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사각지대… 학습 양극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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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온라인 수업 사각지대… 학습 양극화 커진다
조손가정 등 가구마다 인터넷 환경 달라||컴퓨터 오래됐는데 PC대여사업서 제외||코로나19… 취약계층 아동 일상변화 커||비대면 문화에 따른 불평등 대책 필요
  • 입력 : 2020. 09.27(일) 16:09
  • 도선인 기자
당초 학교 개학이 늦춰진 가운데 지난 4월 광주 북구 서강고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수능을 앞둔 고3 가영(가명)이는 올 한해 내내 초등학교 때 정부에서 지원받은 오래된 컴퓨터로 원격 수업을 받느라 애를 먹었다.

쓰고 있는 컴퓨터 운영체제는 지원이 종료된 버전이고 오랜기간 사용해온 터라 어느새 바이러스에도 감염돼 강의를 듣고 과제를 작성하는 데 활용할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직접 대면하는 학교 교육만으로도 학업을 따라가기 힘든데, PC 교육 환경을 봐줄 만한 사람도 집에 없었다. 부모님은 이혼 후, 아버지와는 연락이 끊겼고 어머니는 일할 수 없는 건강상태라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가영이와 같은 환경의 아이들을 위해 광주시교육청은 올해 특수학교를 포함한 초·중·고, 특수학교에 총 4805대의 PC기기를 대여해줬다. 대여 대상자는 1차적으로 교육급여 수급자와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 대상으로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그럼에도 가영이는 매년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지원사업에서 제외되고, PC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가정에 한해 진행되는 PC기기 대여사업에도 제외됐다.

낡았지만 컴퓨터가 있었고 양 부모 역시 다 생존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학기 들어서 겨우겨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연락이 닿아 노트북을 후원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초록우산이 아니었다면 가영이는 과연 제대로 된 원격교육을 받고 대입에 임할 수 있었을까?

PC교육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사각지대에 처한 가정에 대한 정부 대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대책이 없는 온라인 교육 환경은 돌봄 공백에 이어 학습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 시킬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볶지연구소가 발표한 아동복지포럼 자료집 '코로나19가 바꾼 일상변화와 아동행복'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학습 양극화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공부집단은 20.3%에서 17%로 감소했으며 반대로 과다공부집단은 70.3%에서 76.1%로 증가했다.

광주·전남 중학교에서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한 강사는 "대면 수업을 할 때는 학생들의 표정, 몸짓을 보며 수업의 진행 정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쌍방향 교육 콘텐츠, 과제 중심의 수업 진행은 결과적으로 평등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무리가 있다"며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만으로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도할 수 없다는 점이 큰 걱정이다"고 설명했다.

손찬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실장은 "교육방송 중심으로 영상 콘텐츠가 많이 발전했다 치더라도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 상황에 대응할만한 교육 인프라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가정마다 인터넷 접속 환경과 활용 역량, 디지털기기 보유 수준이 달라 학생 간의 학습 격차 '리터러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발견한 취약계층의 교육복지 사각지대에 교육당국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