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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현숙>오월과 여성

박현숙-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 대표

게재 2020-06-24 17:33:27
박현숙 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 대표.
박현숙 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 대표.

5·18민중항쟁 40주년을 기념하며 민주·인권·평화의 오월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80년 5월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옛 전남도청 기둥과 현판을 복원했다. 아픈 역사의 흔적은 고스란히 옛 전남도청 현판에 담겨 있었다. 현판의 탄흔을 바라보며 "5·18 관련 사진과 영상에서 봤던 수많은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국가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 나눴던 여성들. 다친 이들을 위해 피를 나누고 총을 들었던 여성들. 시민궐기대회를 조직하고 홍보물을 제작·배포하며 성명서 등을 작성해 광주의 학살을 알렸던 여성들. 시민들의 심혼을 울렸던 새벽방송, 가두방송을 도맡았던 여성들. 검은 리본을 만들어 추모하며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 많던 여성들은 40년이 지난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항쟁 후 신군부 정권 하의 진실 은폐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인식의 영향으로 여성들은 항쟁의 역사적 사실의 기록에서 빠지거나 단지 주변인으로 기록됐다. 어쩌면 가정과 사회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했는지도 모른다.

오월항쟁에 참여했던 여성들을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고 다친 이들을 위해 헌혈활동을 했던 보조자로서 상징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쟁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남성과 그것을 뒷바라지하는 주변화 된 여성을 떠올린다.

자발적으로 항쟁에 참여해 국가폭력에 맞서 공동체적 연대감을 형성·결집시키고 항쟁의 마지막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여성들의 활동은 역사적 사실의 구성에서 배제됐다. 항쟁의 현장에서 함께 했던, 역사에 기록조차 없는 그녀들의 이름이 다시 기억될 때 5·18의 히스토리(history)는 허스토리(her's story)로써 되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5·18 과정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된 성고문, 성폭력에 대한 진실을 국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의 문제는 늘 역사 속에서 가려지고 숨겨져 왔다.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질 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성평등 정의의 역사를 세우게 될 것이다.

5·18의 역사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성중심적인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 5·18의 전 과정을 젠더 관점에서 총체적으로 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이 활동이 재구성된 항쟁의 장에서 재평가될 때, 젠더의 눈으로 보는 5·18의 새로운 역사도 완성될 것이다.

젠더적 시각에서 5·18 정의의 역사가 새롭게 써지는 그 날, 진정한 민주·인권·평화의 오월정신도 계승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오월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역사왜곡처벌법 제정,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