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정신의 동시대성, 한자리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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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5월정신의 동시대성, 한자리서 성찰
광주시립미술관, 518 40주년 기념전||'별이 된 사람들' 내년 1월31일까지 ||피터 바이벨, 쉴라고우다 등 국내외 작가 24명 참여||회화, 사진, 미디어, 생태미술 등 다양한 장르로 은유적 표현
  • 입력 : 2020. 08.23(일) 17:20
  • 박상지 기자

피터 바이벨 작 '응시의 눈'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에 대한 숭고미가 국내외 작가들을 통해 동시대 미술로 재해석됐다. 광주시립미술관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5월 정신의 동시대성을 한 자리에서 성찰해 볼 수 있는 특별전시 '별이 된 사람들'을 진행중이다. 오프라인 전시는 당초 지난 15일 오픈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현재 온라인으로 전환된 상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생생한 전시관람을 위해 전시 촬영 중에 있으며 온라인 전시는 이르면 내달 초께 광주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별이 된 사람들'은 본관 1~4 전시실을 비롯해 1층 로비와 복도에까지 미술품이 설치될 정도로 대규모 특별 기획전시다.

5‧18기념재단과 공동주최로 마련됐으며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전국의 관심과 세계사적 의미를 이끌어내기 위해 광주지역을 넘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작가까지 참여 작가의 폭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인 작가 쉴라 고우다(Sheela Gowda·인도), 피터 바이벨(Peter Weibel· 오스트리아·독일), 미샤엘라 멜리안(Michaela Melian·독일), 쑨위엔 & 펑위(Sun Yuan & Peng Yu·중국)를 비롯해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지명도 높은 국내 작가 등 모두 24명(팀)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전시의 주요 흐름이었던 5‧18광주의 직접적인 고발 중심의 리얼리티 묘사 대신 은유와 암시로서 광주정신의 나아갈 방향을 탐색해나간다는데 의미를 두었다는 점이 새롭다.

로비에 설치된 안두진 작가의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1969년 제작된 피터 바이벨의 '신음하는 돌'과 '응시의 눈'으로 이어진다. 인류의 아픔을 공감하듯 울부짖는 자연석의 신음과, 부당한 상황을 응시하듯 관람자를 빤히 바라보는 7개의 모니터 속의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관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체험까지 접목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조덕현 작가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는 관람객의 행위가 곧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제작됐는데, 의도없이 관람객이 벽면에 쌓아올린 돌탑이 다른 공간에서는 음악감상실을 위한 배경으로 사용된다. 마치 행위의 인과를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쉴라 고우다의 작품 '다크룸'은 먹먹함을 전달한다. 인도 빈민가의 주거지역을 옮겨놓은 이 작품은 아스팔트를 담던 재활용 금속 드럼통으로 제작됐다. 낮은 구조물 입구를 바라보면 내부는 마치 어두운 미지의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몸을 쭈그려 들어가보면 내부는 생각보다 좁지 않고 높기까지 한다. 검정색 그물 천으로 가려진 천장 사이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둠에서 빛을 발견하는 순간 무한한 감동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항쟁의 흔적이 있는 공간의 흙을 채집해 자연적으로 싹을 틔운 전원길 작가의 '백초를 기다리다'와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의 모형을 통해 현실을 재현한 정정주 작가의 '응시의 도시-광주', 소리의 역사를 보여주는 정만형 작가의 '순환하는 소리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일관되게 관통하는 핵심 주제어로 80년도 당시 광주시민들이 보여준 '집단 지성과 사회적 이타심'으로 설정해 40년이 지난 현재 '분노와 슬픔에서 희망이 시작되는 미래지향적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집단 지성과 사회적 이타심'이야말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남긴 유산이며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면서 건강한 공동체의 삶이 지향해야 할 길을 열어나가기 위함이기도 하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이 서로 뭉쳤다 흩어지게 하는 전시 공간 속에서 긴장과 절정, 이완의 과정을 통해 5‧18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거나 이미 '신화가 된 오월의 이야기'를 다시금 예술적으로 다가가고 느끼게 하는데 방점을 두었다. 전시의 외형적 특징인 스펙터클한 광경을 통해 5‧18광주정신의 여운을 깊게 각인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별이 된 사람들'전은 현대미술이 비추는 5‧18정신 및 패러다임의 확장을 통해 세계 속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위상이 제고되기를 바란다"면서 "5‧18이 예술을 통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남긴 유산을 기억하고 지향해야 할 길을 관람객들에게 속삭이면서 들려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쉴라 고우다 작 '다크룸'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