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70) 노란색과 시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70) 노란색과 시대
  • 입력 : 2020. 09.22(화) 14:05
  • 편집에디터

노랑은 사랑과 성실 그리고 지혜를 상징하며, 이 색은 빛의 색이기 때문에 기독교뿐만 아니라 많은 종교에서 신의 존재를 상징하는 색으로 여겼다. 황금빛은 왕권과 영광을 상징한다.

금빛인 노랑은 태양신을 상징하며, 신의 힘과 선을 나타내는 색으로써 종교화에서도 그렇게 사용되었다. 성자의 후광은 영원한 생명을 나타내기 위해 금빛으로 칠해진다. 반면에 흐릿한 노란색은 유다(Judas)의 그림에서처럼 배신을 상징한다.

로마 가톨릭교회(사도들의 으뜸인 성 베드로를 유일한 계승자로 받드는 기독교의 교파)의 교리에 의하면, 노란 문장이나 황금색 문장은 명예와 충성심을 나타낸다. 금과 은은 바티칸의 색이었고, 가톨릭교회를 가리키는 표지판에는 하얀 바탕에 노랑으로 교회가 그려져 있다.

가톨릭교회의 행사 일에 게양되는 깃발은 '노랑과 하양'이지만 '금색과 은색'이라고 부른다. 교황은 가톨릭교회를 위해 특별한 공을 세운 여인에게 '황금 장미' 상을 수여하는데, 이 상에는 진짜 금에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16세기 악명 높은 종교재판이 열리던 스페인에서는 가톨릭교회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이단자로 지목했다. 이들은 종교재판정 앞에 나갈 때 칙칙한 노란 망토를 입어야 했다.

기독교의 상징체계에서 금은 성스러운 의미를 갖지 않지만 신성함을 나타내는 징표이며, 하늘의 별을 숭배하는 종교에서 태양은 최고의 신성을 의미하고, 태양의 신은 언제나 남성이다.

노랑은 정치적인 의미에서 배반의 색이다.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옷은 대개 칙칙한 노랑으로 그려져 있으며, 유태인을 구별하는 색으로 여겨왔다.

'금송아지'는 거짓 신을 믿도록 현혹시키는 성경의 상징이며, 모세는 신 바알(Baal)을 가리키는 송아지를 부수고 금도 없애버렸다. 그는 그들이 만든 송아지를 끌어다가 불에 태우고 빻아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시게 하였다(출애굽기 32장 20절에 언급됨). 노랑은 구약성서 시편 23편 '푸른 목초지(green pastures)'에서 비겁한 또는 배신을 대표하는 색이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황금빛 노란색이 지혜를 상징한다. 석가(釋迦)의 색은 힌두교와 비슷한 노랑 또는 황금색이고, 브라만교(바라문婆羅門 교는 인도의 토착민인 드라비다족(族)에 의해서 성립된 종교이고, 힌두교의 모체)의 교도들은 노랑을 신성한 색이라고 여겼다.

달라이 라마로 대표되는 티베트 승려의 옷은 샛 노랑과 사프란꽃의 색이다. 노랑은 부활절을 나타낸다. 회교에서는 빨강, 하양, 파랑, 노랑의 따뜻한 색상과 높은 명도 그리고 강한 채도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 미학전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