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로 만나는 해방, 그때의 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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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가상현실로 만나는 해방, 그때의 영화인들
한국영상자료원 '혼돈의 시간 엇갈린 행로' 기획전||해방시절 남북 오가던 영화·영화인 재조명||'민족의 절규' 등 해방기 영화 5여편 공개
  • 입력 : 2020. 07.12(일) 16:14
  • 김은지 기자

1947년 4월 이승만(오른쪽) 박사와 지청천(가운데) 광복군 총사령관의 모습.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해방공간은 우리 민족이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혼란과 무질서는 물론, 좌우익의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혼돈의 시기였다. 그리고 식민지를 벗어나 독립국가의 정부를 수립하고 나라의 진로를 결정해야 했던 격동기이자,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게 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했던 매우 중요한 때였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그 사이의 혼돈을 거치며 두 가지의 이념이 첨예하게 날을 세웠던 남과 북. 그리고 혼란한 시대의 모습을 필름에 담아내며 그 중심에 섰던 이들을 다시 만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한상언영화연구소와 함께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혼돈의 시간 엇갈린 행로:해방 공간의 영화인들'을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하며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해방에서 분단에 이르는 기간 동안 남북을 오가며 활동했던 영화인을 조명한다. 전시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해방기에 제작·출판된 50여 종의 희귀 영상과 문헌, 잡지, 전단 자료 등을 소개한다.

'민족의 절규 제2편'중 한 장면. 한국영화박물관 제공

첫 번째 섹션 '해방과 분단을 기록하다'에서는 '민족의 절규 제2편'과 '시보' 4편을 포함해 '해방 뉴-쓰', '자유만세'(1946), '무궁화 동산'(1948) 등 희귀 자료를 볼 수 있다.

먼저 최초로 공개되는 '민족의 절규 제2편'(1948)은 신탁 통치에 대한 찬반으로 갈등 고조되기 시작한 시기에 제작된 기록 영화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우상화한 작품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인된 해방기 영화 10편 중 유일하게 반공과 우익의 정치적 목적을 담아냈다.

18분 길이의 영상에는 이승만·지청천과 김구 등 임정 요인들이 비행장에서 환한 미소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혁명 원로 이승만 박사 환영' 같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태극기를 흔드는 환영 인파 등이 담겨 있다.

이어 미 군정 공보부가 1946년 제작한 뉴스영화 '시보' 4편도 첫 공개된다. 당시 신문 자료에 따르면 미 공보부 영화과는 1946∼1947년 시보 27호를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1, 2, 5호는 미소 공동위원회 예비회담과 1차 회의 등 1946년 초반 상황을, '특보'는 1946년 12월 남조선 입법위원 개원식을 기록했다. '시보' 특보의 부제 '조선 민중을 위하야'와 오프닝이나 엔딩에 등장하는 범종 타종 타이틀 영상은 2005년 발굴해 공개한 민중 영화제작 주식회사의 '해방 뉴-쓰'의 부제, 타이틀 영상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섹션 '남과 북의 영화를 일구다'에서는 해방 공간에서 남북의 영화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영화인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 섹션 '분단의 아픔, 영화는 계속된다'에서는 분단과 전쟁으로 흩어진 영화인들의 엇갈린 행보를 살펴볼 수 있다.

당초 전시회는 6월 초 공개 준비를 마쳤으나 '강화된 생활 속 거리 두기' 시행에 따라 영상자료원 시설이 휴관에 들어가면서 온라인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전시는 현재 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에서 볼 수 있다.

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박물관이 재개관하게 될 시 기획전시실 내 '북한 영화 특별관'을 마련해 해방기와 전쟁기에 제작된 대표적인 북한 영화 13편을 일반에 최초 공개할 예정이다.

'혼돈의 시간 엇갈린 행로:해방 공간의 영화인' 포스터.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