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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보고싶은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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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보고싶은 '그들'

곽지혜 사회부 기자

게재 2020-09-21 17:31:05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2년 4개월이라는 시간을 끌어온 가운데 21일 광주지법에서 17번째 재판이 진행됐다.

이날은 그동안 출석치 않던 전씨 측 증인들이 법정에 나서며 전씨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뒤집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에는 광주·전남지역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재판에 일본측 변호인단이 1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피고 대상을 쉽사리 만나볼 수 없다는 점이 닮아 있다. 사랑하는 사람도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지는 않았으리라 싶다.

차일피일 문제 해결을 미루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이들의 '시간'은 피붙이들의 삶과 죽음을 부정 당하고 수십년간 모독 받아오며 남겨진 이들에게 창자가 끊어지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16개월 만에 법정에 나타난 미쓰비시 측 변호인은 당시 법정에서 재판 관할 위반, 강제동원 관련 증거, 소멸시효 등을 들어 불법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

이날 전 씨측 변호인 역시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기에 검사는 재판이 끝나기 전 공소를 취소하고 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그들이 외면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하나 둘 스러져 가고 이제 재판장에는 그들의 아들과 딸, 손자, 손녀들이 남았다.

이들은 가해자들이 단 하루라도 그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분명한 명목으로 단죄 받을 날을 위해 집요한 오늘을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지지부진한 기간일지라도 결코 두 손을 놓은 채 절망하지 않는다.

최근 일본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지원하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은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진행하던 금요시위를 진행하지 못하는 대신 매주 '금요통신'을 발행해 관련 동향과 소식을 알리고 내각수상에게 날마다 편지를 보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지치고, 느리고, 나아가지 못하는 시간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은 언제나 도망가는 시간을 붙잡아 눈 앞에 해답을 가져다 주기 마련이다.

앞으로도 몇 번의 재판에서 울분을 토해낼지, 또 몇 명의 피해자들이 우리 곁을 떠나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끝까지 '가해자'로 남기를 고집하는 이상 우리는 더욱 집요하게 그들의 시간을 좇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