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성열>탈북민의 애환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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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성열>탈북민의 애환과 추석
박성열 숭실대 교수
  • 입력 : 2020. 09.24(목) 13:40
  • 편집에디터
박성열 숭실대 교수.
우리 사회에 탈북민은 이제 낯설지 않다. 2020.6월 기준으로 33,637명이 입국했으며 지난 총선에서는 대한민국의 선출직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지역구와 비례대표)으로 2명이 당선됐다.

일부 탈북민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뛰어난 말솜씨와 장기를 뽐내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탈북민들은 여전히 남한 사회에서 녹록치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통일부 통계(2020년)에 따르면, 탈북민의 85%는 북한에서의 직업이 노동자, 무직으로 남한 입국후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탈북민의 생계급여 지급률이 23.8%로 일반 국민의 3.4%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여기에 탈북민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 사회가 탈북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은 2007년 52%에서 2019년 34%로 떨어졌고, 탈북민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2011년 89%에서 2019년 36.2%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올해 들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삐라 풍선 날리기에 대해 북한이 중앙통신과 대규모 군중집회를 통해 탈북민을 '조국을 배신한 인간 말종' 운운하며 보복조치를 공언하였고, 우리 정부와 접경지역 지자체도 풍선 날리기에 대해 관계법을 적용해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것들이 탈북민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많은 탈북민들은 생존과 자유를 갈구하며 목숨을 걸고 남한땅으로 왔는데, 자신들이 북에서도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남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라는 자조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된 것 같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탈북민을 초청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다. 40대 중반의 탈북민 A씨(여)는 남한에서 공무원과 만나 결혼하여 아이를 넷을 뒀는데도 시댁에서 아직도 자신을 탈북민이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울었다.

부모님을 떠나 혼자 내려온 20대 초반 B는 탈북한 지 처음 2~3년은 적응하느라 정신없었는데 요즘은 부모님 생각이 절실하다며 목이 멘다. 탈북민 C씨(여)는 남한에서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커가는 모습이 벅찬 감동이다. 그러나, 행여 딸이 북한 출신임이 알려져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탈북민(북한이탈주민) 정착문제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반영한다. 이들은 헌법과 관계법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금 탈북민을 껴안지 못하면서 통일 과정에서 2500만 북한동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일부 탈북자 단체의 행동을 보고 전체 탈북민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북한도 추석을 설과 함께 민속 명절로 지정하여 공휴일로 지낸다. 탈북민들은 남한 생활이 힘든 이유에 대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서(27.6%), 남한내 차별(15.4%), 치열한 경쟁(19.0%) 등을 들고 있다. 광주·전남에도 1300여명의 탈북민이 살고 있다.

추석을 맞아 지자체나 사회단체, 기업들이 지역 하나센터 등을 통해 이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하거나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어 위로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