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슬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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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역세권·슬세권
  • 입력 : 2020. 06.24(수) 15:01
  • 박간재 기자
 아파트 천국이라 부른다. 어디긴 어딘가. 광주얘기다. 언제부턴가 허름한 동네는 다 허물어지고 수십층의 아파트가 대신하고 있다. 아파트 짓지 말라는 반대 목소리는 못들어봤다. 좋은 집에 땅값도 오르니 동네사람들이 다 반기나보다. 무등산 정상은 물론 무등산장 전망대 발치에서만 봐도 아파트 천지다. 먹고살기 힘들어서일까. 아파트 만큼 돈되는 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씁쓸하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광주엔 운암아파트와 화정아파트 뿐이었다. 대학1학년 미팅때 였던가. 파트너 여학생이 운암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아파트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난다. 두 곳뿐이던 아파트가 이젠 광주 도심 모든 주택을 대체하고 있다.

 아파트가 많아지니 신조어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익숙한 용어가 '역세권'이다. 기차역이나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상업 및 업무활동이 이뤄지는 곳으로 근처 아파트 가격과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돼 수요자의 관심이 높다. 한 때 남광주시장 근처에 지하철 노선이 들어선다는 소문에 인근 브랜드 아파트 분양률이 껑충 뛴 적 있다. 역세권을 노린 수요자들이 쇄도한 까닭이다.

 역세권에서 파생된 신조어 중 새롭게 뜨는 게 '스세권'이다. 인기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와 인접해 있다는 뜻이다. 대형쇼핑몰 근처 입지에 있어 편리하게 생활할 수있는 주거지역으로 몰(moll)세권, 학부모 세대에 각광받는 학세권, 웰빙과 공원, 숲, 호수 등을 끼고 있어 그린라이프 종사자들을 위한 공세권, 숲세권, 호세권 등이 있다. 옆세권은 수도권이나 큰 도시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를 말한다. '도(圖)세권'과 '도(道)세권'도 있다. 학부모들이 좋아하는 학세권도 좋지만 도서관이 있는 지역을 선호한다는 의미이며 도로 근처에 있어 투자가치가 높아 선호하는 지역을 말한다.

 편의성 갑(甲)으로 불리는 슬세권도 있다. 슬리퍼를 신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를 말한다. 전통적인 거주지 선택 기준은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이었지만 이젠 슬세권이 주목받고 있다.

 하루하루 트렌드가 바뀌니 어느지역, 어느 아파트에 사는 게 최고의 행복일 지 확신이 안선다. 그저 두 발 뻗고 편히 쉴 수있는 공간이면 족하지 않을까. 박간재 경제부장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