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표정 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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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생존자들의 목소리와 표정 담고 싶었습니다"
다큐영화 ‘김군’ 강상우 감독 ||증언집 ‘김군을 찾아서’ 발간
  • 입력 : 2020. 09.16(수) 11:06
  • 김해나 기자

강상우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 감독. 강상우 감독 제공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존자, 연구자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후에 5·18민주화운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18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강상우 감독이 이번엔 책 '김군을 찾아서'를 발간했다.

강 감독은 지난해 5월 영화 개봉 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100여명의 생존자를 만났다. 그는"영화에는 20여명의 증언만 담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 더 다양한 증언을 글로 담고 싶었다. 영화에 담지 못한 사진 분석 과정, 생존자분들의 경험담, 목격담을 책에 생생하게 담는 게 목표였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의 10대는 5·18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었다. 그는 "학교에서 5·18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었고, '모래시계' 드라마 등 5·18과 관련한 드라마, 영화를 즐겨 보지도 않았다. 알고 있던 건 내가 태어날 즈음 일어났던 비극적인 역사 정도였다"며 "서울 사람을 대표할 수는 없었겠지만, 광주에 연고도 없고 1980년을 경험한 세대도 아니다 보니 5·18을 막연하고, 어렵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우울한 역사로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2014년 광주에 발을 들였다. 처음 그는 광주가 '5·18'로만 이야기되는 것보다 현재 광주가 가진 다양한 목소리, 삶에 주목하는 '광주를 담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주옥씨를 만났다. 주씨에게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강 감독은 "이전에는 5·18민주화운동을 무겁고 어려운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주옥 선생님이 알아보신 '김군'의 사진 덕분에 호기심을 느끼게 됐다. '김군'이 넝마주이 청년이라는 것을 듣고 넝마주이에 대한 조사도 많이 했다"며 "자활원, 고아원 등 시설에 살다가 항쟁에 참여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책에 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친분을 쌓은 주옥씨가 해준 한마디가 5·18민주화운동을 알리고 싶은 마음을 키웠다.

강 감독은 "지만원과 일베 사이트에서 '김군'이 북한군이라는 왜곡 주장을 하며 파장이 커졌다. 5·18을 알리고 싶었다"며 "막연하게만 느꼈던 5·18민주항쟁이었지만, 생존자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김군'의 행방뿐 아니라 10~20대 때 5·18을 경험했던 청년들의 기억을 조각조각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바로 잡아야겠다'는 정의로운 마음보다 '김군'의 이름을 찾아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강조했다. 그는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40년간 아픔을 겪은 생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5·18 생존자뿐 아니라 4.3 사건, 세월호 등 여러 비극적인 일의 생존자들이 겪는 어려움, 상처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상우 감독이 펴낸 책 '김군을 찾아서'.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