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4-1> 예술의거리, 예향1번지에서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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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4-1> 예술의거리, 예향1번지에서 애물단지로
작가·콜렉터들 문화사랑방 역할||최근 7년간 문화예술 업종 2/3 소멸 ||도청 등 관공서 이전 후 생기잃어 ||자구적 노력 불구 짙은 침체 그늘 ||
  • 입력 : 2020. 09.20(일) 18:37
  • 김은지 기자
광주 7대 문화권 중 하나인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 현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인 도시재생뉴딜사업지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받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문화예술특구'라는 색을 점차 잃어가는 분위기다. 김양배 기자
광주 7대 문화권 중 하나인 예술의 거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권의 핵심구역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설립과 함께 꾸준히 재조명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현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인 도시재생뉴딜사업지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특화지역'이라는 장소성이 담고있는 역사만도 수백년에 이르는 이곳은 광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지역으로, 관 주도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과 논의가 진행돼 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년 수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쇠퇴'라는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것은 예술의 거리가 가지고 있는 '장소성'에 주목하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삶과 장소의 관계를 다룬다는 것은 그 장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주목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만이 한 장소가 갖고있는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거리는 1987년 7월 8일 광주시 조례 제1643호로 지정되면서 예향의 상징 거리이자 예술 중심의 간판 특화 거리의 현재이자 역사가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앙초교 입구부터 동부경찰서까지 300m 구간이었지만, 지난 2010년 예술의 거리가 특화거리로 지정된 이후 카톨릭센터부터 중앙초교 후문까지 300m를 추가해 600m로 확대 지정됐다. 그 뒤로 10년째 예술의 거리는 열십(十)자 형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예술 특화거리로 정착시키기 위해 짧았던 구간을 확대하는 등 광주시의 적극적인 관심이 반영됐지만 예술의 거리는 '문화예술특구'라는 색을 점차 잃어가는 분위기다.

광주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광주 예술의거리에는 220개소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실 공방 21곳, 화랑 갤러리 18곳, 재료 판매 12곳, 공예품 판매 10곳, 학원 사무실 13곳, 공연장 3곳, 기타 143곳으로, 전체 점포 중 문화 관련 점포는 64개다.

7년 전인 2013년의 상황은 달랐다. 당시 동구청이 제시한 예술의거리 입주업체 현황에서는 화랑, 골동품, 공연장, 전통차 판매점 등 문화관련 점포는 180개소로 현재보다 3배 가까운 수가 예술의거리에 입점돼 있었다.

현재까지도 광주에서 예술, 문화 관련 점포의 점유율이 이보다 높은 곳은 없지만, 해마다 예술의 거리를 상징하는 문화예술 관련 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예술의거리의 근간을 이루고있는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는것에 대한 반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과거 예술의 거리는 작가들에겐 작업부터 전시까지 필요한 것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고, 콜렉터들에겐 장르별로 양질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림매매의 큰 축을 담당했던 관공서들이 이전해 가면서 생기를 잃은 예술의거리엔 이를 대체할만한 자구적인 노력이 절실했다. 미술품 콜렉터들의 구매를 통해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지 않았던 현실은 작가들에게도 더이상 매력을 끌지 못했다. 고유의 정체성과 자구책에 대한 방향을 잃은 장소는 작가, 콜렉터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불황,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상인들은 예술의거리의 정체성이 없어졌다는 것에 대한 반증으로 화랑들이 각자의 전문성과 고유의 색깔이 없어졌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예술의 거리가 처음 생겨났을 때만 해도 각 화랑마다 전문적으로 다루는 예술품들이 있었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예술 시장이 좁아지자 화랑 상인들은 다루는 분야와 품목들을 넓혀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예술의 거리 내 화랑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 그림과 비슷한 서예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현재의 상황이 초래됐다.

양승찬 나인갤러리 관장은 "각 화랑마다 특색 없이 비슷한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면서 "어떤 작품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분야는 어떤 화랑이 전문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예술의 거리를 찾는 이들이 더 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