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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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아이러니
  • 입력 : 2020. 07.08(수) 14:28
  • 홍성장 기자

안치환. 대학 시절 참 좋아했던 민중 가수다. 허름한 막걸릿집에서 그의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부르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노래방 '18번'이었고, '내가 만일'은 연인 앞에서 즐겨 불렀던 노래였다.

그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신곡 '아이러니' 때문이다. 신랄하고 아픈 노래다.

'일 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게 없잖니/꺼져라 기회주의자여.'

'끼리끼리 모여 환장해 춤추네 / 싸구려 천지 자뻑의 잔치뿐 / 중독은 달콤해 멈출 수가 없어 / 쩔어 사시네 서글픈 관종이여.'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게 없잖니 /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 아이러니 왜이러니 죽쒀서 개줬니 / 아이러니 다이러니 다를게 없잖니 / 잘가라 기회주의자여.'

그의 비판은 '진보의 위선', '기회주의자'들을 향하고 있다. '권력은 탐하는 자의 것이지만 너무 뻔뻔하다. 예나 지금이나 기회주의자들의 생명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시민의 힘, 진보의 힘은 누굴 위한 것인가? 아이러니다. 세월은 흘렀고 우리들의 낯은 두꺼워졌다. 그 날의 순수는 나이 들고 늙었다. 어떤 순수는 무뎌지고 음흉해졌다.' 그의 노래 소개글이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겠지만, 가슴에 와닿는다. '진보의 위선'을 떠나 '기회주의자'는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현실인 탓이다. '완장'을 차고 '콩고물'만 노리는 이들도 너무 많다.

'위선'을 향한 비판, 처음은 아니다.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소리 높여/ 자유여 해방이여 통일이여 외치면서/ 속으론 워 속으론 제 잇속만 차리네/ 속으론 워 속으론 제 잇속만 차리네.' 그의 노래 '자유'다.

'아이러니'를 통해 그가 던지려는 또다른 메시지도 묵직하다.

"기회주의자는 어디에나 있다. 진보진영의 내부라고 해서 그들은 비판하지 않고 덮고 간다면 남들과 다르지 않다. 이 곡은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노래가 아니라 옳고 그름에 대한 노래다." '옳고 그름', 가슴 깊이 와 닿는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