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타인능해(他人能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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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소환, '타인능해(他人能解)'
  • 입력 : 2020. 09.20(일) 16:51
  • 최도철 기자
비가 갠 주말 아침.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천년만년 결곡한 가을빛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오늘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쟁명한 하늘아래 코스모스 피어 있는 싱그러운 날,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듣고 싶은 날이면 어김없이 마실길 나섰을 터인데, 코로나 역귀로 여의치 않다.

발심을 애써 누르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데, 지난해 봄 섬진강 벚꽃길 구경 갔다가 찍은 박경리문학관, 화개장터, 운조루 사진들이 보인다.

지리산 끝자락 구례 토지면에 자리 잡은 전통 누정 운조루(雲鳥樓)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야기가 있다.

쌀 뒤주 마개에 오롯이 새겨진 '타인능해(他人能解)'. 아무나 열 수 있다는 의미로 운조루의 주인이 커다란 뒤주를 사랑채 부엌에 놓아두고 끼니가 없는 사람들이 곡식을 가져가 주림을 면할 수 있게 했다.

타인능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이다. 나눔과 배려, 보시(報施)로 이웃에게 은덕을 베푼 것이다.

각박한 세상에 아낌없이 인정을 나누었던 선조들의 선행 사례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12대에 걸쳐 만석꾼을 지냈다는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 평생 모은 재산을 다 바쳐 아사 직전의 도민들을 살려냈던 제주거상 김만덕의 구휼미 이야기 등 길이 전해져야 할 미담들이 여럿 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로 참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졸지에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에 처한 이들도 늘고 있다.

이 난리통에도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있다. 기업들과 사회지도층, 연예인·스포츠 스타들의 릴레이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는 착한 뉴스다. 방탄소년단·아이유 등 스타들의 선한 영향력에는 팬들까지 움직이는 나비효과를 내고 있다.

직접 기부 외에도 '아이스 버킷 챌린지'나 '비카인드' 등 기부에 재미를 더한 생활속 나눔운동 퍼내이션(Fun+Donation)도 확산되고 있다.

나눔의 기쁨은 실천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대환란 시대에 나눔과 배려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이 어둠이 속히 걷히길 기원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최도철 기자 docheol.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