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목포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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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北 피살' 목포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대체 왜?
월선 예방활동 목적으로 승선||실종자 완도 출신, 목포 근무||실종 후 북한 등산곶서 발견||총격 뒤 시신 불태워지기까지||軍 “자진 월북 가능성도 있다”||관계자 “실족사고 가능성도”
  • 입력 : 2020. 09.24(목) 17:38
  • 곽지혜 기자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서해 최북단인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폭증하고 있다.

군 당국은 A씨가 실종된 이후 구명조끼와 부유물 등을 이용했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으로 자진 월북 가능성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북측의 총격으로 남측 민간인이 사망한 두 번째 사건인만큼 당분간은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서해어업관리 공무원, 왜 연평도에?

목포에 소재한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해양수산서기(8급) 공무원 A(47)씨가 소연평도 해상 인근으로 떠난 시점은 지난 1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가까운 연평어장의 어선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24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A씨가 승선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는 지난 16일 오전 10시 목포항을 출항해 다음 날 오전 9시께 연평도 인근 해역에 도착해 월선 예방활동을 시작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해역 국가경계선에 어업지도선을 파견해 조업하는 국내 어선들이 한계선을 넘어가거나 납북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불법 어획을 하는 중국 어선 단속 등을 위해 어업지도선 13척을 운용하고 있다.

무궁화 10호 역시 가을 꽃게철을 맞아 연평어장에서 해당 업무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업관리선은 한 차례 출항하면 10여일 간 해상에서 근무한다. 당시 무궁화 10호에는 일등항해사인 A씨를 포함해 담당, 엔진(기관) 운용, 통신, 위생(조리) 인원 등 16명이 타고 있었다.

무궁화10호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21일 전까지 해당 업무를 해왔으며 이날 자정부터 오전 4시께까지 당직을 맡은 A씨가 오전 11시30분께까지 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A씨와 무궁화10호는 모두 25일 목포항으로 귀항할 계획이었다.



● 北 민간인 피살 두 번째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방 2.2㎞ 해상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A씨는 이튿날 오후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군은 "북측이 A씨를 최초 발견했을 당시 A씨와 일정거리를 두고 방독면을 쓴 채로 표류 경위를 확인하며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후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실종자가 유실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급변한 것은 다음날인 22일 오전 9시께부터다. 군에 따르면 당시 북한군 단속정은 상부 지시를 받고 A씨에게 사격을 가한 뒤 오후 10시께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상태의 A에게 접근해 기름을 뿌리고 불태운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월북 사실을 확인하면 신원과 배경을 조사한 후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발견 6시간 만에 사살과 불에 태우는 조치에 나선 것은 의문이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과잉 대응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을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견주며 남북관계 경색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시 북한군은 박씨가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을 넘었다는 이유로 총격,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 피살되면서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과 같았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중단됐고, 진상조사 및 사과 문제로 남북 경색 국면이 장기간 이어졌다.



● "월북 가능성 놓고 수사"

당국은 A씨가 실종된 이후 구명조끼와 부유물 등을 이용했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으로 자진 월북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A씨가 최근 이혼과 부채 문제로 고통을 받아온 사실이 파악되며 해당 사유가 월북 동기로 작용했을지도 주목된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금융기관과 직장 동료들과의 채무관계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최근 법원으로부터 급여 가압류 통보를 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아이 2명의 아버지인 평범한 40대 남성이 개인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월북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어업지도선 업무 담당 경험이 있는 정부 관계자는 "어업지도선에서 실족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알고 있고 이번 사례 역시 실족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완도 출신 A씨는 경남 양산에 거주지를 두고 2012년부터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해왔다. 열흘 전인 지난 14일 무궁화10호의 일등항해사로 인사발령을 받았으며 목포에 숙소를 두고 직원 2~3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정보분석 결과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할 때 본인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고려 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세한 경위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A씨의 실종과 사망 소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24일 서해어업관리지도단은 청사 출입과 상황실 전화 연락을 통제한 채 업무를 이어갔으며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는 "답변해 줄 말이 없다"고만 전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