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2> 절차·방안없이 던져진 통합 …배경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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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3-2> 절차·방안없이 던져진 통합 …배경 '설왕설래'
공공기관 유치전 가열·지역갈등 탓||양 시도간 갈등 '돌파구' 위한 제안?||20년 만에 다시 등장 …이번에는 ||
  • 입력 : 2020. 09.13(일) 18:29
  • 박수진 기자
지난 2019년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발전기금·복합혁신센터 합의문 협약식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용섭 광주시장이 포옹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년 해묵은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10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응방안 토론회 축사에서 불쑥 통합이야기를 꺼내면서다. 1995년 논의가 수그러든 뒤 20년 만이다.

배경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많다. 행정통합에 대한 구체적 절차나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도와도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었던 '갑작스러운 제안'이기도 해서다.

● '행정통합' 왜 나왔나

우선 시·도 공공기관 지방이전 2차 유치전 과정에서의 '감정의 골'이 기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토론회 하루 전인 지난 9일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30개의 공공기관 싹쓸이 계획에 맞서, 이용섭 광주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행정통합론'을 꺼냈을 것이란 분석이다.

토론회에서 "광주시도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엔, 뒤늦은 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시·도 상생 차원에서 전남도를 도와 한국전력을 비롯해 15개 공공기관을 나주시 공동혁신도시에 유치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AI), 에너지, 정보통신, 문화, 자동차 산업 등 광주의 미래 발전 방향과 맞는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전남도와 공동 유치전을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시장은 "내부적으로 유치대상 공공기관을 어느 정도 확정했으나 전략상 밝힐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전남도와 공동 유치전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토론회 하루 전인 9일 "30개의 공공기관과 12개의 연구기관·출자기업 등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력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며 싹쓸이 유치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런 전남도의 유치 계획은 그동안 광주·전남 상생 차원에서 양보해온 이 시장으로서는 불쾌했을 거라는 것이다.

시도 간 갈등을 빚어오고 있는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 공동혁신도시 발전기금 문제 등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제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시장이 "광주·전남은 천년을 함께해 온 공동운명체"라며 "따로따로 가면 완결성도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고 지금처럼 사안마다 각자도생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공멸뿐"이라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생채기만 남긴 두차례 논의

광주·전남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86년 11월1일 광주시가 전남도에서 분리된 이후 시·도 통합논의는 크게 두 차례 진행됐다.

첫 시도는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1995년 민선 자치 1기 출범 직후다. 당시 6·27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통합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허경만 전남지사는 취임 후 시·도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전남도는 도청이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후보지 선정을 둘러싸고 지역갈등이 심각했다. 전남을 동·서로 가른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허 지사는 도청 이전을 중단하고 시·도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송언종 광주시장이 허 지사의 통합 추진을 반대하면서, 1차 시·도 통합 논란은 4년 만에 일단락됐다.

시·도 통합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 건 2년 후인 2001년 초다. 민선 2기 광주시장에 취임한 고재유 시장이 '전남도청 이전이 유보된다면 시·도 통합에 찬성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히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해 2월 광주지역 각계인사 3000여 명이 '전남도청이전 반대 및 광주전남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도청 이전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정치권도 뛰어들었다. 당시 정동채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도 도청 이전 중단과 재협상을 촉구했다.

송언종 민선 1기 광주시장을 비롯해 광주시의회 등 정치권이 결사반대했던 '시·도 통합'을 이번에는 광주시 각계인사들이 통합하자고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자 허 지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시·도 통합을 추진할 때는 반대하더니 도청을 이전한다고 하니 시·도 통합을 주장한다는 게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논란 끝에 허 지사가 도청 이전을 계획대로 추진키로 하면서 갈등은 마무리됐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