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금 셀프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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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출연금 셀프 삭감
  • 입력 : 2020. 06.08(월) 18:50
  • 최동환 기자
예부터 '사람의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한다'고 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잘 바뀐다고 해서 '마음처럼 간사한 것은 없다'는 말도 나왔다.

'여측이심(如측二心)'은 이같은 인간 심리를 잘 대변한 말이다. '화장실 갈 적 과 나올 적 마음이 각각 다르다'는 뜻으로, 자기에게 긴할 때는 다급하게 굴다가 그 일이 끝나면 마음이 변함을 비유해 쓰는 말이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여측이심의 행태는 반드시 불행을 부른다. 인간의 여측이심의 이중성을 신랄히 고발한 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고딕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결말도 불행으로 끝난다. 선의 상징 지킬 박사의 자아 안에 악의 화신 하이드라는 별개의 인격체가 충돌하는 정체감 장애로 지킬 박사는 자살하게 된다.

최근 김창준 광주시체육회장의 출연금 셀프 삭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민선 첫 광주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 매년 2억원씩, 총 6억원의 출연금 납부를 동의했다.

민선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열악한 지역 체육 재정 여건을 고려해 시체육회 사무관리규정에 출연금 조항을 신설하자는 시체육회 고문단과 이사회의 의견에 상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4일 제28차 회의를 열고 의결한 사항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취임 후 시체육회에 내기로 했던 출연금 6억원을 2억원으로 축소하고 자신의 임기부터 적용되도록 사무관리규정을 개정했다. 이마저 사용목적이 지역체육발전기금이 아닌 자신의 업무 추진과 품위 유지비로 규정했다.

규정 개정 이유는 출연금 관련 규정이 타시도 체육회에 없어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재력이 넉넉치 않은 체육인들이 향후 회장 선거에 나올 수 없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체육인들은 체육회장 선거 출마 당시에는 간절히 바라는 일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출연금 납부를 동의했던 김 회장이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에는 당초의 절박함을 잊어버린 여측이심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비난하고 있다.

광주체육 발전에 마지막 봉사하는 마음으로 회장 선거에 나왔다고 밝혔던 김 회장이 여측이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cdstone@jnilbo.com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