범도는 1920년 항일무장투쟁의 꽃,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대승을 거뒀다.
홍범도의 리더십은 평범함에서 나왔다. 평민 출신인 그는 계급이나 특권의식 없이 언제나 부하들을 격의 없이 대했다고 한다. 부하들도 그를 '홍대장'이라 부르며 따랐다. 음식이나 옷도 그들과 똑같이 먹고 입었다. 1942년, 크즐오르다의 고려극장에서 연극 홍범도가 상연됐을 때는 너무 추켜세운다며 민망해 하기도 했다. 어쩌면 자신의 명성에 흠집이 날 수 있는 패배의 기록들도 솔직하게 기록했다. 부하의 자금 횡령으로 무기가 없어 도망쳐야 했던 사실도 고백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개혁 왕조를 꿈꿨던 정조의 리더십도 홍범도와 비슷하다. 11세 어린 나이에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는 것을 직접 목격한 그는 평생을 아버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힘없는 왕으로서 아픔도 많이 겪었다. '왕이 된 이후 매일 매일을 살얼음 밟듯이 살았다'는게 그의 회고다. 하지만 그는 겸손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숱한 난관을 이겨냈다. 탕평정치와 문화정책을 통해 조선의 변화도 이끌었다.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의 삶을 되짚은 '홍범도 평전'과 정조의 리더십을 담아낸 '리더라면 정조처럼' 등 포스트코로나 시대 리더의 역할을 담은 4권의 책을 소개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인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래도 불확실하다. 경제부터 사회, 문화, 심지어 개인의 일상까지 우리 사회도 온통 살얼음판이다. 그렇다고 걱정이 해결해 줄 일도 아니다. 때로는 여유를 갖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혼돈의 시대, 대통령의 추천도서가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겼으면 좋겠다.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