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지원>체험형 인턴, 세상을 체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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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기고·백지원>체험형 인턴, 세상을 체험하다
백지원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본부 무안지사 요금관리팀 인턴
  • 입력 : 2020. 09.24(목) 13:17
  • 편집에디터
백지원
올여름은 유난히도 버겁다. 한철 유행 바이러스라고 생각했던 코로나는 비웃듯이 2차 웨이브를 타기 시작했고 길었던 장마와 태풍까지 모두에게 버거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나 역시도 인턴 명찰을 달고 사회에서의 첫 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다.

회사는 인턴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보안상의 이유로 주어지는 권한은 아주 제한적인데, '권한이 없지만, 극히 일부를 허용한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듯했다. 나는 손님은 아니지만, 식구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의 완벽한 이방인이었고, 이는 어쩔 수 없는 체험형 인턴의 숙명이었다. 물론 현실을 모르고 지원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일각에서 내비치는 체험형 청년 인턴에 대한 비판에 고개를 끄덕였던 사람이었고, 해학적으로 우리를 비꼬아 부르는 별명에 동조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이곳에 지원했던 이유는 장기화된 취업난 속 지푸라기라도 잡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던가. 한전의 체험형 인턴 제도는 지극히 그 이름에 충실한 제도였고, 주어진 틀 안에서 지사 사람들은 꽤나 열정적이었다. 고작 3개월 있다 떠날 인턴이지만 팀이 다루는 전체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해주었고, 그들이 걸어온 길에서 깨달은 성숙한 자세를 일러주며 상사로서, 그리고 인생선배로서 다독여 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고, 건강하게 소통하며 의견을 나누는 방법을 배웠으며, '실무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라는 껍데기뿐인 자기소개서에 진정성을 담게 되었다. 깨달음을 준 사람들은 지사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수금업무를 담당하여 미수 고객에게 납부를 독려하는 활동을 했는데, 전기라는 에너지에 진득하게 녹아 있는 고객들의 이야기는 학교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르쳐 주었다.물론 아직도 체험형 청년 인턴 제도에 완전히 수긍하지는 못한다. 고용 지표의 수치 향상을 위해 젊고 우수한 인재를 단기간만 이용하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며,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때문에 인턴생활의 질적 수준은 기준점이 낮을 수밖에 없다. 체험할 수 있는 업무는 원칙적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시기에 따라 한정된 업무조차도 못하며 우두커니 앉아서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는 '체험형' 인턴으로 이곳에 들어왔고, 지원자들에게는 현직자의 업무처리 과정을 눈앞에서 보고 들으며 물어볼 환경에 소속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도전할 명분이 된다.팀의 이방인으로 들어와 고립이 주는 무료함을 무서워할 때가 있었다. 팀원들 사이의 유연한 업무 흐름이 전류라면 그들의 저항인 방해쯤으로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9월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나는 감정을 초석 삼아 단단해졌다고 자부한다.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음을 자신했던 7월이었지만, 짝꿍이라며 살뜰하게 챙겨주셨던 팀장님 때문인지, 정을 나눠야 한다며 초코파이를 쥐어준 과장님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무더운 여름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는 대리님 때문인지 콧등이 시큰해져 오는 9월이다. 무안지사 요금관리팀과 고객지원팀, 그리고 나의 멘토 안소원 대리님께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끝으로 수기를 마무리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