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추석에 고향 안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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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추석에 고향 안 가기
  • 입력 : 2020. 09.08(화) 16:55
  • 박상수 기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이처럼 잘 집약해 설명해주는 말도 없다. 추석 무렵이면 찌는 듯한 더위가 물러간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먹을 것이 풍성하다. 농경시대의 농민들은 농사 일이 대부분 끝나 한가한 시절이다. 술과 떡과 맛있는 음식을 차려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배부르게 먹고 쉬면 이보다 좋은 날이 없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추석을 연중 최고의 날로 쳤다.

산업화가 진행된 오늘날 추석의 대표 키워드는 '귀성 행렬'이다. 추석을 앞두고 열차와 고속버스 예매장은 밤을 샌 사람들이 장사진을 친다. 추석 전날이면 고속도로는 귀성 차량으로 주차장이 된다. 평소에 3~4시간이 걸리는 고향이 차가 막혀 10시간 넘게 걸려도 지루하지 않다. 조상님 묘소를 찾아 모처럼 후손의 예도 차린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가족, 옛 친구들과 사투리로 나누는 정담은 또 얼마나 정겨운가. 다시 도회로 떠나는 자식들에게 차례 음식과 참기름·마늘·고추 등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주는 주름살 깊은 부모님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진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는 올해는 추석 풍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추석 연휴 기간 고향·친지 방문 자제와 온라인 성묘를 권고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추석 연휴 기간 열차의 전체 좌석 200만 석 중 절반인 100만 석, 승객 간 거리 두기를 위해 창가 좌석만 판매한다. 도로공사는 2017년 이후 시행해오던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각 지자체도 향우들의 고향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 코로나19 청정지역인 고흥군과 보성군 등은 전국 향우들에게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정부의 고향 방문 자제 요청이 추석 귀성을 신앙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딜레마다. 하지만 자식들의 귀성이 고향의 부모님에게 코로나19를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한 번 쯤은 쉬어가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이 많아 자신은 걸린 사실을 모르지만 나이 든 부모님에게 옮기면 치명타가 된다. 올해는 조상님과 부모님도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것이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