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중 길 잃은 치매할머니 도와 가족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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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배달 중 길 잃은 치매할머니 도와 가족 품으로
▶광주광산우체국 최현철 집배원||가족에 연락하고 계속 보살펴||“국민의 봉사자로서 역할 최선”
  • 입력 : 2020. 09.22(화) 14:04
  • 김은지 기자
광주광산우체국 소속 최현철(31) 집배원. 전남지방우정청 제공
후덥지근한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달 21일, 광주광산우체국 소속 최현철(31) 집배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광주 광산구 수완동 곳곳에 배달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붐비는 한낮 먹자골목에서 최현철 집배원은 할머니 한 분을 목격했다. 그는 계속 한자리에 머물러 있던 할머니가 눈에 밟혀 가까이 다가서 말을 건넸다.

최 집배원은 "제가 가까이 다가서니 할머니가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셨다. 처음엔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분인 줄도 몰랐는데,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가족들과 같이 왔냐고 물어도 모르신다고 답하셨고,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 배고프다고 하시기에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간단히 드실 빵과 음료를 사드렸다"며 "그러다 할머니가 차고 있던 목걸이에 연락처가 적혀있기에 그곳으로 연락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현철 집배원은 가족들에게 연락을 한 뒤 기다리는 동안 불안해하는 할머니를 위해 계속 그 자리에 머무르며 말벗이 돼드렸다.

한 걸음에 달려온 가족들은 "무사히 할머니를 찾게 돼 너무 다행이다. 삭막한 세상 속에서 아직 따뜻한 인정이 남아있음을 깨달았다"며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가족들과 식사를 하러 가던 중 길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집배원은 할머니 가족들의 사례를 정중히 거절한 뒤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저희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잠시 보살펴드린 것뿐이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이고,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였더라도 저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할머니께서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또 이렇게 사연이 알려지는 것이 조금 쑥스럽고 어색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최현석 집배원은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주의보다는 서로 베풀면서 이해하고 살다 보면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작지만 따뜻한 정이 전해질 수 있도록 국민의 봉사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