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성지' 광주서 6월항쟁 정신은 잊혀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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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민주화 성지' 광주서 6월항쟁 정신은 잊혀졌나
사적지 흔적조차 보존 미흡 6월 민주항쟁 현장||광주 출신 이한열 열사 계승 움직임 활발해져야
  • 입력 : 2020. 06.10(수) 18:16
  • 김진영 기자
광주 진흥고 교정에 한 켠에 있는 이한열 열사 흉상. 이 열사의 묘가 있는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제외하면 광주에 남아있는 유일한 사적지다.
민주주의를 쟁취한 '6·10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한열 열사 서거 33주년이 다가왔지만 정작 이 열사가 나고 자란 광주와 화순에서는 그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기념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는데다 변변찮은 사적지 하나 없는 현실이다. 이 열사가 광주 출신인 것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부지기수다.

이제라도 6·10민주항쟁과 이한열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월 항쟁 현장 잊혀진 광주

6·10민주항쟁 33주년인 10일. 광주시 동구 금남공원 앞으로 많은 시민들이 지나다녔지만 이곳이 6·10민주항쟁의 중요한 장소라는 것을 아는 시민들은 없었다.

금남공원이 있는 금남로는 1987년 당시 4·13호헌조치에 맞서 시민들이 싸웠던 뜨거운 거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학생과 노동자, 농민, 종교인, 직장인 등 3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다.

지난 2017년에는 이곳에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표석을 세워졌다.

그러나 거미줄이 엉겨붙은 기념석의 모습은 조명받지 못한 6월 항쟁의 오늘날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념석 주변에는 흘러내린 음료수 자국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시민 김영석(50)씨는 "매일 이 앞을 지나다니지만 기념석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지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한 시민은 되레 "무슨 의미가 있어 여기에 기념석을 세운 것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광주·전남 6월항쟁기념사업회는 이곳 금남로 앞에 기념석을 세운 해 6월 항쟁의 핵심적인 역사현장으로 11곳을 꼽았다.

옛 중앙교회, 광주YWCA, 구 공용터미널, 옛 태평극장, 전남대학교, 광주세무서 인근 등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적지에서는 6월 항쟁의 중심지였다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변변한 사적지 하나 없어

외면받는 6월 항쟁 정신의 현실은 '이한열 열사 흔적 찾기'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한열 열사는 화순군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1987년 6월9일 최루탄을 맞고 같은해 7월5일 사망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정작 이 열사가 나고 자란 화순과 광주에서 이 열사의 흔적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화순에 남은 흔적은 그의 생가 옆에 세워진 작은 표지석 하나가 전부다. 기념행사조차 열리지 않는다. 생가도 군 소유가 아니다.

능주면사무소 관계자는 "화순군에서 이한열 열사는 추모하는 별도의 기념행사는 열리지 않고 있다"며 "생가 매입에 대해서는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사정은 광주시 역시 마찬가지다. 모교에서 조차 잊혀진 현실이다. 그의 모교인 동산초에서는 그가 이곳 출신이라는 표지석 하나 없는 것은 물론 기념행사조차 열리지 않는다.

광주에 남아 있는 이 열사의 사적지라곤 그의 묘가 있는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과 광주 진흥고에 작은 흉상 하나뿐이었다.

●"이한열 열사 정신 기억되길"

광주와 화순에서 '6월 정신'이 계승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 열사의 모교인 진흥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6월 정신'을 계승하자는 자발적인 움직임도 있다.

역사연구 동아리 '유월'이다.

광주에서 6월 항쟁 정신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학생들이 주축이돼 만들어졌다. 15명이 활동하고 있다. 역사 토론과 답사를 통해 6월 정신을 계승한다는 목적이다. 올해는 인근 광산구 신창동 주민들과 함께 '이한열 알리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김지현 유월 지도교사는 "오늘날 민주주의는 민주투사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하다"며 "그러나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조차 6월 항쟁의 정신이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이 6월 항쟁의 과정에 대해 모두 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광주 출신 이한열이 누구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름과 그의 희생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