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5-1> 타인과 언택트, 자신과 콘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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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5-1> 타인과 언택트, 자신과 콘택트
타인 만남 최소화·자신과 만남 극대화||조선시대 역병 돌때 차례 지내지 않아||한번도 겪어 본적이 없는 비대면 명절||선례 없으니 우리가 기준을 세워보자||친지 잔소리 없는 나하고 노는 추석  
  • 입력 : 2020. 09.28(월) 18:32
  • 박수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고향을 내려가지 못한 한 가족이 태블릿 PC로 부모님과 영상통화하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 말 그대로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란 의미다. 풍성한 보름달 아래 대가족이 모여 복을 기원해왔던 우리 최대의 명절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시대, 올해는 조금 달라질 듯 하다. 코로나 이후 처음 맞는 명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추석 나기를 하게 됐다. 예년과는 다른 '언택트 명절'이 올해 우리가 맞이해야 할 올 추석이다. 방역 당국도 이번 명절엔 집에서 조용히 보내길 권고한다.

시골 고향 마을에는 '불효자만 옵니다', '얘들아, 이번 추석에는 오지 마라' 등의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어찌 자식을 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으랴마는, 그래도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애틋한 마음'에 슬픈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든다.

우리에겐 '한번도 경험 해 보지 못한' 명절일지 모르지만, 조상들은 이미 경험한 '언택트 명절'이기도 하다.

각종 문헌에는 나라에 역병이 창궐할 때 제사나 차례를 생략했다는 사례가 많다.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비록 명절이라도 가족이 모이지 않았다고 쓰여져있다.

조상들이 그랬듯 코로나 시대에는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고 친지들과 거리를 두며, 최대한 '집콕' 하는 것이 최선의 '예법'일지 모를 일이다.

한번도 겪어 본적이 없는 비대면 명절, 우리에겐 '선례'가 없으니 우리 스스로 기준을 세워보자.

"몸은 멀지만 마음은 가까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자식들을 만나지 못해 서운할 부모님께 손자들이 재롱떠는 동영상을 보내드리고, 온라인 제례를 올려보는 것은 어떤가. 성묘나 봉안시설 방문 대신 온라인 성묘를, 온라인에서 차례상을 차리고 추모 글을 남기는 방식이다. 원래 조상과의 만남은 '비대면'이 아니었던가.

명절 '집콕'도 슬기롭게 '자신과 콘택트'해보는 것도 코로나 시대 추석을 맞이하는 방법이다.

'집콕' 하면서 두툼한 책 한 권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연휴를 바쳐도 후회 없을, 읽고 나면 틀림없이 뿌듯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강화됨에 따라 도서관에서 맡는 종이 냄새가 그리워지는 요즘, 비대면 도서공유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호캉스(호텔+바캉스)' 대신 '홈캉스(홈+바캉스)'는 또 어떤가. 집 안을 '홈카페'나 '홈바'로 만들어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분위기 좋은 호텔의 기분을 느껴보는 것이다.

연휴 기간 외출 대신 집에서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다. 정부는 집콕문화생활에 슬기로운 추석 문화생활 항목을 신설해 한국 고전 영화 등 357편의 영화를 무료로 제공한다. 광주지역에서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언택트 공연이 펼쳐진다.

그래도 고향을 방문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 '랜선 고향여행' 을 떠나보자. 전남도는 고향을 찾지 못하는 향우와 관광객들이 마음을 달랠 수 있도록 '랜선 고향여행' 영상을 만들었다. 전남의 눈부신 바다와 풍성한 가을 정취를 볼 수 있다.

'집콕'만 하기 답답하다면, 잠시 청명한 가을 하늘과 풍경을 보며 산책을 하는 것은 어떨까. 사람과 거리를 두는 대신, 자연과 더 가까이해보는 것이다. 모처럼 보름달(Full Moon) 같은, 완전한 휴식(Full Rest) 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온전한 '혼추(혼자 추석)'가 허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명절이 괴로웠던 이들에겐 '비대면 추석'이 오히려 더 반가울 지도 모를 일. "언제 결혼할거야" "취업은 언제할거니" 등의 잔소리를 피하고, 모처럼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다. 더욱이 올해 추석은 주말까지 연이어 쉬는 꿀 같은 '황금 연휴'다. 그렇다고 5일 내내 누워서 뒹굴뒹굴하다 연휴 마지막날에 후회만 가득한 추석이 되질 않도록 '슬기롭게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극대화 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