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고전 '토지'에서 찾아낸 사유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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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고전 '토지'에서 찾아낸 사유하는 말들
  • 입력 : 2020. 06.25(목) 17:17
  • 박상지 기자
박경리의 말

김연숙 | 천년의상상 | 1만5300원

'토지'는 한말에서 해방까지 60여 년 역사를 배경으로 민중의 고된 삶을 생생히 재현하는 고전이며, 박경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문호'라 할 만한 작가이다. 하지만 '토지'라는 장대한 소설은 어찌 보면 '낡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묻는다. 1969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50여 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한 이 옛 시절 이야기를, 왜 2020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같이 읽겠다며 달려드는 것일까. 하고많은 고전 중 왜 하필 '토지'를 선택하는 것일까. 게다가 강의를 듣고 나면 다들 "옛날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책이 재미있다"라고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박경리 스스로 밝힌 바 있듯 '토지'는 '연민'으로 가득한 책이다. 힘겨운 세상살이를 이어가는 보통의 인생들에 대한 박경리의 깊은 연민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토지에는 그저 선한 사람도 그저 악한 사람도 없다. 신간 '박경리의 말'은 따라서, 단순히 그럴듯한 말, 선하고 좋은 말, 교훈적인 말을 가려 뽑아둔 그런 책이 아니다. '토지'를 적어도 30년 이상 매번 다르게 혹은 다른 각도로 읽어온 한 연구자에게 와닿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손이 그 책을 붙잡게 만드는 힘의 바탕이 된 말과 이야기를 올올이 엮은 책인 것이다.

언제 어느 세상을 살고 있을지라도 '나'는 그 누구도 아닌 '나'이고, 내가 내 삶을 살아간다는 그 소박한 사실은 세상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며 달라져도 변함없는 진실이기에, '토지'의 말과 "박경리의 말"이 오늘날에도 이른바 "뼈를 때리는" 이야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되묻는 책이다.



저자는 '토지'가 품고 있는, 박경리 선생이 전해주는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가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길어 올린다. 그리하여 이 책을 만나는 모든 독자가 제 각자의 삶을 『토지』로부터 좀 더 투명하게 읽어내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저 '토지'와 "박경리의 말"만 담긴 것이 아니다. 『토지』와 "박경리의 말"을 음미하는 저자는, 그 수많은 사유의 강물을 따라 또 다른 지류를 향해 노를 저어간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