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영화로 본 식민지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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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화로 본 식민지에 관한 고찰
  • 입력 : 2020. 06.25(목) 17:21
  • 박상지 기자
#조선영화라는 근대

정종화 | 박이정 | 2만4000원

신간 '조선영화라는 근대'는 1901년에서 1945년까지 한국의 근대 영화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처음 한반도에 영화 매체가 소개된 1901년을 시작으로, 조선영화의 역사를 크게 초창기(1919~1922년), 무성영화 전기(1923~1925년), 무성영화 후기(1926~1934년), 발성영화기(1935~1939년), 전시체제기(1940~1945년)로 구분하고 각 시기별로 각각 제작 환경·영화 담론·영화인과 작품에 관해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시기는 대한제국기와 일본에 의해 주권이 찬탈당한 일제강점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제작된 영화는 일반적으로 친일 혹은 저항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이해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식민지 조선과 일제, 그리고 조선영화와 일본영화와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그동안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부분들을 역사적으로 복원해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

저자는 '조선영화'가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성찰하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영화 제작은 무엇보다 자본과 기술이 수반돼야 하는 작업이므로 일제시기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조선영화인들이 식민 당국, 재조선 일본인 그리고 일본영화계를 아우르는 각 주체들과 교섭하고 경합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겪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식민지 조선영화계는 조선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었지만 그 면면이 조선인만으로 구성되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조선영화 역시 조선인만의 결과가 아닌 일본영화인과 협업한 결과로서 존재했다. 식민지 사회 구조와 상업영화의 제작 논리를 고려할 때 명백하지만 그동안 애써 인식하지 않았던 사실(史實)이다. 조선영화는 이를 한국영화사라는 일국(一國)의 영화사로 소환해 어떻게든 그 범위 안에서 서술하려는 노력보다는, '왜 한국영화가 아닌가'라는 존재론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성찰할 때 더 분명히 드러나는 존재이다.

학술과 교양 독자를 모두 상정한 이 책은 정보와 지식의 분명한 전달을 위해 통사적 흐름을 염두에 두고 서술되었으며, 귀중한 사진들을 풍부하게 소개하여 자료적 가치 역시 크다.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제시기의 영화를 조선영화라 명칭한 점이다. 둘째, 각 시기별로 영화사에 관한 특징을 정리하여 장별로 묶었다. 셋째, 조선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일제와 식민지 조선의 교섭 그리고 조선영화인들과 일본영화인들과의 교류의 역사에 초점을 두고 서술하였다. 넷째, 현재 감상할 수 있는 16편의 발굴된 조선영화에 관한 해설을 따로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다섯째, 저자는 이 시기의 영화, 혹은 영화사에 대한 자연스런 질문과 대답하는 방식을 택하여 서술하였다. 필름 아카이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2004년부터 조선영화 조사와 발굴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식민지 조선에서 영화 매체가 조선영화인들의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조선영화'로 흥미롭게 토착화되는 양상을 고찰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