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의 계절…'긴장감'과 '느슨함' 뒤섞인 고3 교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대입수능
수시의 계절…'긴장감'과 '느슨함' 뒤섞인 고3 교실
●코로나19 ‘신 수시 풍속도’||학생 “자소서에 교실분위기 엉망…공부할 시간 부족”||교사 “비교과 반영 안된다지만, 추천서에 창작 필요”||교육청 “혼란 최소화 노력…위기를 기회로 삼아주길”
  • 입력 : 2020. 09.23(수) 17:16
  • 양가람 기자
광주시교육청 전경
2021학년도 대입 수시원서접수가 23일부터 시작됐다. 재학생 10명 중 7명이 수시로 대학에 입학하는 상황이다 보니, 수능만큼이나 중요한 시점이다. 당연히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도 정신없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각에선 수시접수로 정시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 자소서에 목메느라 수능 공부 뒷전

고3 재학생 입장에서 보자면 수시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쓰는 게 부담스럽다. 당장 고3 재학생이 써야 할 대입 자기소개서만 6개에 달한다. 공통 문항이 있지만, 대학 별로 요구하는 문항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어 신경 쓸 것들이 많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 등이 줄줄이 취소돼 자소서에 기재할 내용이 빈약한 상황이다. 1, 2학년 당시 활동 위주로 자소서 문항을 채우고 있지만, 특목고 등 상위권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까 두려운 마음이 크다.

광주 광산구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양지우(고3)양은 "코로나19로 교내외 활동이 많이 취소돼 올해 활동은 자소서에 쓸 게 별로 없다"면서 "교내 경시대회나 소규모 활동을 위주로 쓰고 있지만, 외고나 자사고 학생들에 비해 활동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 블라인드 평가라 해도 자소서 활동 내역으로 어떤 학교인지 바로 알 수 있어 일반고가 많이 불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시로 진학해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자기소개서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능 공부할 시간이 적어진다는 불만도 나왔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정건우(고3)군은 "수시에 집중하는 동안 재수생들은 수능 공부에만 몰입할 텐데 걱정"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하지만 자소서 비중이 큰 만큼 수시 접수 때까지는 자소서 작성과 첨삭에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교실붕괴' 시작?… 면학 분위기 엉망

고3 재학생의 경우, 대학 수시 모집에서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된다. 생활기록부 역시 9월16일까지만 반영된다.

졸업생의 경우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수시에 반영하는 대학도 있지만, 재수생 대부분은 수능 성적만 100% 반영되는 정시를 선호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3 교실은 이른바 '수시파'와 '정시파'로 나뉘었다. 특히 수능성적이 필요하지 않는 대학에 지원하는 '수시파'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게임을 하는 등 면학 분위기를 흐리기도 해 '교실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교실 붕괴의 피해자는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정시를 준비 중인 한 학생은 "어차피 대입에 반영되는 1학기 생기부가 마감됐다. 그래선지 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수업시간에 대놓고 자는 애들도 있고, 야간자율학습도 코로나로 안하고 있어서 공부할 맛이 안난다"고 말했다.

● 대면상담·대외활동 줄어 교사 이중고

교사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예년에 비해 대면 진학상담이 많이 줄어든 만큼, 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어려운 부분이 바로 추천서 작성이다. 추천서를 제출하는 학교가 줄긴 했지만, 상위권 대학의 경우 여전히 교사 추천서를 요구한다. 추천서에는 생활기록부에 담기지 않은 구체적 정보들을 담아야 하는 만큼, 학생에 대한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

허나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교외활동이 줄면서 교사가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많지 않다. 자칫 교사들의 창작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해당 학교의 진학부장은 "코로나19로 수시 준비 기간 부족 등 애로사항이 많다. 현장에서는 봉사시간이 부족하면 헌혈을 독려한다든지, 부족하게나마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너무 걱정 말라"는 입장이다. 비교과영역은 합격 당락에 크게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정훈탁 시교육청 장학사는 "전국에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에서 3학년 1학기 활동 내용 가운데 비교과영역은 미반영이나 반영 최소화하도록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결정했다"면서 "실질적으로 3학년 내용을 쓰는 건 의미없음을 다 알고 있어 1, 2학년 중심으로 기재하면 된다"고 말했다.

● 교육청 "수능준비 고3 부담증가 염려"

교육청은 수시 시작으로 초래된 혼란이 수능을 준비하는 고3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지 우려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수능 영향력이 없는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이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올해는 대입 수시모집 비율이 77%에 달할 정도로 높아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정 장학사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몇몇 대학에서 합격자 발표를 해버리면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해질 것이다. 대학 입시 전형이 너무 다양하고 대학별 합격자 발표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면서 "수시 지원이라도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식의 대입 지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국적으로 6만4000여 명의 재학생들이 수시 합격으로 수능에 미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위권 학생들이 대거 빠지면서 수능 등급컷이 높아져 재학생들이 불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에서만 1만2000명 정도의 재학생이 수능을 치른다. 지금은 여러모로 혼란스럽지만, '위기가 기회'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 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