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원태>태풍과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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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기고·윤원태>태풍과 기후위기
윤원태 국제기후환경센터 대표이사
  • 입력 : 2020. 09.27(일) 14:06
  • 편집에디터
국제기후환경센터 윤원태 대표이사
자연재해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문명의 발달이 분명 원시적인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주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자연재해에 있어서만큼은 딱히 그리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고도화된 사회일수록 같은 자연재해에도 그 피해가 가중되어 나타난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보이지 않던 취약성이 더욱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우리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로 인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2년 태풍 루사는 강릉지역에 하루에만 870.5㎜의 비를 쏟아 부으며 사망 및 실종자 246명, 그리고 5조1479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최악의 태풍으로 기록되었다. 바로 이듬해인 2003년에도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0m에 달했던 매미로 인해 인명피해 131명과 4조 2224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고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하였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온실가스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 온도의 상승으로 발생한 에너지는 90% 이상이 바다에 흡수되고 저장되면서 해양열용량(Ocean Heat Content, OHC)이 증가하게 된다. 해양열용량이란 바닷물을 1℃ 올리는데 필요한 열량을 말한다. 이와 같이 증가한 OHC는 해양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대기 중 수증기 증가의 원인이 되면서 태풍의 발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태풍은 수온이 27도씨 이상인 열대 해양에서 발생한 공기 소용돌이 중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으며 고위도로 이동해가는 열대 저기압이다. 태풍은 저위도 부근의 남는 에너지를 고위도지역으로 이동시키면서 지구의 열적 균형을 맞추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자연재해이기도 하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태풍의 에너지가 커지면서 더욱 강력해지고 우리사회에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올해 태풍이 심상치 않다. 보통 태풍은 한 해 평균 약 26개가 발생하는데, 그 중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매년 3개 정도이다. 평균적으로 9월인 지금까지 태풍은 15개 정도 발생해야하나 지금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고 동해안을 따라 북상한 태풍 하이선은 10호이다. 평년보다 적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태풍 발생지역이 북위 20도 근처로 평균보다 많이 북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서태평양의 해양열용량이 높기 때문이다. 북서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이 그 만큼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아 짧은 시간 안에 대형 태풍으로 성장하고, 그 강도와 전성기의 모양을 뚜렷하게 유지하면서 중위도 지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1977년 이래 우리나라 부근을 지나는 태풍의 풍속이 평균 12~15% 빨라졌다. 태풍의 강도는 풍속으로 측정하는데 풍속이 15% 빨라지면 폭풍, 해일, 강수 등을 동반한 파괴력은 최대 50%까지 강력해진다.

가을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드높고 파란 하늘의 좋은 날씨를 생각한다. 그러나 가을은 태풍의 계절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많은 피해를 입혔던 태풍 사라(1959년)나 루사(2002년), 매미(2003년) 그리고 차바(2016) 모두 가을에 발생했다.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었던 태풍이 유독 9월에 많았던 것은 이때가 북태평양 해수온도가 가장 높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태풍은 바닷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에너지를 많이 공급받기에 강하게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3개의 태풍 바비(8월22일), 마이삭(8월 28일), 하이선(9월 1일)이 10일 동안에 연달아 북위 20도 근방에서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었다.

왜 3개의 태풍은 이처럼 연달아 우리나라를 강타했을까? 북극지역의 빠른 온난화는 극지역의 상층 차가운 공기를 가두어 두는 편서풍대를 약화 시킨다. 이로 인해 북극에 갇혀있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고 있다. 올해는 여름부터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밀려오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북상을 막아 우리나라 중부지역에 장마전선이 정체하면서 54일이라는 최장의 장마를 기록하였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을 끼고, 포물선 모양으로 이동한다. 이번에 3개의 태풍이 연달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것은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의 북서쪽으로 밀려오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일본 쪽으로 수축하기 시작하면서 태풍이 우리나라로 북상하는 길을 틔워주었기 때문이다.

뉴노멀, '비정상적이었던 부분이 점차 표준으로 되어가는 것'으로 새로운 표준이 보편화되는 현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의 이면에 방치되었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 있는 중이다. 올해 태풍은 이러한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지구 기온이 상승하고 해수온도가 올라가면서 태풍은 앞으로 더 강력하게 발생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생한 태풍보다 몇 배 강한 슈퍼태풍이 우리나라로 올라올 가능성은 높아진다. 블랙스완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 기후분야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인류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한 자연 재해를 만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이제 우리에게는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준비된 계획을 실천하며, 실행을 통해 내일의 인류를 위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