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광란의 질주' 경주장된 무등산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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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밤만 되면 '광란의 질주' 경주장된 무등산 국립공원
평일·주말 밤 불법 개조차들 위험천만 곡예운전||운전자들 사이 돈 오가… 불법 레이싱 의심도
  • 입력 : 2020. 07.15(수) 17:17
  • 최원우 기자
"여러 대의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줄지어 달리거나 속도를 줄이지 않고 추월을 시도하는 등 밤이 되면 이곳에서 자동차 경주가 시작됩니다."

무등산 국립공원 인근 도로가 밤만 되면 자동차 경주장으로 돌변하고 있다. 도심과 동떨어진 탓에 방범용 CCTV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도 갖춰져 있지 않다. 통행 불편은 물론 사고 위험까지 산적해 주민들은 단속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오후 9시10분께 광주 동구 지산유원지 진입로.

불법 개조 된 차들이 도로 옆에 줄지어 일렬로 주정차 돼 있다.

한 차량에선 스피커 볼륨을 최대로 올려 노래를 틀었고, 차주들은 정해진 시간을 기다리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번에는 반대쪽에서 오는 차 때문에 내가 진 거라니까.", "오늘은 그냥 달려도 내가 이겨." 모두 자동차 경주를 암시하는 대화다.

오후 9시30분 무렵이 되자 줄지어 있던 차량 중 절반가량의 차들은 제4수원지 방향으로, 나머지 차들은 지산유원지 방향으로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이들은 구불구불하게 난 산길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나 볼법한 위험천만한 곡예 운전을 시작했다.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고자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을 막아서기도 했으며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으로 나란히 달리기도 했다.

또 반대차선에서 차가 올 경우엔 위협하듯 경적을 울리거나 쌍라이트를 켰다 끄기를 반복했다.

'광란의 질주'는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질주를 마친 이들은 제4 수원지 인근 청풍 쉼터 주차장에 모여들었다. 무등산 국립공원 인근의 도로를 한바퀴 돌아 목적지까지 먼저 오는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한 운전자는 "시작 전부터 느낌이 좋았다"며 "이겼으니 다음 경기 일정은 내가 정한다"며 소리를 질렀고 다른 운전자는 "한동안 비가 내려 제 실력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화는 자연스레 내깃돈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곡예운전을 한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운전자가 "얼마를 보내주면 되겠냐"고 묻자 다른 운전자가 "카카오톡으로 보내면 된다"고 답하는 등 대화가 오갔다.

레이싱 경기를 방불케 하는 이들의 곡예 운전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인근 주민 김제문(57·석곡동)씨는 "저녁 시간만 되면 굉음을 내는 차들이 줄지어 도로를 달린다. 평일에는 그나마 적은 편이지만 주말에는 심각할 정도로 자주 목격된다"며 "이곳을 통행하는 주민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다. 혹시나 사고가 날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황대명(61·석곡동)씨도 "처음 봤을 땐 젊은 사람들이 드라이브를 즐긴다고 생각했지만 드라이브라고 보기엔 위험천만한 운전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산길이라 코너가 많은데 코너에서 이들과 마주칠 때면 깜작깜작 놀랜다. 단속이 없으니까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도심 속 산간지역이다 보니 가로등이 설치된 것을 제외하면 방범용 카메라나 단속 카메라, 코너에 사각지대 거울 설치 등 사고나 범죄를 예방할수 있는 것들이 설치돼 있지 않다"며 "지리적 특성상 범죄가 발생해도 모를 곳"이라고 우려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