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보조에서 농부로…' 창의력·트렌디 갖춘 젊은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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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협·산림조합
'촬영보조에서 농부로…' 창의력·트렌디 갖춘 젊은 농부
◇청년농업인 희망가 미스터 프룻 박정규 대표||광고계·영상계서 근무… '아버지의 사고'로 나주 귀농해||생소 작물 선택 "농업 동기부여 위해 재밌는 작물 골라"||친환경 재배… "유기농 재배 안정·2차가공품 제작 목표"
  • 입력 : 2020. 07.13(월) 14:33
  • 최황지 기자

미스터 프룻의 박정규 대표가 애플수박 재배하우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귀농을 결심한 청년농부의 우선 과제는 '작물 선택'이다. 선택한 작물에 따라 울기도 웃기도 하는 만큼 작물에 대한 철저한 공부는 물론, 비용, 시장 현황 등 국내 작물 상황도 체크해야 한다.

그러나 세심한 작물 선택이 귀농의 정답은 아닌 듯 보인다. 생소한 맛과 생김새를 가진 작물이 궁금해 해당 작물을 과감히 재배, 국내 시장을 활발하게 개척하고 있는 용기있는 청년농부가 있다. "농사를 한다면 호기심이 가는 작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미있는 작물이어야 농사에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미스터 프룻'의 박정규(37) 대표는 나주시 다도면에서 애플수박을 재배, 한 해 7톤가량을 수확하는 등 농촌 정착에 성공한 인물이다.

●촬영보조에서 농사꾼으로

박 대표의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주전공보단 광고학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광고학을 통해 상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하고 소비자들의 눈을 끌 수 있는 마케팅의 효과에 대해서 배웠다. 게다가 그는 시각디자인을 청강하며 영상과 미디어에 대한 흥미를 키웠고 이는 졸업한 뒤 그의 직업에도 영향을 줬다. 이후 광고계를 거치고 방송계에서 3D 영상, 촬영보조 등의 영상 관련 직업을 가졌다.

2015년, 농촌과는 접점이 하나도 없었던 그를 농촌으로 부른 건 아버지의 사고였다. 경운기 사고로 아버지가 크게 다쳤고 서울에서 일을 하던 박 대표는 집안을 자주 드나들며 부모님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은 서울에 있는 일이었지만 부모님 걱정이 많이 됐다. 집에 내려올 사람이 없고 책임감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살길을 모색했다. 그게 농사였다"고 했다.

애플수박 재배를 결정한 건 우연이었다. 한 대형백화점에서 우연히 맛 본 애플수박에 큰 호기심을 갖고 수소문한 게 결심의 바탕이 됐다. 2016년, 박 대표는 "농사에 재미를 붙여 보자"는 생각으로 시설 골조만 있던 495㎡(150평)짜리 비닐하우스에 애플수박을 심기 시작했다.

재배는 전문성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박 대표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농업기술원 수박연구소를 찾았다. 당시 기술원은 미니수박 재배방식과 작물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해당 기술원에서 품종 및 조언 등을 통해 실험재배를 시작했다.

수확 첫 해, 꼼꼼한 관리와 좋은 날씨 등 좋은 조건에 힘입어 박 대표는 약 800주를 심어 애플수박 1600통을 수확하는 등 좋은 작황을 이뤄냈다. 지역에서 생소한 작물에 박 대표와 가족들은 직접 나서 주변 지인들에게 애플수박을 홍보했다. 300통을 시음으로 무료 제공하며 이름을 알린 뒤 나머지 1300통을 모두 직거래로 팔며 수익을 얻었다. 박 대표는 150만원을 투자해 1100만원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까"

첫 해 농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뒤 현재 5년차 청년농부인 박 대표는 농부로서 '신념'도 생겼다. 현재 그는 친환경 유용미생물군(EM) 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EM농법은 농약이나 화학비료 대신 유용 미생물로 발효시킨 퇴비 등으로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그는 "무농약으로 최대한 화학 농약을 줄이고, 미생물이 베이스가 된 친환경 비료를 활용해 토양도 좋아지고 있다"며 "부모님도 기존 관행대로 작물에 농약을 하다, 무농약 재배 방식으로 농작법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사업 확장으로도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최근 외국계 대기업이 운영하는 서울의 한 대형 복합문화센터에서는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재배하는 정직한 청년농부'들의 작물을 시즌 음료로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 업체는 박 대표의 '정직한 신념'과 '친환경 재배방식'을 소개하며 그가 재배한 애플수박으로 모히또, 아이스크림, 생과일 주스, 수박 라떼 등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농사에 필요한 '창의력'

광고, 디자인, 영상까지 그의 예전 직업은 창의력을 바탕으로 트렌드가 우선인 직업이었다. 직업이 바뀌었지만 그의 재능은 십분 발휘되고 있다. 현재 그는 '젊은남자의 특별한 과일'이라는 의미가 담긴 '미스터 프룻'이란 이름으로 애플수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색 과일들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초록색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애플수박외에도 '노란색 수박', '검은색 수박' 재배에 성공해 3색 애플수박 시리즈를 완성했다. 겉은 생소하지만 일반 수박과 비슷하게 과즙이 풍부하고 목넘김이 좋아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물용 수박'으로 인기가 좋다.

이외에도 박 대표는 특색있는 과일인 하미과를 재배하며 작물을 확장했다. 하미과는 멜론의 한 품종으로 중국 신장 하지구에서 수분함량이 높고 단맛이 강해 중국 황실에 진상했던 여름 최고의 과일로 꼽힌다. 지난 2017년부터 테스트한 뒤 2018년부터 판매한 하미과는 꾸준히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품목이라 점차 재배면적을 확대하는 중이다.

또한 박 대표는 발빠른 트렌드로 현재 SNS를 다수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으로 젊은 농부의 일상, 재배하는 농작물의 실시간을 꼼꼼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박 대표의 향후 목표도 '새롭고 참신한 농사'다. 그는 "애플수박의 끝판왕이 되고 싶다"며 "향후 2차 가공식품을 생각하고 있지만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소비자를 깜짤 놀래킬 수 있는 다이어트 식품, 면역력 증가 식품 등 고기능성 제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친화적 재배 방식에 대한 가치관도 밝혔다. 그는 "현재도 유기농 교육을 받고 있다. 농원이 토경 재배기 때문에 땅 상황에 따라 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 살펴야 한다"며 "흙에서 파생되는 균들을 잘 조절해 친환경 재배방식을 안정적으로 정착해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최황지 기자

미스터 프룻의 박정규 대표가 재배하는 삼색 애플수박. 박정규 대표 제공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