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랑 노래한 늦깎이 시인의 첫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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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랑 노래한 늦깎이 시인의 첫 시집
주현진 | 북메니저 | 1만원
  • 입력 : 2020. 09.24(목) 12:48
  • 이용환 기자

시(詩)는 사랑이 묻어난다. 어릴 적 그가 살아왔던 고향의 모습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활활 타오르는 듯한 뜨거움이나 격정은 없지만 그의 시를 읽다보면 자연과 사람에 대한 사랑, 누구나 살면서 겪었던 평범한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시집을 내면서 그가 머릿말에 쓴 '새삼 고향을 그리며 곱게 피어난 황혼의 빛을 가슴 깊숙이 안아 봤다'는 스스로의 고백인 셈이다.

해남에서 태어나 늦깎이인 60대에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한 송호 주현진 시인이 최근 생애 첫 시집 '황혼'을 펴냈다.

남 보기에는 볼품이 없을지라도 자신에게는 무엇보다 정성들여 키워낸 시 들이 고향바다에서 봤던 석양처럼 빛나고 아름다워 '황혼'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시집에는 제목과 같은 '황혼'과 '어머니', '고향 생각' 등 100여 편의 시가 8부로 나뉘어 실렸다.

주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고향 풍경과 지나온 삶들에 대한 의미를 감성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주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와 회사 임원 생활을 내려놓은 뒤 지난 2012년에 대장암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면서도 60대 막바지인 2013년에 '대한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2015년에는 '동산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해 삶에 대한 애정과 일상에서 얻어낼 수 있는 체험이나 깨달음을 조용하면서도 울림있는 목소리로 재해석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주 시인은 지난해 5년 동안의 투병일기와 주변에서 보았던 일, 고향의 추억들을 담아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첫 수필집을 내놓으면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한 시집에도 곳곳에 그만의 정성과 감성이 담겨있다. "내 마음보다도 더 붉은 노을/그 황홀한 빛깔 뒤엔 사랑이/그리고 나의 그리움이…"(황혼)이나 "울 엄니 허리 고무신 모습, 흙에서 흙으로/그리그리 사시다가, 흙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당신, 우리 어머니"(어머니) 같은 심상이다.

허투루 지나치는 이름 모를 풀잎이나 나무 한 그루에서도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풀잎은 풀잎끼리 싸우지 않는다/어께동무 하면서/푸르게 자랄 뿐…"(풀잎은 풀잎끼리)나 "우리네 인생을 말해주듯/흘러가는 너/구름아"(구름아)같은 식이다.

"도시네 어머니 손/하얗고 보드라와도/흙먼지 낀 울 엄니 손/사랑스러워라." 동산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 '어머니'에서 처럼 시를 통해 자신과 독자를 위로하려는 노력도 뛰어나다.

주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은 자신의 삶을 정하하고 인간과 자연, 사물과 사회현상을 사랑하는 일"이라며 시집을 통해 독자들과 공감하고 독자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현진 시인.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