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 연예인 이보나. 민음사 제공 |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한정현의 첫 소설집. 책은 느슨한 연작의 형태로 이어 읽어도 무리가 없을 8편의 소설로 구성됐다. 마치 다른 무늬의 천 조각을 이어만든 퀼트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슬픔을 대물림 받고 강한 마음을 지키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말하고 스치고 흩어진다. 저자는 이상하다고 불린 사람들, 이상하다는 이유로 역사 속에서 지워졌던 이들의 손을 끌어당겨 제 옷을 입히고 제 역할을 주어 무대 위에 세운다. 조명이 비치는 곳에는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과거, 내내 있었지만 이제야 실루엣을 드러낸 주인공들이 서있다. 바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크로스 드레서 그리고 그 밖의 무수한 화살표를 지닌 정체성과 사랑들이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