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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멈춤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20. 09.13(일) 14:36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광주비엔날레는 '빛고을' 광주에서 열리는 한국 최초의 현대미술 축제이다. 지난 2002년 제4회 대회의 전시주제는 '멈춤: PAUSE: 止'였다. '숨가빴던 시대, 또다른 진보를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예술적 관점을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자'는 의미의 전시였다. 당시 광주비엔날레측은 20세기 인류가 숨가쁘게 달려온 속도에 대한 반성과 비판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정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자는 '멈춤'이란 주제를 현대미술로 녹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멈춤'을 다시 소환했다. 민족 대이동이 자칫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일선 시·군은 고향 방문 자제를 독려하고 있다. 완도군은 군민과 향우들을 상대로 추석명절 '이동 멈춤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고향에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부모와의 영상 통화를 지원하거나 안부 영상을 촬영해 자녀에게 전송해 주고, 벌초도 대행해 주고 있다.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는 명절 음식도 나눠준다. 보성군과 고흥군도 '고향 방문 자제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추모공원이나 가족공원 등에선 추석 연휴기간 문을 닫는 대신,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를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했다. 최대한 지역간 이동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추석열차 승차권은 창측 좌석만 발매했다. 판매 물량은 200만석에서 100만석으로 50% 줄였다. 명절 때마다 면제했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이번에는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치권에선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추석선물 보내기 운동'을 제안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동참했다. 이번 추석연휴기간(10일부터 10월4일)에 한해 공직자 등에게 허용되는 농축수산물 선물상한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올해는 사상 초유의 '비대면 한가위'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일상의 침범을 넘어 명절 풍속도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우리도 이번 만은 잠시 이동을 멈추고, 자연의 응징이라는 감염병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