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철성>나주산포 산제리 풍수와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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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철성>나주산포 산제리 풍수와 남원
김철성 전남도로관리사업소 주무관
  • 입력 : 2020. 09.27(일) 14:31
  • 편집에디터
김철성 전남도남평과적검문소 주무관
지난달 산제리를 다녀왔다. 퇴직한 어느 선배의 신축할 건물의 좌향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응한 것이지만, 필자는 풍수를 좋아하긴 해도 거듭 문외한이라 사양했지만 그런 어둔 눈으로라도 봐달라는 거였다.

산제리는 전남도농업기술원 뒤 식산 줄기가 북으로 좀 흘러오다가 서쪽으로 가지 친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동네다. 그렇지만 멀리는 20여기나 되는 지석묘가 현존하고 가깝게는 초대 나주 군수를 지낸 독립운동가 김창용이 태어난 만만찮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역사에 비해 기록이 부족한 유사무서의 마을이다.

산제리는 어떤 풍수적 사연이 간직돼 있을까. 이 마을도 여느 전통 마을처럼 풍수적 관념 속에 잡다한 신앙이 혼재돼 있다. 샤머니즘에서부터 산천숭배사상, 불교, 유교, 도교, 도참, 음양오행설 등이 고루 섞여 있다. 그런 내용이 단편적이만 나주시청 홈페이지에 "뒷산에는 시루를 걸고 떡을 하는 '시루봉 바위'라든지, 자손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는 '매봉', 옥녀의 달인 '계주봉' 등이 있어 (마을)유래와 함께 주민들의 기자(득남),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민속적인 신앙"이라고 실려 있다. 아울러 에는 "산제 북쪽에 있는 마을로 매화낙지형 명당이 있다"는 기록도 보인다.

퇴직한 선배와 나눴던 얘기 중에 금기사항도 있었다. 주택 왼쪽 편의 산이 배를 매었다는 설화가 깃든 옥녀의 달인 계주봉이다. 마을에서는 집을 지을 때 계주봉을 봐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전해진다. 흔히 거처가 옥녀봉을 바라보면 '바람이 난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건 속설일 뿐이다. 한때 광주 풍암동 지역도 옥녀봉 풍수에 대한 속설이 사실인양 회자된 적 있다. 허나 옥녀의 상징은 바람기가 아닌 '귀한여자, 품격 높은 여성'을 뜻한다.

선배네 집을 둘러보다가 집 담장 뒤에 박힌 돌덩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돌덩이는 선친께서 담장 보호용으로 세운 것이다. 순간 흔한 돌덩이 하나지만, 거룩한 풍수적 용어를 가져와 표현하면 '비보풍수 문화유산'이다. 풍수 금언중 하나가 세상에 완벽한 땅은 없다는 '풍수무전미'다. 그래서 완벽한 땅으로 가꾸려는 시도가 비보풍수의 요체다. 그곳이 동네 골목 삼거리의 종착점이라서 돌덩이를 세우게 됐다. 지대가 낮고 경사진 곳에 자리 잡은 주택이여서 내려오는 차량들로 하여 담장을 들이 받혔던 것이다.

이런 집터의 개선책을 풍수서에서 찾아봤다. 풍수에서는 도로를 물줄기와 산줄기로 본다. 도로는 기가 왕래한다. 특히 삼거리는 직진하려는 의지가 좌절된 억제된 사거리다. 비과학적인 얘기 같지만, 선배네 집터의 경우 경사진 집 뒤에서는 도로살을 맞고, 집 앞 낮은 곳으로는 기가 누설되는 설기현상도 예상된다. 그래서다. 집 뒤란 경사진 곳은 옹벽을 쌓고 낮은 터는 성토하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돌덩이가 세워진 교통사고 상존지역은 터를 확보해 돌덩이 미니 공원을 조성했으면 한다. 공원은 일종의 내려오는 차들의 완충지대가 될 것이다.

산제리 풍수를 정리하다가 이번 여름 폭우로 전남곡성과 전북남원의 경계인 섬진강 제방이 유실돼 큰 수해를 입은 고향 남원시 금지면이 겹쳐졌다. 제방 붕괴는 댐 물의 과다방류도 원인일 수 있겠지만, 붕괴된 지점을 눈여겨보면 늘 흘러내려가는 물살에 받히는 지점이다. 지리학 용어로 말하면 공격사면인 셈이다. 지속적으로 물이 받히는 지점은 제방 구조물의 침식을 가져올 수 있다.

어느 풍수서에는 "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강이다. 8세기 시인 두보는 '국파산하재'라 읊었는데 강산을 연구함으로서 국가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땅은 작물을 번성시키기 위해 물이 필요하고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산이 필요하다."고 기록돼 있다. 남원은 축천과 요천 그리고 섬진강을 낀 고장이라 홍수에 대한 방비가 철저했다. 옛 문헌에도 축천의 철우(쇠소) 풍수, 요천임수, 중동보허림, 금지창활수 등의 비보풍수가 실려 있다. 그 장소들은 모두 두 개의 하천이 만나는 지점에 조성돼 비보산 역할을 했다.

나주 산제리에서 퇴직한 선배네 집의 돌덩이 풍수에서 터를 확보해 도로살을 막아보자는 처방을 남원 금지면 섬진강 제방 복구 현장에서도 활용해 봤으면 한다. 즉 공격사면의 물의 유속을 낮출 완충지대인 호수 같은 것을 조성했으면 하는 것이다. 아니면 비보산을 조성해 수살을 항구적으로 막는 방법의 긍정적 검토 요청은 필자의 수구초심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