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의 눈으로 회화와 입체 조형물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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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의 눈으로 회화와 입체 조형물을 바라보다.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 입력 : 2020. 07.21(화) 16:37
  • 편집에디터

김두원_행복이 가득한집_복합재료_2017

코로나 19로 인해 공공미술관들은 임시휴관과 개관을 거듭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하려면 전화 문의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무안군 오승우미술관에서는 이인성, 조은솔 작가의 2인전 <회화와 알레고리>(20.7.4.~10.4.)가 진행되고 있고, 담양군 담빛예술창고에서는 신관 개관을 기념하여 조형물 작가 14명(팀)이 참여하는 전(20.7.10.~10.4.)이 열리고 있다. 현재 오승우미술관은 임시휴관 중이고, 담빛예술창고는 예약 관람이 가능하다.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된 언택트 시대에 전통 매체라고 할 수 있는 평면 회화와 입체 조형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논의해보려고 한다.

비대면 소통이 학교 교육, 비즈니스 회의 등에서 일상화되면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한 소통의 필수조건이라는 생각도 옛것이 되었다. 오늘날의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점점 더 비대면 소통의 편리성을 높여주고 있다. 비대면 교육처럼 비대면 전시도 낯설지 않다. 사이버 교육이 일상화된 것처럼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사이버 전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현실에서 실제 감상하는 것에 못지않다. 첨단 CG 기술 덕분에 마치 미술관에 방문하여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상황이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컴퓨터 조작으로 현실과 동일한 가상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전통적인 매체로 작업하는 회화나 입체 조형물은 왜 필요할까? 디지털 기술로 현실처럼 보이는 가상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물감을 칠하고 돌이나 나무에 조각하는 작업은 오늘날에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모든 시각적 이미지를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다면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나 조각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닌가? <회화와 알레고리>전과 전을 통해 전통적 미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자.

오늘날 미술의 가치는 콘텐츠로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소통하려는 주제가 우리에게 중요하고, 그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의 문제이다. 오늘날에는 평면 이미지이든 3차원 입체 이미지이든 디지털 기술로 손쉽게 생성할 수 있다. 첨단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면 어떠한 시각 이미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 이미지가 전통적 회화나 조형 이미지와 외형상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그 이미지에서는 전통 작업에서 찾을 수 있는 '자기 지시적 성격'(index)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컴퓨터 가상 이미지는 작가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보여주는 제스처를 제공할 수 없고, 그 이미지에서는 작가의 고유한 정서를 감상할 수 없다. 전통 매체의 미술 작업의 힘은 이러한 표현적 제스처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

이인성, 조은솔 작가, 2명이 참여하는 <회화와 알레고리>전은 회화 작품만 출품된 것은 아니지만 전시 제목에서 알아챌 수 있듯이 전통 회화 작품의 가치를 집중 조명한 전시이다. 두 작가 모두 독특한 회화적 장치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인성 작가는 알레고리 장치를 이용하여 현대인들에게 나타나는 삶에 대한 모호한 태도를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작가는 서구 종교화와 같은 삼면화 형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짜맞출 수 없는 3가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벌거벗은 인간들이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서로 얽혀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 그리고 동굴 안에서 맹수들의 싸움과 그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는 인간을 그린 그림, 마지막은 오렌지색 과일을 따는 한 쌍의 남녀를 그린 그림이다. 관람객들은 그림을 그 자체로 읽으면 그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보여주고 있는지 유추할 수 없다. 관람객들은 그 뒤편에 있는 이야기를 스스로 짜맞출 수밖에 없고,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 이 그림에 대해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림은 항상 모호한 의미를 지닌 채로 남아 있게 된다. 이때 작가는 오렌지 색의 원을 화면에 그려놓음으로써 확정된 해석은 아니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매번 등장하는 오렌지색 원은 관람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하게 만드는 매개체이면서 작가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조은솔 작가는 인간 사이의 다양한 소통과 인간 관계를 손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오늘날 공동체 붕괴에서 오는 상실감이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다양한 형태의 손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페인팅, 영상,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사회 속에서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흐름을 시각적으로 혹은 청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손이 지닌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작가는 의도적으로 손의 이미지를 투박하게 나타냄으로써 손 자체가 아니라 손의 움직임, 곧 손의 주체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인성, 조은솔 작가 모두 회화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지시적 성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작가들은 관람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열어놓고 있으면서도 작가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통해 작가가 경험하는 세계가 무엇인지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담빛예술창고에서 진행 중인 전은 전국 공모를 통해 관객과의 새로운 소통을 시도한 작가 14명(팀)을 선정하여 그들의 조형물을 선보이고 있다. 동시대미술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입체 조형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작품의 주제에 적합한 매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매체 자체가 주는 힘이 작가가 의도한 바를 표현내는 데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작품이 눈앞에 3차원의 입체로 구현됨으로써 작품에 몰입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두원 작가는 도시 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과 위안을 집 형태로 시각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는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는 집을 불안한 지형이나 높은 사닥다리 위에 작고 매력적인 형태로 구현하고 있다. 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위트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송준 작가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철제 식기를 이용해 다양한 동물들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통해 일상용품이 생생한 조형물로 재탄생되는 놀라움과 더불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일상용품의 형식적인 아름다움도 경험할 수 있다. 생명체의 아름다움과 일상용품의 아름다움의 기원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시영 작가는 나무 조각을 퍼즐과 같이 짜맞춘 조형물을 만들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작나무와 뽀플리 나무로 작은 조각으로 재단하여 이것을 다양한 형태의 인간상으로 조립한다. 동일한 퍼즐 조각으로 분리하고 다시 조립함으로써 인간의 익명성과 더불어 인간의 공유된 정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 작가 모두 자기가 제시하려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적절하게 재료를 선택하고, 관람객들이 작가의 시각으로 조형물을 바라보도록 세심한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의 방식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예술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된 세계의 전령(harbinger) 역할을 해왔고 그에 맞추어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예술이 탄생해왔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형식의 예술이 탄생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미술 양식인 회화와 입체 조형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전통적인 매체가 주는 '자기 지시적' 성격은 작가의 감정을 표현하고 작가가 유도하는 고유한 시선을 제공하는데 여전히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매체와 양식이 탄생하더라도 전통 매체의 고유한 소통의 힘은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김두원_행복이 가득한집_복합재료_2017

김두원_집으로 가는길_복합재료_2015(c)김남용

김두원_집으로 가는길_복합재료_2015(c)김남용

이송준_공생-염소_스텔리스_2017

이송준_공생-염소_스텔리스_2017

이송준_새가 된 꽃_ 숟가락_ 2017

이송준_새가 된 꽃_ 숟가락_ 2017

이송준_새가 된 꽃_ 숟가락_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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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_상념_포플러나무_2019

이시영_잠시 앉아서 휴식_자작나무_2020(c)김남용(2)

이인성 전시전경

이인성_물안개_Oil on canvas_2020

이인성_물위를걷는사람_2016

조은솔_Dramatic Gestures_Acrylic on canvas_2020

조은솔_The Square The Table_ Acrylic on canvas + Table Installation _2019

조은솔_The Square_Installation_2020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