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대한민국을 덮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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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코로나 블루'… 대한민국을 덮치다
자영업자 영업손실로 우울 호소||추석 앞두고 노인·노동자들도 ||상담 광주 9400건·전남 5221건 ||고위험군 마음건강주치의 상담 ||
  • 입력 : 2020. 09.23(수) 17:14
  • 박수진 기자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 19 사태가 반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울감과 불안 장애를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로 명절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고,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우울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심리상담 서비스 외에도, 일상생활 복귀를 돕기 위한 생활 속 '심리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광주·전남지역민 '코로나 우울' 심각

구례에 사는 60대 여성 A씨는 60년 평생 올해보다 더 힘든 해가 없었다.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던 다른 지방에 비해 전남은 극히 적은 확진자 수로 청정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역풍은 구례까지 불어 닥쳐왔고, 사상 최악의 홍수 사태까지 겹쳐 집이 물에 잠기자, 극도의 우울감에 빠져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정부의 권고에 자식들까지 볼 수 없게 되자, A씨는 극도의 우울감에 빠졌다.

순천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남성 회사원 B씨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 운영 상황도 나빠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할 때면 집에서 쉬는 날도 많아졌다. 주변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을 그만뒀다는 소리도 들려오면서 A씨는 자신도 실직자 신세가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 관련 상담 서비스 소식을 접한 B씨는 순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B씨는 "친구나 가족 아무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했는데, 상담 전문가와가 차분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응어리가 풀렸다"고 했다.

광주에 사는 자영업자 C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손실이 이어지면서 극도의 우울감에 시달렸다. 감정기복이 심해지면서 음주조절까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우울감과 불안 증세가 심각해지자, 주변 친구들은 C 씨에게 정신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했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코로나 관련 건강 정보와 광주시에서 지원하는 정신건강 서비스 등도 문자와 전화 등을 통해 안내받고 있다.

● 코로나 장기화에 우울증 심해져

코로나 장기화에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정신상담을 받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광주시는 지난 3월18일부터 9월20일까지 코로나19 심리지원단과 자치구 심리지원반과의 전화·대면을 통한 심리 상담을 9452건 진행했다. 전남도도 지난 2월7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전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일선 시·군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5221건에 달한다.

전국으로 살펴봐도 '코로나 블루' 상담은 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코로나19 확진 환자 중 30%가 정신과 진단을 받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국회의원(창원성산)은 국립중앙의료원의 자료를 확인‧분석한 결과다.

올해 4월말까지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실에 입원한 환자 중 기존의 정신질환자 또는 치매환자를 제외한 일반인 확진자 80명의 30%인 24명이 공황장애, 우울증,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 등의 정신과적인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80명 중 20%인 16명은 항불안제 등의 정신과 약물처방까지 시행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비대면 알바채용 바로면접 알바콜도 지난 4월과 6월, 9월 3회에 걸쳐 '코로나우울 추이'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코로나우울(코로나블루) 경험비율'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인 지난 4월에 실시한 조사결과는 54.7%, △'생활방역 전환 이후'인 지난 6월 실시한 조사결과는 69.2%, 그리고 이달 △'수도권 2.5단계' 중 실시한 조사결과는 71.6%로 각각 집계됐다.

● "국민 심리 방역 눈 돌려야"

코로나 장기화에 따라 전염 방지는 물론 국민 심리 방역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행히 광주·전남지역은 선제적으로 심리 방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광주시는 심리상담을 위해 '코로나19 심리지원단'과 '5개 자치구 심리지원반'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상담요원이 24시간 응대하는 코로나19 심리지원단(1577-0199)은 시간 구애 없이 심리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전문의 상담이 필요한 고위험군의 경우 지역사회 정신건강전문의로 구성된 '마음건강주치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남도도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자,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불안·우울·스트레스 등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한 후 단계별로 지원하는 '맞춤형 정신치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은 1단계 정신건강상태 검사, 2단계 전문상담, 3단계 고위험군에 대한 정신의료기관 치료연계 및 치료비 지원, 4단계 마음치유 정신건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10~11월 동안에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인력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