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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 예술로 돌려드립니다
관객 사연, 현장에서 새로운 예술로 재해석||피아노·바이올린·미술·현대무용 어우러져||"관객과 예술가, 양방향적 예술 문화만들고 싶어"
  • 입력 : 2020. 06.14(일) 16:24
  • 김은지 기자

지난 11일 오후 7시 광주 남구 광주시민회관에서 공연 'No Program'이 진행됐다.

"당신이 위로받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지난 11일 오후7시 광주 남구 광주시민회관에서 열린 'No Program'공연에서 전혀 다른 분야의 네 명의 예술가가 광주시민회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물었다. 작곡가 이승규씨, 치유미술가 주홍 작가, 이수산 바이올리니스트, 선유라 현대무용가이다.

공연 진행을 맡은 이승규씨가 먼저 작은 통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들었다. 40여명 관객들의 사연이 담긴 종이들이다. '휸'이라는 익명의 관객은 "함께 어울려야 할 사회에서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습니다"고 자신의 사연을 전했다.

사연을 읽은 이승규씨는 "자칫하면 우울한 시기일 수도 있으니, 통통 튀는 장조의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며 이수산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연주를 시작했다. 감미로운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경쾌한 선율이 도심 한가운데 울창하게 자리잡은 숲을 가득 메웠다. 현장에서 처음 맞춰보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두 예술가는 완벽한 화음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은 관객들의 사연이 적힌 여러 종이 중 예술가들이 무작위로 하나씩 뽑아 그 사연에 어울리는 곡을 연주하거나 예술적 표현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술가는 어떤 사연이 나올지, 관객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선택될지, 선택되더라도 어떤 예술작품이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1일 오후 7시 광주 남구 광주시민회관에서 공연 'No Program'이 진행됐다.

치유 미술가로 활동 중인 주홍 작가는 여자친구와 얼마 전 이별했다는 한 시민의 사연을 뽑았다. 그는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에 맞춰 그 자리에서 바로 그림을 그려냈다. 이별로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를 전한 그림은 사연의 당사자인 시민에게 직접 전달돼 의미를 더했다. 선유라 현대 무용가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크다는 시민에게 온몸으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이승규 작곡가는 "예술가와 관객이 소통하는 쌍방향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의 공연은 대부분 예술가 중심이거나 관객 중심형이었다. 그 가운데서 균형을 이루는 공연은 없어 항상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 작곡가는 공연의 독특한 방식에 대해 "관객의 사연을 듣고 예술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예술가와 관객 간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조금은 동떨어져 보이는 예술이라는 행위를 관객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규 작곡가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함께 협업을 시도했다. 피아노, 미술, 바이올린, 현대무용. 비슷하면서도 다른 네 분야의 예술가가 뭉치게 된 것에 대해 그는 "진정한 맞춤형 공연이라면 좀 더 다양한 관객과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것만큼 더 많은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공연이 많이 실험적인 공연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질적이지는 않다"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서 관객들이 예술이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단순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공연에서 꼭 감동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채우는 건 익숙하지만 비우는 건 어려워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휴식과 안정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의 야외공연 창작지원사업으로 기획된 'No Program'은 오는 8월 5일 오후 7시 광주폴리-푸른길 문화샘터, 광주시민회관에서 8월 6일 오후 7시 30분에 이어진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