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2>길 잃은 시대, 신문 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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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2>길 잃은 시대, 신문 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본다
신문을 보는 이유, 그리고 신문의 미래||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입력 : 2020. 08.31(월) 18:40
  • 노병하 기자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요즘 전통매체가 위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전통매체란 방송, 신문, 잡지를 의미한다. 전통매체가 위기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를 통해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4%가 모바일기기를 통해 포털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종이신문을 통해 뉴스 및 시사정보를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그만큼 전통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줄었다.

전통매체인 방송, 신문, 잡지 중에서 신문이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종이신문을 읽는 독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일주일간 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내는 열독률은 2011년에 44.6%에서 2019년에는 12.3%로 줄었다. 일주일간 종이신문을 한번이라도 본 이용자가 12.3% 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신문은 포털에 뉴스를 제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포털이나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뉴스와 시사정보를 이용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선별해서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편리하기 때문에 핸드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함 속에 함정이 있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만 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이용하게 된다. 뉴스나 시사정보를 편식할 수 있다.

특정 뉴스나 시사정보를 편식할 경우, 자신의 가치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편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확증편향적인 성향을 보이는 연구결과도 있다. 확증편향은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주의 기본 가치인 여론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이용자들의 '확증편향' 성향을 활용해 잘 전파된다.

신문, 그중에서도 종이신문은 1면의 종합뉴스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까지 다양한 뉴스와 시사정보를 제공한다. 기사의 크기를 통해 어떤 뉴스나 시사정보가 중요한지도 알려준다. 아침에 종이신문을 받아,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훑어보기만 해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래서 종이신문은 '세상을 향한 지식의 창구' 역할을 한다.

종이신문의 또 다른 장점은 글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심층적이다. 문자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를 하고, 상상력도 커진다. 디지털 미디어가 제공하는 영상과 소리 중심의 정보는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속성을 갖고 있어, 내용에 대해 체계적으로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종이 신문이 제공하는 정보는 천천히 생각하며 의미를 곱씹을 수 있다.

종이신문이 제공하는 뉴스와 시사정보는 취재부터 게재까지 뉴스가치에 따른 선별과정, 엄격하고 객관적인 검증과정을 거친다. 공정한 정보인지 따져보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해 가짜뉴스와는 거리가 멀다.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정보만 제공해 특정 정보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른바 '필터버블' 현상을 최소화 한다.

이용자들은 종이신문의 장점을 정확하게 모른다. 종이신문이 디지털 미디어에 비해 좋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몸에 좋은 보약을 찾듯 종이신문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종이신문은 자신의 장점을 개발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홀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종이신문의 약점을 보완해 예전의 인기를 되찾은 경우가 많다. 미국의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와 노르웨이의 '십스테드(Schibted)'가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즈'는 온라인에서 기사를 제공한 후 인기있는 기사를 종이신문에 게재했다. '십스테드'는 노르웨이 국민의 절반인 350만명의 뉴스와 시사정보 취향을 분석해 이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했다. 물론 이들 신문도 '디지털퍼스트'에 기초해 온라인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신문의 장점인 심층성과 정확성, 그리고 객관성을 무기로 삼았다.

종이신문 구독자들에게 왜 아직까지 절독하지 못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신문의 장점을 꼽는다. 그렇다면, 신문은 이제라도 기본으로 돌아가 독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다 깊이 있고, 호소력을 가진 정보 제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콘텐츠라는 상품의 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독자들이 상품을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디지털이라는 포장도 활용해야 한다.

'작지만 단단해진 신문 다시 살펴 본다'

전남일보가 나아갈 길 이렇습니다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때, 흔히들 우리는 성서의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든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크기의 시대가 있었다. 정확히는 '큰 것=좋은 것'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된 시대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에 불어 닥쳤다. 커피 한잔을 마셔도 대형 매장을 찾았다. 일명 '메가 컬처(Mega Culture)'의 시대였다. 공룡들이 지배하던 쥬라기 시대와 같았다. '2020 코로나19'의 시대. 대형 매장이든, 소형 매장이든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자연재해 같은 바이러스 앞에서는 크기는 상관이 없었다.

 신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21세기는 '미디어 홍수'의 시대를 넘어 '미디어 해일'의 시대다. 정보뉴스는 광고와 손을 잡고 상품화 됐으며, 1인 미디어는 단독의 타이틀을 걸고 구독자를 유치 중이다. 정보와 고발이 넘치지만 깊이는 없다. 팩트만 있고, 그 다음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했다'는 팩트가 있다. 우리 주변의 미디어는 이 팩트를 연속으로 퍼나르며, 제목을 그럴싸하게 만든다. 삽시간에 퍼져 나가고 폭행을 한 아들은 그야말로 인간 말종이 된다. 걸리는 시간은 불과 하루가 채 안된다.

 베를리너판으로 체격을 줄인 전남일보는 이 변화에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작아졌지만 더 깊어지기로 한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했다'에서 멈추지 않고 '왜?'를 취재하는 것. 그 '왜?'를 취재하기 위해 답을 주지 않은 경찰과 주변인들을 만나는 것. 이것저것 다 파는 백화점 식을 버리고 '지역신문의 본질'과 '21세기 지역신문'이라는 대주제에 천착하기로 했다. 정보전달은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면 된다. 그러나 저널리즘은 그렇게 쉽게 탄생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전남일보는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주기 보다는 '깊고 무거운 것'을 전달해 주는 것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기존 보도자료나 소개 기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되며, 속보나 발생기사도 우선적으로 인터넷에 실린다. 지면 기사는 단순 팩트를 넘어 더 깊이 있는 기사가 제공된다. 이는 신문을 보는 독자에 대한 전남일보의 배려이기도 하다. 특히 '일주이슈' 기획을 도입, 한 주에 가장 주목되는 이슈를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 등 모든 부서가 협업해 입체적으로 분석·진단·전망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역민들의 신문지면 노출도 강화한다. 이에 기존의 1개면이었던 오피니언, 인물 판을 각각 2개면으로 확대했으며, 주목 받고 있는 광주사람들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 '무엇'을 담고 있는 신문, 광주와 전남에 사는 모든 이들이 타 지역에 소개할 수 있는 독특하고도 깊이 있는 신문. 이제 9월 1일부터 독자들의 곁으로 찾아간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