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희철>한새봉에서 생각하는 전환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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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희철>한새봉에서 생각하는 전환의 사고
윤희철-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입력 : 2020. 06.30(화) 14:47
  • 편집에디터
윤희철 사무총장
어렸을 때, 우연히 봤던 TV 프로그램에서 멸종위기종 때문에 도로건설 계획이 폐기된 영국의 환경보호 사례를 보았다. 도로건설보다 자연생태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어린 마음에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던 기억이 남는다.

광주에는 한새봉이 있다. 일곡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무등산에서 이어지는 긴 녹지축이 운암동까지 연결되는 허리다. 인근 주민들이 쉼을 누리는 유일한 공간이다. 가보면 아주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십 수년 넘게 이곳에 도로 건설 문제로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힘겹게 싸웠다. 누군가는 길 안막히고 빨리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겠지만, 이곳 주민들은 소음, 분진 때문에 고통을 겪을 것이기에 반대가 심했다. 도로는 인근 학교와 어린이집을 바로 지나가 통학하는 아이들의 목숨을 내걸게 만들 위험도 있었다.

왜 이 도로가 계획되었을까. 이 도로 노선은 1984년 처음 도시기본계획에 들어왔다. 당시 광주시의 도시상황을 고려한 결과라 판단되지만, 왜 높은 능선을 따라 간선도로를 계획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지난 40년간 이유야 어떻든 아직까지 도로는 개설되지 않았다. 논란도 많지만, 산의 능선을 파고 들면서, 터널까지 뚫어야 하는 어려운 공사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곳이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필자가 보는 관점에서 이 도로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북부순환선이라 불리는 이 도로의 계획이 40년이나 흘러 과연 현재 도시공간의 상황에서 타당한가 의문이 든다. 주변 도시개발 상황과 맞물려 재판단해야 한다. 실제로 도로가 개설되면 교차로가 3개 만들어지고, 향후 주변지역 개발에 따라 더 많은 교차로가 만들어질 것이다. 과연 1천억이 넘는 비용을 투자해 만든 비싼 도로로 이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누리를 수 있을까. 지금도 일곡교차로에서 첨단까지 10분이면 도착하는데, 무리하게 도로를 개설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과거의 잘못된 계획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것은 아닌가 재평가해야 한다.

또, 도시설계 관점에서 이 도로가 개설되면, 용두동과 본촌동의 현재와 미래 주민들이 타격을 받는다. 도시설계에서 가장 조심하는 부분이 간선도로가 주거지를 관통하는 것이다. 일종의 '통과교통'이 형성되는데, 도시 전체로 보면, 교통량 완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주민에게는 최악의 거주지를 만든다. 도로의 차량이 일으키는 소음, 분진, 안전문제에, 주거지 가운데를 관통하기에 공동체를 분할하는 나쁜 상황도 만든다.

7월 1일 한새봉에서 만세를 부른다. 갑자기 북부순환도로 계획이 무효가 되었다.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로 계획만 세우고 집행되지 않는 모든 계획이 실효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가 최고의 목표로 지향해왔던 성장 중심주의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당분간 한새봉은 주민의 품에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국비 지원 받은 도로계획이 취소되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 입장에서는 도로 건설 취소에 따른 약간의 불편과 미래이 따르겠지만, 떳떳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 시점에서 모두 함께 생각해 보자. 과연 이렇게 발전하는 것이 맞는가? 지금처럼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광주. 인구는 몇 년 째 감소. 모두가 컴팩트 시티(압축도시)를 말하고, 과거의 성장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게다가 기후위기의 시대. 지금 탈탄소 사회로 진입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

이제는 우리 사고를 전환하자. 미래를 위한 가치에 투자하자. 의도치 않게 코로나 19가 폭주 기관차처럼 성장을 위해 달리던 우리에게 자성과 성찰을 요구한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진정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광주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발전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민하는 것, 그것이 지속가능발전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